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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물감에 물 더하고 빼는 색칠놀이…붓질할수록 차분해져요

중앙일보

입력

'컬러링 테라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다양한 종류의 문양과 꽃·동물 등이 그려진 도안에 채색하는 행위를 컬러링(coloring)이라 해요. 쉽게 말하자면 색칠 놀이인데요. 컬러링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얻는 행위가 바로 컬러링 테라피죠. 국내에서는 2014년 발간된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조해너 배스포드의 컬러링북 『비밀의 정원』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어요.
컬러링 도구는 색연필부터 각종 물감까지 다양한데요. 특히 수채화 컬러링은 마음을 다스리는 효과는 물론, 수채화의 기초까지 체득할 수 있죠. 평소 스케치를 즐기는 정송은 학생기자와 그림을 그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전지윤 학생기자가 수채화 컬러링을 배우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출판도시에 있는 화실 스케치북플러스를 찾았어요. 수채화 관련 수업은 물론, 컬러링 체험과 작품 관람까지 할 수 있는 체험형 문화공간이죠. 수채화 컬러링북 『서울의 골목길』 시리즈 저자 신영 선생님이 이들을 맞이했어요.

정송은(맨 왼쪽)·전지윤 학생기자가 화실 스케치북플러스를 찾아 신영(맨 오른쪽) 선생님에게 수채화 컬러링에 대해 배웠다.

정송은(맨 왼쪽)·전지윤 학생기자가 화실 스케치북플러스를 찾아 신영(맨 오른쪽) 선생님에게 수채화 컬러링에 대해 배웠다.

"수채화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또 어떤 종류가 있는지 궁금해요." 송은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수채화(水彩畫)의 수(水)는 물을 의미하는데, 물감에 물을 섞어 쓰는 채색 기법을 말해요. 수채화는 투명 수채화와 불투명 수채화로 나눌 수 있죠. 여러분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수채화는 보통 투명 수채화입니다. 물의 농도를 조절하면 이미 채색된 면 위에 덧칠해도 밑면의 색이 어느 정도 보이죠. 아크릴 물감이나 포스터컬러도 물에 개어서 채색하므로 수채화의 범주에 속해요. 하지만 이들은 덧칠하면 밑면의 색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투명 수채화라고 분류해요." 투명·불투명 수채화를 가르는 대표적 특징은 흰색의 사용 유무입니다. 투명 수채화는 흰색이 필요하면 그 부분을 채색하지 않고 남겨두고, 색을 옅게 표현하려면 물을 많이 섞죠. 반면 아크릴 물감·포스터컬러 등을 사용하는 불투명 수채화는 같은 경우 흰색 물감으로 면을 칠해요. 또 색을 옅게 만들 때도 다른 물감에 흰색을 섞죠.

수채화는 물감에 섞는 물의 양에 따라 다양한 발색이 가능하다. 물을 섞어 짙은 부분부터 차츰 연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그러데이션이라 한다.

수채화는 물감에 섞는 물의 양에 따라 다양한 발색이 가능하다. 물을 섞어 짙은 부분부터 차츰 연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그러데이션이라 한다.

"저는 수채화 물감 외에 수채화 색연필도 가끔 사용해요. 화가들도 색연필을 쓰나요?"(전) "수채화 색연필은 연필심이 물에 녹도록 만든 거죠. 실제 수채화 물감과는 차이가 있어요." 신 선생님이 보라색·녹색 수채화 색연필을 소중 학생기자단에 건넸어요. "종이 위에 직접 그린 뒤 붓으로 물을 발라보세요." 수채화 색연필은 물이 닿기 전에는 일반 색연필과 비슷한 질감이었지만, 물을 묻히자 훨씬 더 진하게 발색됐어요. 물을 섞으면 색이 연해지는 수채화 물감과는 확연히 달랐죠. "빠르고 간편하게 뭔가를 스케치하려면 수채화 색연필을 써도 상관없지만, 보다 깊이 있는 표현을 하려면 물감을 쓰는 게 나아요. 그래서 수채화 전문 화가들은 작품을 그릴 때 색연필보다는 물감을 더 선호해요."(신)

 채색 면적에 따라 좁은 곳은 6호나 8호 붓, 배경이나 하늘 등 넓은 부분은 10호 붓을 사용하면 된다.

채색 면적에 따라 좁은 곳은 6호나 8호 붓, 배경이나 하늘 등 넓은 부분은 10호 붓을 사용하면 된다.

"학교에서 수채화를 그린 적 있는데 여러 번 덧칠하면 도화지 표면이 일어나더라고요. 또 그림을 말리면 종이가 울퉁불퉁해졌어요. 종이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여러 번 덧칠할 방법은 없나요?" 송은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그건 수채화 전용 용지를 쓰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에요. 본래 수채화를 그릴 때 쓰는 용지는 굉장히 두꺼워요. 무게도 상당하죠." 신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 앞에 펼친 수채화 용지는 세로 30.5cm, 가로 45.5cm 크기인데 두께 때문에 장당 무게가 약 300g이나 됐죠.

소중 학생기자단의 수채화 컬러링 체험을 지도한 신영 선생님.

소중 학생기자단의 수채화 컬러링 체험을 지도한 신영 선생님.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종이는 목재에서 섬유를 추출한 펄프(pulp)로 만들어요. 반면 수채화 용지는 목화에서 나온 면(cotton)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내구성이 좋고 튼튼하죠. "만져보니 엄청 두껍고 까칠까칠하네요."(정) "그렇죠. 수채화 용지는 거친 질감의 정도에 따라 황목·중목·세목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황목이 제일 거칠고 두껍지만, 물도 많이 머금죠. 여러분이 지금 보는 건 황목과 세목의 중간 정도의 두께와 거친 질감을 가진 중목이에요."(신) 물을 머금는 수채화 용지의 특성을 활용한 채색 기법도 있어요. 붓으로 용지에 충분히 물을 먹인 뒤 물감을 칠하면 붓 자국이 남지 않게 채색할 수 있죠. 주로 면적이 넓은 배경을 칠할 때 유용합니다. 수채화 용지를 사용하면 이런 기법을 사용해도 종이가 울룩불룩해지지 않아요.

 수채화 전용 용지는 면으로 만들어 두껍기 때문에 물을 많이 사용해도 종이가 일어나지 않는다.

수채화 전용 용지는 면으로 만들어 두껍기 때문에 물을 많이 사용해도 종이가 일어나지 않는다.

수채화의 개념과 용지에 대한 기초 지식도 배웠으니 이제 직접 그려봅시다. 화실 내부에는 신 선생님의 작품을 수채화 컬러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안이 진열돼 있었어요. 이국적인 유럽의 마을부터 정겨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길까지 다양한 풍경이 있었죠. "그리고 싶은 도안을 골라보세요."(신) "저는 이거요." 지윤 학생기자가 체코의 도시 체스키 크룸로프를 그린 도안을 골랐어요. 형형색색의 집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담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이었죠. "그럼 저는 이 도안을 칠해볼래요." 송은 학생기자는 한국 최초의 근대식 사립학교 배재학당 동관 전경을 선택했어요. 건물 구조와 창문, 외장 등이 당시 건축 양식을 잘 보존해 1910년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유산으로 평가되죠. 신 선생님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완성본 그림이 프린트된 작은 종이와 수채화용 물감을 짜놓은 팔레트·붓·물통·키친타월을 건넸어요.

본격적으로 채색을 시작한 소중 학생기자단. 지윤 학생기자는 마을에 있는 집들의 벽을 노란색으로, 지붕을 붉은색으로 칠했어요. "이 많은 집을 하나하나 다 칠할 생각을 하니 막막해요."(전) "그럴 필요 없어요. 맨 앞줄에 있는 집들만 짙은 붉은색으로 칠하고, 뒤에 있는 집들은 물을 많이 섞어서 연하게 채색하세요. 뒤로 갈수록 색이 옅어지기 때문에 원근감이 형성돼 입체적으로 보이죠. 그게 바로 물로 색의 농도를 조절해 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구현하는 그러데이션(gradation)이에요. 뒷부분을 더 밝게 표현하고 싶다면 주황색을 좀 더 섞어주고요." 신 선생님이 팔레트에 짜놓은 물감을 물에 풀어 키친타월 위에 붓질하며 직접 시범을 보였어요. 물로 색의 농도를 조절하는 그러데이션은 수채화에서 아주 중요한 기법입니다.

 수채화 컬러링은 준비된 도안 위에 채색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데이션 기법을 활용해 원근감을 주면 도안에 건물이나 나무가 많아도 빠르게 채색할 수 있다.

수채화 컬러링은 준비된 도안 위에 채색하는 것이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데이션 기법을 활용해 원근감을 주면 도안에 건물이나 나무가 많아도 빠르게 채색할 수 있다.

송은 학생기자는 정문을 중심으로 양면이 대칭인 배재학당 동관 건물을 도안에 맞춰 채색하는 데 집중했어요. "붓질이 정해진 선을 넘어가면 어떻게 하나요?" (정) "색이 선 밖으로 조금씩 삐져나와도 표현하려는 느낌은 충분히 전달될 거예요."(신) 숙련된 수채화 화가들은 스케치 후 풍경의 배경에 해당하는 뒷부분부터 채색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 물감과 붓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어려운 수채화 초보자는 앞부분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형태부터 칠하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송은 학생기자처럼 건물이 중심인 풍경을 도안으로 선택한 경우 건물→그 주변 배경→하늘 순서로 채색하면 좀 더 수월하죠. "지붕을 먼저 옅은 남색으로 칠하고 창문도 같은 색으로 칠하세요. 그리고 벽돌과 하늘을 차례대로 채색하면 돼요." 신 선생님이 참고용 완성본을 열심히 들여다보던 송은 학생기자에게 말했어요.

 채색이 막 끝난 컬러링 도안은 물기가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드라이기로 말린 뒤 액자에 넣어 보관한다.

채색이 막 끝난 컬러링 도안은 물기가 많은 상태이기 때문에 드라이기로 말린 뒤 액자에 넣어 보관한다.

붓을 들고 작은 면부터 채워나가다 보니 어느새 도안에 색이 거의 다 입혀졌죠. 집중해서 물감과 물을 섞고 붓으로 채색하는 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 과정에 몰입하게 되네요. "요즘 불을 보면서 멍하니 있는 걸 '불멍', 물을 가만히 바라보는 걸 '물멍'이라고 하죠. 집중력이 필요한 미술 활동도 '불멍'이나 '물멍'처럼 머리를 식히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예전에 정말 활달해서 한곳에 가만히 못 있는 초등학생이 제게 컬러링을 배운 적이 있는데 부산스럽던 친구가 몸가짐이 차분해졌어요. 게다가 도안 위에 채색하는 컬러링은 수채화를 어렵게 느끼는 초보자에게 적합한 미술 활동이에요. 실제로 다섯 살 아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이 화실을 찾습니다."(신)

 신영 선생님과 함께 수채화 컬러링을 액자로 만들어 본 소중 학생기자단. 도안에 맞춰 채색에 집중하는 컬러링은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 좋은 미술 활동이다.

신영 선생님과 함께 수채화 컬러링을 액자로 만들어 본 소중 학생기자단. 도안에 맞춰 채색에 집중하는 컬러링은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 좋은 미술 활동이다.

소중 학생기자단의 수채화 컬러링 체험은 신 선생님이 이들이 채색한 도안을 드라이기로 말려 액자에 끼우면서 끝났어요. 수채화 하면 종이 위로 흘러내리는 물감과 우글우글해진 결과물을 떠올리던 친구들이라면 수채화 용지를 사용해 컬러링을 해보세요. 물의 양과 사용하는 기법에 따라 같은 걸 그려도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오는 수채화의 매력에 푹 빠질 거예요.

 정송은(왼쪽) 학생기자가 배재학당 동관 컬러링, 전지윤 학생기자가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컬러링을 완성했다. 수채화 초보자도 쉽게 컬러링에 도전할 수 있다.

정송은(왼쪽) 학생기자가 배재학당 동관 컬러링, 전지윤 학생기자가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컬러링을 완성했다. 수채화 초보자도 쉽게 컬러링에 도전할 수 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미술 활동 취재는 처음이라서 기뻤어요. 먼저 화실에서 신영 선생님이 그린 작품들을 둘러봤어요. 작품 하나하나에서 따스한 정(情)이 느껴졌죠. 이후 수채화 컬러링을 하는데 선생님께서 수채화에 관해 궁금했던 내용을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평소 제가 자주 쓰는 수채화용 색연필을 화가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했는데요. 화가들은 수채화 색연필은 연습용으로 쓰고, 수채화 물감을 본 작품 작업에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또 그림에서 하얀 부분을 표현할 때 불투명 수채화에서는 하얀 물감을 쓰지만, 투명 수채화에서는 색을 칠하지 않고 그냥 도화지의 여백을 그대로 남겨둔다는 것을 배웠어요. 컬러링 체험을 하면서 색의 다채로움과 수채화의 재미를 알게 됐어요.


전지윤(경기도 낙생초 4) 학생기자

신영 선생님 덕분에 수채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많아요. 물을 섞어 투명한 질감을 활용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는데, 수채화에는 이것 말고도 숨은 비밀이 매우 많았어요. 배경 채색을 할 때 종이에 붓으로 미리 물을 많이 먹이면 물감이 퍼지게 되는데, 그 성질을 활용하면 더욱더 자연스러운 채색이 가능하다고 해요. 또 수채화 용지는 매우 두꺼워 종이가 잘 울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죠. 또 투명 수채화는 색의 농도를 흰색 물감 대신 물의 양으로 조절한대요. 평소 그림 채색에 소질이 없다고 여겨서 흥미가 없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수채화 컬러링의 채색법과 재미를 깨닫게 됐어요. 마치 수채화라는 보물을 발굴하러 간 느낌이었어요.

정송은(서울 도곡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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