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독박육아, 내 시간 갖고싶은데…남편 "10년후 가져" [괜찮아,부모상담소]

중앙일보

입력 2021.09.21 06:00

업데이트 2021.09.21 07:04

중앙일보가 ‘괜찮아, 부모상담소’를 엽니다. 밥 안 먹는 아이, 밤에 잠 안 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수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통쾌한 부모 상담을 해드립니다. 이번엔 NHN에듀 ‘아이엠스쿨(http://iamsch.net/LJTY)’ 학부모 커뮤니티 ‘톡톡톡’을 통해 받은 상담 사연입니다.

엄마도 정말 지쳐요

늦둥이까지 아이 셋을 둔 주부예요. 큰 아이는 고2인데 학원을 그만뒀고요, 둘째는 중3인데 게임에 빠져있어요. 이러다 고등학교 못 간다고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올 정도예요. 막내(초1)는 아직도 저에게 놀아달라네요. 저도 힘든데, 너무 지쳐요. 하루하루가 두려워요. (안전제일)

아빠 도움이 필요합니다

김지선 PD

김지선 PD

신의진 교수의 조언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는 엄마가 바로 서야 해요. 많은 부모님은 아이들이 좋아지면 내 우울감도 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정반대인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아빠 같은 주변 사람을 끌어들여서, 집에 활기를 돌게 해야 아이들이 조금씩 변할 수 있어요. 굉장히 안타깝지만, 어머님이 기운을 내고 상황을 좀 추슬러야 할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이면 일부 아이들은 누군가 도움을 줘야 뭘 할 수 있기도 해요. 비정상은 아니고요. 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힘드시겠지만 같이 놀아주셔야 해요. 보드게임이나 재미있는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게임을 하루에 한두개 해주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정 어려울 땐 오목 놀이도 좋아요. 규칙이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 승부가 걸리는 게임을 하면 아이가 좋아해요. 부모와 사이도 좋아지고요. 운동을 한다면, 게임식으로 겨뤄보는 것도 좋아요.

사춘기인 첫째와 둘째의 경우는 공부 때문에 걱정일 텐데요. 공부는 동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공부가 재밌다는 아이를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내적 동기 때문인데요. 공부를 안 하고 게임만 하는 경우, 언제부터 흥미를 잃었는지, 왜 흥미가 없어졌는지를 볼까요. 학습 방법을 바꾸거나, 아이 입장에서 “아! 이 정도면 할 수 있겠구나” 자신감을 주는 쪽으로 방법을 바꾸면 어떨까요. 그냥 “네가 알아서 해야지!”라고 하시면 아이들에겐 안 통해요. ‘좀 더 어린 시절, 흥미가 없어질 때, 뭔가를 해야 했는데 좀 늦어서 그렇구나’ 이해를 해주세요. 절대 포기하시지 마시고요.

거울을 보니 어느 노인이 있는 느낌이에요

코로나19로 가정생활이 망가진 느낌이에요. 창살 없는 감옥 같아요. 남편은 오직 아들에게만 투자하라네요. 아이는 사춘기에 들어갔는데, 저는 갱년기가 와서 힘들어요. 그전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이젠 거울 속 어느 노인이 있는 느낌이에요. 모든 일을 제가 다 감당해야 하니 솔직히 힘들어요. (서울님)

아이의 마음을 한 번 볼까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 얼마나 힘드실까요. 외로움과 고통스러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공감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어렵지만, 말씀을 드립니다. 이 마음만으로는 어려움을 떨치기 힘들 수 있어요. 우울감은 치료와 같은 외부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어머님이 힘들 겁니다.

우리 한 번 상황을 바꿔 볼까요? 반대로 힘들어하는 어머님을 바라보는 아이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역지사지의 마음이 되어보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안 될 수 있어요. 역할극을 한 번 한다고 상상해볼까요. “내 탓이야!” 이렇게 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아무 탓을 하지 않고 그냥 아들이 되어 보세요. 자책은 절대 금물입니다. 그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스스로를 바라보기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조금 생각을 바꿔보신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10년 뒤에나 쉬라는 남편이 야속해요

10살과 5살, 3살 아이 셋을 키우는 다자녀 전업맘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자꾸 제 입에서 나오는 말과 눈빛, 행동은 아이를 학대하는 기분이 들어서 매일 후회하고 자책해요. 신랑에게 하루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더니 “10년 후에나 하라”고 하더라고요. 농담 같은 말이었지만 비수가 돼 마음에 꽂혀 이따금 생각납니다. 아이들 맡길 곳이 없다는 상황 때문에, 10년 넘는 경력단절까지. 제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뚠뚜딴따)

가족 코인에 투자하세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 시간을 달라고 했을 때 거절한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저도 느껴지네요. 그런데 절대 물러나시면 안 됩니다. 지나가는 말로 하셨을 것 같아요. 근데 이 말은 지나가는 말로 할 문제가 아닌 거예요. 본인이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일주일에 딱 반나절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온전히 아이로부터 벗어나 갖는다면 지금 상황이 달리 보일 수 있거든요.

남편이 한 번쯤 무시했다고 그만두면 안 되잖아요. 짜증 내면서 하실 게 아니라, 심각하게 따로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러면서 “당신이 그렇게 해주면 맛있는 반찬 해줄게” 이런 말도 해보시고요. 아버님들이 진지한 이 상황에서 절대 안 한다고 말을 안 해요. 어떤 분은 흔쾌히 “그럼 내가 아이들을 낚시에 데려갈게” 하신 분도 있었어요. 정 안되면 편지를 써보세요. 낚시에 아이들을 데려간 아버님은 편지를 읽고 “그렇게 보니 이해가 간다”고 했거든요. 제가 아버님께 한 말씀 드릴게요.

“사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그것 좀 못 하냐. 나도 힘들다’ 그러실 수 있어요. 맞아요. 바깥 일 힘든 것 맞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볼까요? 우리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할까요? 대부분 아버님은 나 혼자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하시지 않잖아요.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지금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요. 그러니 에너지를 조금 저축해서, 아내분이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면 다음에 더 좋은 육아를 할 수 있어요. 이게 진짜 좋은 투자입니다. 비트코인 하지 마시고 가족 코인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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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 안자는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아이…. 오만가지 고민을 안고 사는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육아의 신’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가 유쾌,상쾌, 통쾌한 부모상담을 해드립니다. 중앙일보 헬로!페어런츠(www.joongang.co.kr/parenting) 마파클럽 게시판을 통해 사연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헬로!페어런츠에서 더 풍성한 부모뉴스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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