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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손맛 대신 로봇, 고기 없는 고기…푸드테크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2021.09.20 12:00

업데이트 2021.09.24 10:51

배달의 시대, 명절을 보내는 방법도 바뀌고 있다. 삼성카드가 지난 13일 공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배달 음식으로 이번 차례상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명절 스트레스의 진원지 주방, 주방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유명 셰프의 레서피를 빅데이터화한 요리 로봇, 소고기 육즙까지 재현한 대체육, 주방 없이도 외식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공유주방 등 푸드테크의 미래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을 만나봤다.

2015년 영국 몰리로보틱스가 발표한 최초의 가정용 주방로봇 '몰리'. [사진 몰리로보틱스]

2015년 영국 몰리로보틱스가 발표한 최초의 가정용 주방로봇 '몰리'. [사진 몰리로보틱스]

굽고 삶고 플레이팅까지

샐러드·피자·치킨 등을 판매하는 ‘더티보울'은 추석을 앞둔 지난 1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강남역 인근으로 매장을 옮겼다. 매장 규모도 5평에서 100평으로 20배 넓혔다. 배달 앱에서 ‘맛집'(배민 평점 5.0)으로 소문난 이곳엔 홀은 없고 주방만 100평. 맛집의 비밀병기는 ‘로봇 아보키친(AVO Kitchen)'이다. 인간 요리사 1명과 아보키친 1대가 협업해 주문을 소화해낸다.

더티보울을 운영하는 아보카도랩은 맛집 투어를 즐기던 서울대 공대생 둘(공동창업자 김범진·백승빈)이 2018년 창업했다. 벤처캐피털 퓨처플레이와 스프링캠프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다. 엄마 손맛을 데이터화해 로봇에 적용하면 엄마표 요리부터 고든 램지 요리까지 더 쉽고 더 싸게 만들 수 있겠다는 데 의기투합했다. 로봇의 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아보 AI(AVO AI)'는 백승빈(29) 이사가 개발했다. 백 이사는 "협동 로봇은 창업할 때도 이미 흔했다"며 "이제 로봇은 뭘 어떻게 명령해서 뭘 할 것인지,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아보카도랩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 중인 로봇 '아보키친(AVO Kitchen)'. [사진 아보카도랩]

아보카도랩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 중인 로봇 '아보키친(AVO Kitchen)'. [사진 아보카도랩]

회사는 11월말까지 강남역 매장에 로봇 73대를 '입사'시킬 예정이다. 김범진 대표는 “로봇 73대가 동시에 돌아가면 1시간에 10가지 요리를 1000인분 정도 요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료 손질부터 플레이팅까지 로봇마다 역할도 다르다. 튀기고 삶고 구워내기는 물론, 간단한 플레이팅도 한다. 로봇에게 가장 어려운 요리는 고기 굽기. ‘잘 구웠다’는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고 이를 데이터화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아보카도랩은 로봇이 굽기 정도를 정확히 인식하도록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화하고 이를 끊임없이 학습시켰다. 현재까지 입력된 레서피는 쌀국수부터 요거트, 치킨, 피자 등 약 30가지다.

창업 초기엔 요리사의 비중이 더 컸지만, 아보 키친의 역할이 점차 더 커졌다. 김범진 대표는 "로봇과 소프트웨어를 앞으로 더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앞으로 ‘공유 로봇'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강남역 인근 음식점 10곳이 아보카도랩의 로봇으로 자체 배달음식을 조리하기로 계약했다. 김범진 대표는 "레서피 데이터를 늘리고 로봇을 고도화하면, 서울에서만 이 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며 "해외 대도시에서도 아보 키친로봇으로 세계 곳곳의 맛집 음식을 재현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닭고기와 질감과 영양소, 맛 등이 85% 가량 유사한 식물성 닭고기. [사진 더플랜잇]

실제 닭고기와 질감과 영양소, 맛 등이 85% 가량 유사한 식물성 닭고기. [사진 더플랜잇]

‘추석에 먹은 고기가 고기가 아니라고?’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대체육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때 ‘콩고기'로 불렸지만 고기와 딴판인 맛과 스펀지 같은 식감에 소비자들이 떠났다. 최근 대체육이 주목받게 된 건 기후위기 영향이 크다.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육식, 특히 소고기가 지목되면서다. “고기 1kg 얻는 데 (사료용)곡물 12kg를 소비하고 있는 비효율을 개선하자"(빌 게이츠)는 외침도 더해졌다.

IT 기반 기술혁신은 대체육의 수준도 끌어올렸다. 3D 프린터가 소 대신 소고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 3D 프린팅과 배양육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최근 5~6년 사이 ‘맛도 있는' 대체육, 대체생선, 대체식품이 속속 등장했다. 최근엔 기존 고기의 영양 성분까지 고스란히 재현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플랜잇'은 지난해부터 닭고기와 성분이 똑같은 식물성 제품을 만드는 작업에 도전 중이다. 현재의 개발 수준은 85%. 육안으로는 실제 닭고기와 식물성 닭고기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 더플랜잇 유해신 마케팅 담당은 "닭고기와 완전히 똑같은 맛을 내는 원료를 찾아보기 위해, 식품을 분자 단위로 쪼개며 연구했다"며 "맛은 물론 식감, 영양소 모두 기존 고기와 같지만 원료는 식물성인 대체 식품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그동안 식품의 맛과 성분을 분석한 데이터만 3만개. 이 데이터는 더플랜잇의 핵심 자산.

더플랜잇은 국내 유명 대체식품 제조업체들에 이미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연내에 실제 우유와 맛・색감・영양소가 동일한 대체우유도 내놓을 예정이다. 또 동물성 단백질 대체식품 개발 방법을 찾는 팀에 상금 1500만 달러를 주는 글로벌 대회 ‘미래 단백질 개발대회’(엑스프라이즈재단, 일론 머스크 후원) 준결승에도 진출한 상태다. 내년 상반기 최종 승자에 도전한다.

‘주방 없는 시대'를 준비합니다

외식 창업에 도전한 3명 중 2명은 창업후 3년 안에 폐업한다(행정안전부,2020). 초기 투자비용은 줄일 수 있는 공유주방이 각광받는 이유.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소비자의 외식 습관이 달라지면서 공유주방도 진화하고 있다.
공유주방 위쿡(WECOOK)은 지난 6월 외식 창업자들에게 식음료(F&B) 비즈니스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사업(파트너 솔루션)을 추가했다. 주방 시설과 공간 등 물리적 인프라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이자 콘텐트에 해당되는 '음식 그 자체'를 함께 고민하겠다는 취지다. 식품 유형별로 설비와 공간을 맞춤형으로 마련하고, 음식 컨셉과 품질, 메뉴 개발, 마케팅 등 주방 이외 일까지 뒷바라지한다. 신다솜 위쿡 매니저는 “음식의 본질은 주방에 있다"며 "사장님들이 요리에만 집중하시도록 나머지 업무를 위쿡이 돕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쿡은 주문배달 음식만 판매하는 팡업자를 위한 배달형 공유주방도 4곳 운영중이다.

공유주방 기업 먼슬리키친이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휴맥스 사옥에 운영중인 '구내식당형 공유주방' 휴맥스점. 주문・결제앱 먼키로 사전 주문이 가능해 좌석 회전율을 높였다. [사진 먼슬리키친]

공유주방 기업 먼슬리키친이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휴맥스 사옥에 운영중인 '구내식당형 공유주방' 휴맥스점. 주문・결제앱 먼키로 사전 주문이 가능해 좌석 회전율을 높였다. [사진 먼슬리키친]

또다른 공유주방 먼슬리키친은 점심도시락 주문이 많은 오피스타워나 상업 시설에 입주하는 '인(in)빌딩형 공유주방'을 주력으로 한다.

지난 5월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휴맥스 본사 구내식당 자리에 주방시설 14개, 좌석수 110개를 갖춘 170평 규모의 공유주방도 오픈했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그룹의 구내식당 사업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라며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중소 규모의 단체급식 사업자를 찾으면서 찾아온 기회다. 먼슬리키친의 투자사이기도 한 휴맥스가 공유주방과 구내식당을 결합한 사업의 모델로 나선 것. 이 공유주방에 입점한 음식점들은 휴맥스 임직원 1500명과 주변 오피스 직원들 상대 매장 영업과 배달영업을 모두 해낸다. 주문·결제 앱 '먼키'로 임직원들은 사전 주문해놓은 음식을 줄서기 없이 바로 먹다보니, 좌석 회전율이 2배 가량 늘었다. 송근혁 먼슬리키친 마케팅 팀장은 "입점한 외식 창업자는 인테리어·공간임대료·인건비 부담이 적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며 "4~5가지이던 구내식당의 메뉴가 공유주방 도입후 200가지로 늘어 손님 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먼슬리키친은 창업 2년차인 지난해 휴맥스·DS자산운용 등으로부터 23억원(시리즈A)의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73억원. 이 회사 관계자는 "공유주방 사업 초기 모델은 창업 위험요소를 줄여주는 부동산 임대사업었지만, 이젠 구내식당형 공유주방처럼 고객 발굴과 함께 맞춤앱도 개발하는 등 '디지털 외식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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