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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독재자" 비트코인 화폐 택한 '청바지 대통령'의 자기소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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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트위터 자기소개. 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트위터 자기소개. 연합뉴스

“엘살바도르의 독재자”

20일(현지시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자신을 ‘독재자’라고 소개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하며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라일라(딸)의 아빠’로 돼 있던 소개를 직접 이처럼 바꿨다. 계정이 해킹됐거나 부켈레를 비꼬기 위한 계정이 아니다. 그가 여러 개의 트윗을 올리는 동안에도 이 문구는 그대로였다.

부켈레 대통령은 최근 중남미 여러 지도자 가운데 전 세계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인물로 꼽힌다.

1981년생인 그는 2019년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 제3당의 후보로 출마해 30년간 이어진 양당 체제를 깨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던 젊은 정치인인 부켈레는 만연한 갱단 범죄와 부패 척결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부켈레는 취임 이후 잇따라 아슬아슬한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그는 최근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며 논란을 빚었다. 별다른 사회적 합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여당이 장악한 국회를 통해 속전속결로 결정한 일이었다.

엘살바도르 푼타 로카에 있는 한 시장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로이터]

엘살바도르 푼타 로카에 있는 한 시장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로이터]

그는 한때 트위터 소개 사진을 ‘레이저 아이(laser eye)’ 사진으로 바꾸기도 했다. 레이저 아이는 비트코인을 지지한다는 뜻을 가진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부켈레가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발판 삼아 거듭 논란을 일으키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엘살바도르 독립 200주년 기념일이던 지난 15일 반(反)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독재 타도’, ‘비트코인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과격한 시위대 일부는 부켈레의 결정해 반발해 엘살바도르 국기를 태우기도 했다.

‘독재자’라고 트위터 소개 글을 바꾼 것은 이같이 그를 비판하려는 세력을 조롱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부켈레는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무장 군경을 대동하고 국회에 들어가 의원들을 압박하거나 속옷만 입은 교도소 수감자들을 강당에 빼곡히 포개 앉힌 모습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국제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잇따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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