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빵·과자 줄줄이 대박 났다…‘확찐자’ 지갑 터는 ‘제로 슈거’

중앙일보

입력 2021.09.20 06:00

다이어트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늘면서 식품업계에서는 무당·저당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쉬

다이어트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늘면서 식품업계에서는 무당·저당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쉬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확찐자(살이 확 찐 사람)’가 된 A(37)씨는 최근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무설탕’ ‘저당’ 위주로 식품을 고르기 시작했다. 평소 즐겨 마시는 카페 라테 한 잔의 당 함유량은 30g에 달하지만, 대체당이 들어간 음료는 0~5g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달달한 간식을 무심코 섭취할 경우 앉은 자리에서 하루 당분 권장량인 50g(세계보건기구 기준)을 곱절로 섭취할 수도 있다.

A씨는 “살 뺀다고 무조건 굶거나 채소만 먹으면 나중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때 요요가 올 수밖에 없다”며 “좋아하는 간식의 단맛은 유지하되 당 섭취와 칼로리는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바디프로필 촬영 등 체계적인 몸매 관리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급증하면서 설탕을 빼고, 스테비아·알룰로스·올리고당 등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무당·저당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유통업체도 무설탕 식품 산업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당 줄인 몽쉘·왕소라 과자 출시  

롯데제과는 당을 없앤 제품을 선보이는 '제로(ZERO)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 롯데제과

롯데제과는 당을 없앤 제품을 선보이는 '제로(ZERO)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 롯데제과

롯데제과는 당을 아예 없앤 ‘제로(ZERO)’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처음 선보이는 제품은 ‘쁘띠몽쉘 제로 카카오’와 ‘가나 제로 아이스바’ 2종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포장 겉면에 ‘설탕은 제로, 달콤함은 그대로’라는 문구를 넣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무설탕 또는 저당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제품 설계에서부터 배합까지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대체감미료를 사용하더라도 기존 제품의 맛과 풍미를 그대로 살렸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맛짱, 트위스트, 왕소라형 등 과자를 당을 줄인 버전으로 출시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맛짱, 트위스트, 왕소라형 등 과자를 당을 줄인 버전으로 출시했다. 사진 이마트

대형마트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피코크는 초콜릿, 캔디 등 한 입 거리 간식에서 스낵류로 저당·무당 제품의 종류를 늘리고 있다. 지난 7월 ‘트위스트’ ‘고구마형’ ‘왕소라형’ 등 한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옛날 과자를 당을 줄인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조만간 판초콜릿, 머핀류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설탕을 최대한 줄이고 말토올리고당, 효소처리 스테비아 등을 사용해 당류 함량을 낮췄다”며 “맛은 그대로라서 고객 사이에서 품절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무가당 매출 62% 증가…저당밥솥까지    

당 함량이 높은 탄산 음료 시장에서 제로 칼로리는 인기다. 사진 언스플래쉬

당 함량이 높은 탄산 음료 시장에서 제로 칼로리는 인기다. 사진 언스플래쉬

소비자들은 당 함량을 낮춘 제품을 반기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피코크가 내놓은 저당·무당 제품의 올1~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증가했다. 신선식품 쇼핑몰 마켓컬리에서도 1~9월 판매된 무가당 제품의 매출이 62% 늘었다. 요거트 제품이 무가당 제품 판매량의 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두유·베이커리가 뒤를 이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키토(키토제닉·탄수화물 섭취를 줄인 식단) 베이커리 제품은 169%, 취사 과정에서 밥물을 분리해주는 저당밥솥의 매출도 69% 늘었다.

특히 탄산음료 시장에서 무설탕 제품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나랑드사이다’의 경우 2019년 약 16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약 35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 1월 칠성사이다 제로를 선보였는데, 출시 100일 만에 누적 판매량 3500만개를 달성했다.

“설탕 무조건 나쁘지 않지만, 제한해야” 

세계 각국이 비만 퇴치를 위해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쉬

세계 각국이 비만 퇴치를 위해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쉬

식품·유통업계에서 무당·저당 식단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설탕세(비만세)를 도입하는 등 비만 퇴치와 건강 증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설탕세 보고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당류 섭취를 제한하기 위한 설탕세는 1922년 노르웨이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후 2010년 이후부터 핀란드·프랑스·멕시코·미국·영국 등 30여개 국가에서 비만, 당뇨병 등의 질병을 감소시키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탕세를 도입했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실제 당류 섭취 감소로 이어지는 등 정책 효과를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의 과다 섭취가 비만, 당뇨병, 충치 등의 주요 원인이며 건강한 식품 및 음료의 소비를 목표로 세금과 보조금 등의 재정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설탕세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정윤화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피로할 때 맞는 수액 주사가 포도당인 것처럼 설탕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문제는 섭취량을 자제하지 못하는 식습관이기 때문에 단 음식을 좋아한다면 대체 감미료를 넣은 제품이 건강상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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