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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플라스틱’ 되살린 대딩들…지구 환경문제를 ‘언박싱’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지구언박싱 구성원들이 Zoom으로 정기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지구언박싱 제공

지난 7월 지구언박싱 구성원들이 Zoom으로 정기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지구언박싱 제공

“지구를 언박싱(unboxing)하면 뭐가 나올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구 언박싱’이라는 대학 동아리를 만든 홍동완(25)씨의 말이다. 인하대 환경공학과 4학년인 홍씨는 신입생 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혼자서 끙끙 앓곤 했다고 한다. 제대로 분리배출 되지 않는 쓰레기가 신경 쓰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자 “뭐라도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지난 4월 뜻이 맞는 동기 5명과 동아리를 만든 이유다. 친구들과 지구라는 상자를 ‘언박싱’해 그 안에 담긴 환경 이슈를 함께 고민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티끄리’로 시작한 도전

지구언박싱 구성원들이 인천시내 곳곳에 설치된 수거함에서 모인 티끌 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 지구 언박싱 제공

지구언박싱 구성원들이 인천시내 곳곳에 설치된 수거함에서 모인 티끌 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 지구 언박싱 제공

지구언박싱은 ‘티끌 플라스틱’에 주목했다. 크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재활용 선별 과정에서 탈락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병뚜껑, 소스 통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티끌 플라스틱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거나 소각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선 일일이 수거해 세척한 뒤 ‘업사이클링(Up-cycling)’ 업체로 보내야 했다. 지구언박싱은 이 작업에 뛰어들었다.

학교 곳곳에 티끌 플라스틱 수거함 ‘티끄리’를 설치했다. 하지만 티끄리를 채운 건 일반 쓰레기나 중형 플라스틱이었다. 티끌 플라스틱이 무엇인지, 왜 따로 수거하는지 사람들이 알 것이라 오판한 탓이었다. 덕분에 일이 늘었다. 시험 기간에도 수거함에 쌓인 쓰레기를 하나씩 골라내야 했다.

카드뉴스로 티끄리를 홍보하고 리워드를 내세워 참여를 북돋웠다.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참여가 늘었다. 환경부의 그린 캠퍼스 대학 환경동아리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활동에도 점차 힘이 실렸다.

지난 6월 지구언박싱 구성원들이 분류, 세척을 마친 티클 플라스틱을 포장해 업사이클링 업체에 보내고 있다. 사진 지구언박싱 제공

지난 6월 지구언박싱 구성원들이 분류, 세척을 마친 티클 플라스틱을 포장해 업사이클링 업체에 보내고 있다. 사진 지구언박싱 제공

제로 플렉스로 만난 더 큰 무대

계속된 도전에 인천시가 손을 건넸다. 인천시의 플라스틱 플렉스 제로(Plastic Flex zero) 캠페인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사람들이 티클 플라스틱을 모으면 그걸 재활용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되돌려주는 캠페인이었다. 활동무대가 학교 밖으로 넓어지며 일이 늘어나는 상황이었지만, 4학년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구언박싱의 대답은 “Yes”였다.

영화관, 은행 등에 설치된 수거함에서 티끌 플라스틱을 수거·분류한 뒤 깨끗이 씻어 재활용 업체로 보냈다. 티끌 플라스틱이 페트병의 라벨과 병목 고리를 뜯어내는 ‘플래닛 스틱’으로 재탄생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구나”하는 걸 느꼈다고 한다.

선별장에서 재활용되지 않은 티끌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 업체에 보내면 분해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만든다. 사진 인천시

선별장에서 재활용되지 않은 티끌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 업체에 보내면 분해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만든다. 사진 인천시

“환경 이슈가 일상이자 문화가 되길”

로우리트 콜렉티브가 티끌플라스틱을 분해해 만든 플래닛 스틱. 페트병의 라벨과 병목 고리를 뜯어내는데데 쓰인다. 사진 인천시

로우리트 콜렉티브가 티끌플라스틱을 분해해 만든 플래닛 스틱. 페트병의 라벨과 병목 고리를 뜯어내는데데 쓰인다. 사진 인천시

반 년간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동아리원은 어느덧 29명으로 늘었다. 다회용기를 사용한 뒤 인증하면 순위를 매겨 기프티콘을 주는 캠페인을 최근 진행했다. 학교 주변 상권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번 달부터는 친환경 요리팩, 세안팩 체험기를 공유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캠페인 참여자들이 환경 이슈를 일상이자 문화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게 지구언박싱의 바람이다.

대부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회원들은 “대학생만의 아이디어를 발판삼아 지구를 조금 더 언박싱 해보겠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리를 만들 때 품었던 ‘환경 흥신소’라는 꿈도 여전히 품고 있다. “시민들이 제보하면 우리가 흥신소처럼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거예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이런 노력이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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