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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은 왜 홍준표에 열광할까…붉은 속옷도 버린 그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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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상징색은 빨간색이었다. 마스크에 넥타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속옷까지 붉은색 계열을 입었다고 한다. 그의 성인 ‘홍(洪)’과 붉다는 의미의 ‘홍(紅)’은 발음도 같다. 그래서 ‘레드 홍’ ‘레드 준표’ 같은 ‘빨간’ 별명이 생겼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서울 자곡동 경상남도 남명학사 서울관을 방문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서울 자곡동 경상남도 남명학사 서울관을 방문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홍 의원에게서 더는 빨간색을 찾아보긴 힘들다. 요즘 홍 의원은 하늘색 마스크에, 넥타이는 주로 파란색 계통을 맨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집스럽다고 색깔을 바꾸라고 해서 바꿔본 것”(지난 6월 CBS 라디오)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홍 의원을 설명하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도 ‘변신’이다. 홍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초면인 기자들에게도 서슴없이 반말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선 존댓말을 쓰는 경우가 많다. 언론 인터뷰가 끝난 뒤 90도 인사를 하며 기자를 배웅한다는 이야기도 돈다. 예전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다.

자신에 대한 비판 및 지적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홍 의원이지만, 요즘은 대체로 ‘수긍 모드’이기도 하다. 16일 국민의힘 대선주자 첫 TV 토론회에서 진행자가 “그렇게 말아먹고 또 나왔냐” “역시 꼰대 느낌” 등의 홍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소개하자, 그는 “다 받아들이겠다. 앞으로 참고하겠다. 대통령이 돼서도 국민의 쓴소리를 다 듣겠다”고 답했다.

그래도 계속 건들면 발끈하긴 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이 참여한 지난 9일 국민의힘 ‘국민 시그널’ 면접에서 공격성 질문이 이어지자 홍 의원은 “면접관이 골수 좌파다. 질문을 배배 꼬아 답변이 난감했다”고 반응했다. 다만 과거 자신을 향한 쓴소리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의 대꾸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홍준표 후보(왼쪽)와 면접관으로 참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금천구 즐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가한 홍준표 후보(왼쪽)와 면접관으로 참가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모습이 한 화면에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달라진 홍 의원을 두고 야권에선 “사람이 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토론회에서 하태경 의원은 홍 의원을 겨냥해 “요새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다니고 있고, 조국 가족 수사에 대해선 도륙을 했다고 말씀을 했다”며 “국민의힘 원팀인지 민주당 원팀인지 이에 대해서 우려의 시선이 많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의 변신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이른바 ‘역선택’을 노린 의도적 행위란 취지다. 이에 홍 의원은 “지금 우리 당의 색깔은 빨간색ㆍ파란색ㆍ흰색, 삼색입니다”라고 답했다.

최근 홍 의원 지지율 급상승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이란 반응과 “역선택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 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공동조사인 전국지표조사 9월 3주차 조사(16일 발표) 결과에 따르면 ‘보수진영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은 29%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윤 전 총장(24%)보다 5%포인트 앞선 결과다. 반면 여야 대선주자들을 한데 놓고 묻는 ‘대선후보 적합도’에선 홍 의원은 14%를 기록해 이재명 경기지사(28%), 윤 전 총장(20%)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선 “역선택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보수진영 후보 만을 상대로 물었을 땐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교적 상대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홍 의원에게 지지를 몰아줬지만, 여야 후보를 모두 조사 대상으로 놓고 물었을 땐 홍 의원이 3위로 처진다는 것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양자대결의 경우엔 상황이 또 다르다. 민주당 후보를 이재명 지사로 가정했을 때 결과는 ‘이재명 45% vs 윤석열 37%’, ‘이재명 44% vs 홍준표 38%’로 이 지사와 홍 의원의 격차가 윤 전 총장의 경우보다 더 적다. 상대를 이낙연 전 의원으로 가정하면 ‘이낙연 40% vs 윤석열 37%’, ‘이낙연 38% vs 홍준표 42%’였다. 홍 의원은 이 전 의원을 앞선 반면 윤 전 총장은 이 전 의원에 3%포인트 뒤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젊은 층만 놓고 보면 홍 의원은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이기도 하다. 같은 조사에서 홍 의원은 ‘18~29세’의 청년층으로부터 30%의 지지율을 얻어 12%로 해당 세대 2위인 이재명 지사를 18%포인트 차로 앞섰다. 윤 전 총장은 7%로 4위였다. 홍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 청년세대는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컴백홍(홍준표로 돌아오라)’을 외치며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홍 의원 역시 추석을 앞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추석날 가족 모두 모여 컴백홍, 무야홍을 외쳐봅시다!”라고 화답했다.

이처럼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홍 의원이지만, 본선 경쟁력에 대한 보수층 내부의 의구심은 극복해야할 숙제로 지적받는다.  "비토층이 적지 않은 홍 의원으로 정권 교체가 과연 가능하겠는가"란 뿌리깊은 우려를 그 스스로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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