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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불쌍하고 힘든 건 누구? 기성세대 예상 뒤엎은 MZ 답변 [MZ버스 엿보기]③

중앙일보

입력

“MZ세대가 ‘플렉스(과시소비)’ 한다는 데, 돈이 있어야 하죠.”

“일부 커뮤니티의 여혐 주장을 20대 남성의 전체 의견으로 일반화하지 말아 달라.”

MZ세대는 자신들에 대해 쏟아지는 일반화를 경계해 달라고 했다. 2030을 한 세대로 뭉뚱그려 설명하기에는 각자 다양한 개성과 특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합친 MZ세대의 범위가 다소 넓은 측면도 있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지난 7월 만 20~39세 251명을 대상으로 한 SNS 설문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쏟아졌다. ‘MZ세대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었더니, 한 응답자는 “선택적으로 조명되는 MZ세대의 특성은 2030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로 봐달라”고 말했다.

“10~20대 시절이 다르다”

MZ세대가 ‘다른 세대들이 2030일때와 다르다’고 생각하는것 같나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MZ세대가 ‘다른 세대들이 2030일때와 다르다’고 생각하는것 같나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MZ세대가 다른 세대들이 2030일 때와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9.0%(148명)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유모(34ㆍ남)씨는 “세대의 시대감정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M세대는 10~20대에 2008년 금융위기를, Z세대는 현재 코로나19라는 사건을 겪으며 어려운 상황을 보내고 있다”며 “586세대의 경우 10~20대에 87년 민주화, X세대는 IMF 외환위기를 겪었다. M세대와 Z세대가 겪은 사건들의 패턴이 기존 세대와는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2030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힘든 건 ‘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6.1%(191명)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20대의 부정 응답 비율이 83.0%(132명)로 30대의 응답 비율인 64.1%(59명)보다 20%포인트 높았다. 한 20대 여성 응답자는 “과거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세대임은 분명하다”면서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세대인 것도 맞다. 다만 그 기회가 (과거보다) 적으며 여건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세대 균열과 세대 담론을 연구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한국 청년층의 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율, 고용률 등의 지표가 악화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도 청년층의 다수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비관적이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20대 전반기에는 부모님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가로질러 자신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타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세대 아닌 불공정 기득권에 분노”

현재 마주한 현실로 인해 기성세대에 반감을 갖고 있나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현재 마주한 현실로 인해 기성세대에 반감을 갖고 있나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기성세대에 대해서도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주한 현실로 인해 기성세대에 반감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42.6%, 107명)는 응답과 “동의하지 않는다”(43.0%, 106명)는 의견이 비슷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아이디 ‘빈털터리’는 “부모 세대 역시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부모 세대라기보다 일부 불공정을 일삼은 기득권에 대한 분노가 있다”고 말했다.

30대 남성 응답자는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틀렸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 응답자는 “어릴 때부터 SNS를 통해 불공정, 불합리한 현상에 다 같이 분노하던 세대가 사회로 나왔다”며 “사회 곳곳에 뿌리 박힌 불합리를 MZ세대의 불평·불만이라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인터넷에서 적극적 의사표시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세계를 접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며 자란 경험이 있다.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성향이나 가치관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20세기 후반 탈산업화로 불안정 노동의 시기에 태어난 세대들은 공정성과 합리성, 그리고 자기에 대한 인식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힘든건 ‘나’인가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힘든건 ‘나’인가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MZ버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을 동반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30대 여성 응답자는 “기성세대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옳다’고 생각하는 면에서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세대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MZ세대 특유의 소비 지향적인 특성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의 공정성, 환경, 인권 등 소외됐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치관과 실행력을 가진 세대”라고 말했다.

“청년세대 문제가 곧 미래의 문제”

기성세대가 청년들이 처한 문제에 집중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한 20대 여성 응답자는 “한 세대의 특성을 하나로 정의해 일반화하기보다는 어떤 청년들은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갖는다고 매번 미시적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진욱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어느 세대가 더 중요하다, 덜 중요하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어느 세대가 미래와 직결돼 있느냐고 물으면 단연 청년세대”라며 “한국사회가 2030의 역동성을 받아들이면서 이들이 느끼는 불안정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경제적 부작용이 더욱 고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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