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멍냥이 사료에 수은이? 제품명 공개 못하는 황당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9.21 06:01

3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1 서울펫쇼'에서 선글라스를 쓴 강아지가 보호자 품에 안겨 있다. 뉴스1

3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2021 서울펫쇼'에서 선글라스를 쓴 강아지가 보호자 품에 안겨 있다. 뉴스1

“제품명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 온라인에서 팔리는 반려동물 사료에서 수은이 검출됐다는 정부 발표 이후 반려인들의 걱정스러운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정부가 문제가 된 사료와 업체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에게 매일 먹이는 제품에서 중금속과 보존제가 나왔다는데,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 소비자의 혼란은 커져만 갔다.

수은 나온 제품, 고양이용 캔

지난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반려동물 제품 81개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10건의 안전·표시기준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개 제품이 중금속(수은) 허용 기준을 초과했고, 3개 제품은 ‘무(無)보존제’라고 표시해 놓고 보존제(소르빈산)를 썼다. 모두 오픈마켓이나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던 제품이라 소비자 우려는 더 컸다.

21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이번에 수은이 검출된 제품은 캔에 담긴 고양이용 제품이었다. 소량 제작돼 구매한 소비자는 없었다.

농관원 발표 이후 온라인 반응은 뜨거웠다. 소비자들은 댓글을 통해 “A사 제품을 먹이는데 괜찮나요?”라며 서로 정보를 구하기도 하고, “B사에 직접 문의해본 결과 해당 사항 없다고 하네요”라는 등 사료 업체에 확인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당국, “근거 없어 공개 못 해”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28회 코리아펫쇼 2021'에서 반려견이 사료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28회 코리아펫쇼 2021'에서 반려견이 사료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는데도 농관원이 해당 제품과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각종 사료에 관한 규제를 정하는 사료관리법에는 법을 위반해도 사업자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조항이 빠져 있다.

사람의 먹는 음식에 적용하는 식품위생법·식품안전기본법 등에는 ‘식품 등의 안전에 관한 정보 중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정보는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거나 ‘사업자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명된 경우 해당 식품 등 사업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국내 638만 가구에서 반려동물 860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도(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기준) 반려동물 관련 법은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사료관리법에서는 법 위반 업체에 행정처분 등의 조치만 할 수 있다. 유해물질 기준을 위반한 업체에는 영업정지 1~6개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표시기준을 위반한 업체는 영업정지 1~6개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

정부는 현재 사료관리법 개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을 위반한 사료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해당 사실을 스스로 공표하도록 하는 방안 또는 사업자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홈페이지 등이 없는 사업자의 경우에는 정보 공개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여전히 남게 되기 때문에 정부가 공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료관리법이 과거 제정될 당시에는 소·돼지 같은 가축 사료에 대한 법이었기 때문에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부분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관심이 커져 작년부터 연구용역 등을 통해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료관리법 위반에 대한 처벌 기준도 식품위생법처럼 상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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