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방위 압박에도…"역사는 중국 편" 시진핑 주장, 근거 셋

중앙일보

입력 2021.09.19 05:00

지난 15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제 14회 전국체전 개막식이 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해 대회 개막을 선언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5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제 14회 전국체전 개막식이 열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참석해 대회 개막을 선언했다. [신화=연합뉴스]

“역사는 중국 편이다.”
지난 2018년 6월 22일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이 외교 수뇌부에게 한 연설의 결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무역 전쟁을 선언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당시 4년 만에 소집한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의 시 주석 연설을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렇게 요약했다.

시진핑 “중국은 발전, 세계는 변화의 시기” 

“국제 정세를 파악할 때는 정확한 역사관·정세관·역할관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근대 이후 가장 좋은 발전의 시기를 맞았고, 세계는 백 년간 없었던 변화의 시대를 맞았다. 두 국면이 동시에 겹치고 서로 충돌한다. 세계가 뒤바뀌는 과도기에는 국제 정세가 뒤바뀌는 규칙을 파악해야 한다. 역사가 휘감기는 동안 중국 외부 환경의 기본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외교를 총체적으로 기획·추진하라.”

시 주석의 이 말은 ‘동양(중국)은 떠오르고, 서양(미국)은 쇠퇴한다’는 동승서강(東昇西降) 논리로 다듬어졌다. 이 주장을 중국 공산당에서 이념과 선전을 연결하는 중앙선전부 이론국은 최근 『새로운 여정 면대면(面對面)』이란 책으로 엮었다. 최근에는 9500만 당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이론 학습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3장 “왜 중국 발전은 여전히 ‘전략적 기회 기간(重要戰略機遇期)’인가”에서 “과거 20년의 기회가 중국의 기적을 창조했고, 미래 30년 부흥이라는 꿈을 비약적으로 실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02년 16차 당 대회에서 처음 등장했던 ‘전략적 기회’라는 용어를 2049년 건국 100주년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행정부가 대서양 동맹과 태평양 동맹을 복원해 중국을 집단으로 압박해도 여전히 “역사는 중국 편”이라고 주장한다. 근거는 세 가지다.

핵 위협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 낮아 

첫째, 외부 환경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한다. 세계정세가 국부적으로 충돌이 여전하고, 테러리즘 요인이 여전하지만, 평화와 발전이 여전히 시대의 메인스트림이라는 논리다. 전쟁 대신 정치·대화·경제·무역·협상·문화·포용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갈등을 처리하는 주요한 방식이다. 핵으로 위협하는 상태에서 강대국 사이에 직접 전쟁이 폭발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중국의 발전이 외부 요인으로 저지당할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는 판단이 나온다.

4억 중산층, 내수기여도 60% 잠재력 여전 

둘째, 중국의 발전 잠재력이 여전히 거대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40년을 거치며 세계 1위의 제조업 대국으로 공업 인프라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갖췄다. 여전히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으로 발전의 불평등과 불충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4억 명이 넘는 중산층은 미국 인구보다 많고 유럽 인구의 1.5배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지출 기여도는 60% 미만이다. 선진국 평균치인 70%에 못 미친다. 내수 확대 공간이 여전하다는 근거다.

셋째, 중국 특색의 제도다. 중국은 정부와 시장 ‘두 개의 손’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이 각종 자원을 집중해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고 과시한다.

책은 최근 공동부유를 강조하는 배경도 설명한다. 외국 경험을 보면 1인당 GDP가 1만 달러가 되면 갈등이 집중한다. 여기에 주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외부 충격과 내부 갈등이 겹치면 위기가 닥친다. 불충분한 발전은 결국 불균형이 초래하기 때문에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이론국이 지난 6월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펴낸 이론서 『새로운 여정 면대면(面對面)』 책표지. 신경진 기자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이론국이 지난 6월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펴낸 이론서 『새로운 여정 면대면(面對面)』 책표지. 신경진 기자

“불평등 해소해야 생산력 높아져” 주장도 

특히 중국의 공동부유 논리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말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에서 출발했다. 단순한 성장·분배의 문제를 뛰어넘는다. 자오레이(趙磊) 서남재경대 교수는 최근 좌파 커뮤니티인 오유지향(烏有之鄉)에서 “공동부유는 단순한 생산력 개념도, 단순한 생산관계 개념이 아닌 변증법적 개념”이라고 말한다. 불평등을 해소해야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거 50년대 사유제를 폐지한 토지혁명에 이은 인민공사 운동이 수천만 명의 아사(餓死)로 끝났다는 사실은 무시한다.

선전부 이론국은 외부 환경에 피동적으로 끌려가지 말 것을 주문한다. “일상적인 제도로는 변화에 대처할 수 없고, 한가지 길로는 변화무쌍한 일에 대응할 수 없다(常制不可以待變化 一途不可以應無方)”는  도교 이론서인 『포박자(抱朴子)』의 구절을 인용한다. “달걀은 밖에서 깨면 음식이 되고, 안에서 깨면 생명이 된다”는 속담도 인용한다.

하지만 중국의 판단대로 세계정세가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중국과 전략 경쟁을 선언한 미국은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아프간에서 철군한 데 이어, 미국·영국·호주 ‘오커스(AUKUS)’ 삼각 안보 동맹을 결성했다. 중국을 겨냥한 해양 포위망을 구축했다. 서양 주도의 앵글로스피어의 캐나다·호주·뉴질랜드·영국의 첫 글자를 딴 ‘칸죽(CANZUK)’ 국가가 미국과 중국 포위망을 사실상 완성했다. ‘동승서강론’에 따라 ‘전략적 기회 기간’을 연장시키겠다는 중국의 셈법이 계속 유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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