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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생 대전엑스포 '꿈돌이'…서른돼서 성형·개명 위기, 왜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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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꿈돌이와 꿈순이는 남성과 여성 이미지 강해" 

'93 대전엑스포’는 ‘88 서울올림픽’과 함께 한국에서 치른 대표적인 국제행사로 꼽힌다. 대전엑스포 당시 마스코트는 ‘꿈돌이’와 짝꿍인 ‘꿈순이’를 사용했다. 지금도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대전시 도룡동 옛 엑스포과학공원 한빛탑 아래에는 꿈돌이와 꿈순이 조형물이 나란히 서 있다.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한빛탑 앞에 꿈돌이(오른쪽)와 꿈순이가 서 있다. 꿈순이는 머리에 리본을 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한빛탑 앞에 꿈돌이(오른쪽)와 꿈순이가 서 있다. 꿈순이는 머리에 리본을 달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런데 꿈돌이와 꿈순이가 태어난 지 30여년 만에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 이름과 모양이 남성과 여성 등 특정 성(性)을 부각한다는 이유에서다. 꿈돌이는 남성, 꿈순이는 여성 이름이라는 것이다. 또 꿈순이는 분홍색인 데다 머리에 리본이 달려있어 여성 이미지가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꿈돌이 "성별영향평가 점검 대상 포함" 

21일 여성가족부와 대전시 등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최근 ‘생활체감형 정책 특정 성별영향평가’용역을 실시했다. 성별영향평가란 정부와 자치단체 정책이나 사업에 나타나는 성차별적 요소를 없애고, 양성평등정책이 정착되도록 하는 제도다.

여성가족부는 이 용역에서 전국 지자체가 사용 중인 캐릭터나 마스코트, 교가, 자동안내전화음성(ARS) 등을 대상으로 성별영향평가 점검 대상을 선정했다. 또 선정 결과를 각 지자체에 통보해 성별영향평가에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호돌이 인형이 춤을 추고 있다. 중앙포토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호돌이 인형이 춤을 추고 있다. 중앙포토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 온라인사이트 등을 통해 사용 중인 마스코트·캐릭터 등을 체크했다”며 “이 가운데 대전 꿈돌이 등 상당수 캐릭터 등이 점검 대상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성별영향평가 권고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해서 반드시 바꾸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정권은 자치단체에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가족부는 점검 대상에 오른 다른 지자체 캐릭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전 신세계 백화점 아트앤 사이언스 '대전홍보관'에 전시된 꿈순이. 머리에 리본이 없는 모습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신세계 백화점 아트앤 사이언스 '대전홍보관'에 전시된 꿈순이. 머리에 리본이 없는 모습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신세계 백화점 아트앤 사이언스 대전홍보관에 전시된 꿈돌이(앞)과 꿈순이(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신세계 백화점 아트앤 사이언스 대전홍보관에 전시된 꿈돌이(앞)과 꿈순이(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 "꿈돌이 바꾸려면 많은 예산 필요"

여성가족부 권고를 받은 대전시는 꿈돌이와 꿈순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 부처의 제안을 무시할 수도 없고, 마스코트 모양이나 이름을 바꾸려면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교체하려면 저작권자 동의 등을 거쳐야 한다고 대전시 관계자는 전했다.

대전 신세계백화점 아트앤사이언스 블로그에 있는 '꿈돌이'와 '꿈순이'. 꿈순이는 머리에 리본을 하고 있다. 사진 백화점 블로그

대전 신세계백화점 아트앤사이언스 블로그에 있는 '꿈돌이'와 '꿈순이'. 꿈순이는 머리에 리본을 하고 있다. 사진 백화점 블로그

대전시 관계자는 “성별영향평가 체크리스트에 오른 만큼 뭔가 조치는 있어야 할 것”이라며 “꿈돌이 마스코트를 바꾸려면 수억원의 예산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교체한 대전시 브랜드 슬로건 ‘Daejeon is U’(대전이즈유)는 용역비로 1억4000여만원을 썼다. 대전시 관계자는 "꿈돌이 마스코트를 바꾸려면 대전 브랜드 슬로건을 바꾸는 것보다 돈이 훨씬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계백화점 홍보관 꿈순이는 리본 없어 

이런 가운데 대전시 마케팅공사는 최근 문을 연 대전 신세계백화점 아트앤 사이언스 내 ‘대전 홍보관’에 머리 리본을 제거한 꿈순이를 전시했다. 마케팅공사 관계자는 “대전 홍보관을 꾸민 업체 측에서 마스코트를 만들었다”며 “마케팅공사가 리본을 떼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전시한 꿈순이는 리본을 달고 있었으나, 도중에 리본이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 홍보관은 마케팅공사가 운영한다. 꿈돌이와 꿈순이 마스코트 새 이름으로는 '꿈도리' '꿈수니' ‘도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대전 신세계 백화점 아트앤 사이언스에 전시된 꿈돌이와 꿈순이 마스코트. 꿈순이는 머리 리본을 제거한 상태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신세계 백화점 아트앤 사이언스에 전시된 꿈돌이와 꿈순이 마스코트. 꿈순이는 머리 리본을 제거한 상태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시는 일단 여론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의견수렴을 거쳐 바꿀 것인지, 바꾸지 않을 것인지 결정해서 여성가족부에 통보할 방침”이라며 “성별영향평가 결과는 국회에도 보고되는 사안”이라고 했다.

꿈돌이는 88올림픽 '호돌이' 작가가 제작  

꿈돌이는 1993 대전엑스포를 위해 만들어진 마스코트다. 디자인은 19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씨 작품이다. 엑스포 당시 꿈순이는 커플 마스코트로 제작했다.

꿈돌이는 전통 도깨비와 외계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국민에게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상징이었다. 지금도 대전을 상징하는 마스코드로 꼽힌다.

대전엑스포 꿈돌이.

대전엑스포 꿈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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