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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셋째도 곧 나와요" 등골 빼먹는 며느리의 이색 제안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일보 새 디지털 서비스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사연을 모십니다.
보내주신 사연을 '인생 사진'으로 찍어드립니다.

'인생 사진'에 응모하세요.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선물해드립니다.
아울러 사연과 사진을 중앙일보 사이트로 소개해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photostory@joongang.co.kr
▶7차 마감: 9월 30일

태어날 셋째를 위해 하나 된 가족, 백영순씨는 이 모두 새 생명의 힘이라고 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태어날 셋째를 위해 하나 된 가족, 백영순씨는 이 모두 새 생명의 힘이라고 했습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워낙 쟁쟁한 사연들이 많아

제 사연이 심사에 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여 어려운 시기에
또 다른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어
사연을 보내봅니다.

저는 올해 44세로 공공기관에서
홍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랑이랑은 동갑이고요.
9세, 7세 된 아들이 둘 있어요.
그리고 현재 임신 23주로 셋째를 가졌습니다.
셋째는 딸이고요. 하하!

나이 마흔 전에
셋째 도전을 해보자고 다짐을 하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잘 안 되었어요.
그냥 포기했었죠.
그러다 올해 갑작스럽게
좋은 소식을 접하게 됐네요.

오빠들이 벌써 동생 이름도 지었습니다.

손별! 이라고….
둘째는 동생 나오면
‘물 셔틀’ 시킬 거라고 벌써 벼르고 있고요.
첫째는 여동생이라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큰오빠로서 잘해주겠다고 하네요.

임신 기간 아이들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겐
정말 고마운 시어머님이 계십니다.
함께 살며 아이들을 돌봐 주시는 데요.

이제는 육아에서 벗어나 노후를 편히 보내셔야 할 텐데,
느닷없이 셋째를 가져 너무 죄송하기도 합니다.
셋째 소식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도
언제나처럼 저희를 살펴주시는
우리 집안대들보이십니다.
사실 어머님이 든든히 계시니
셋째를 낳으면서도 걱정이 덜 됩니다.

출산율이 적다는 소식이
단골 메뉴처럼 신문지면을 장식할 때마다,
그래도 ‘나라에 도움되는 일 하나 하는구나!’
싶어 뿌듯하기도 합니다.

올해 11월 중순경 예정일인데,
그 전에 뱃속에 든 아기와 함께
우리 가족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백영순 올림

어머니의 어깨에 가족이 걸터앉은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이른바 '어머님 등골 빼먹는 컨셉'입니다. 우스개로 이리 찍었지만, 실제 어머님이 집안의 대들보인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머니의 어깨에 가족이 걸터앉은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이른바 '어머님 등골 빼먹는 컨셉'입니다. 우스개로 이리 찍었지만, 실제 어머님이 집안의 대들보인 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똑같은 옷을 입은 채
스튜디오로 가족이 왔습니다.
하나 된 가족의 행복함을 보여주기에
더할 나위 없다 싶었습니다.

먼저 집안의 대들보라는 시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요즘같이 애를 안 낳는 시절에
느닷없이 셋째라니 놀라지 않으셨나요?”

“저는 처음에 반대했어요.
솔직히 얘기했죠.
마흔넷에 무슨 아기냐고요.
큰애 낳는 날 시골에서 올라와서
애들 봐주기 시작한 게 거의 10년이잖아요.
이젠 저도 남편이 있는 시골로 내려가야 하는데
셋째 나오면 또 10년이니….
딸을 낳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또 아들을 낳으면 암담하잖아요
아들 셋이나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 ….
요즘 애 키우는데 돈도 많이 들 테고….
그런데 셋째가 딸이라니 참 다행이네요.”

“어머님, 오늘 제가 가족사진을
온 가족이 어머님 등골 빼먹는 컨셉으로 찍어드릴게요.
어떠세요?”

‘등골 빼먹는 컨셉’이라는 말에
어머님은 좋아하며 한참 웃었습니다.

이때 옆에서 듣던 며느리가 맞장구쳤습니다.
“제가 집은 용인이고 직장은 인천이에요.
통근 버스로 왕복 네 시간 걸립니다.
이러니 어머님께서 아버님을 시골에 떨쳐 놓고
지금껏 애들을 돌봐 주신 겁니다.
어머님이 우리 집의 대들보입니다. 하하.
그리고 저희가 어머님 등골 빼먹은 거 완전 맞습니다. 하하”

가만히 듣고 있는 남편에게도 물었습니다.
“셋째 가졌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으셨나요?”
“몇 해 전에 무척 노력했었습니다.
둘은 좀 서운한 거 같아서요.
그런데 안 생기더라고요.
더는 우리에게 인연이 없나 보다 했죠.
그런데 막상 생겼다니 책임져야죠.
그런데 셋째보다 더한 큰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사실 아직 한 번도 가족사진을 찍어본 적 없습니다.
오늘 처음 찍는 건데,
나중에 시골 아버님 올라오셔서
이 사진을 보면 너무 서운해하실 거 같습니다.
사진 찍어서 좋긴 한데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셋째 낳은 후
아버님 모시고 한번 중앙일보로 오십시오.
제가 애프터서비스로
아버님 흡족할 가족사진도 찍어드릴게요.
그나저나 둘째에게 궁금한 게 있는데,
물 셔틀이 뭐죠?”

“물심부름이요.
형이 자꾸 물심부름시켜서요.
저도 동생 물심부름시키게요.
그래서 동생 낳아달라고 했어요”

하하, 과연 이 둘째는 여동생인 셋째에게
물 심부름시킬 수 있을까요?

물 셔틀이 궁금해서라도
훗날 아버님을 포함한 가족사진을 다시 찍어 드려야겠습니다.

가족 모두 즐거운 가족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님 걱정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못한 아버님을 위해 셋째 탄생 후 가족사진을 다시 찍어드려야 겠습니다. 김경록 기자

가족 모두 즐거운 가족사진 촬영을 하면서도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님 걱정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못한 아버님을 위해 셋째 탄생 후 가족사진을 다시 찍어드려야 겠습니다. 김경록 기자

한가위입니다.
독자 여러분, 두루두루 행복한 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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