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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하려던 男 혀 절단…"정당방위" 70대 여성 재심 또 기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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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56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70대 여성이 청구한 재심이 올해 초 기각된 데 이어 최근 항고도 기각됐다.

17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6일 피해자 A씨(75)가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청구한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를 기각했다.

A씨는 1964년 5월 6일(당시 18세) 자신을 성폭행하려 한 남성의 혀를 깨물어 1.5cm가량을 절단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은 특수주거침입죄와 협박죄만 인정받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56년 만인 지난해 5월 A씨는 한국여성의전화 등의 도움을 받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부산지법은 지난 2월 "오늘날과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이뤄진 일이며, 사회문화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해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는 지난 2월 17일 부산지방법원의 재심 기각 결정에 불복해 부산고등법원에 항고했으나, 법원은 최씨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 변호인단은 즉시 항고했지만,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6월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한 항고를 또다시 기각했다.

재판부는 "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들이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공소에 관여한 검사의 불법체포감금죄를 증명할 객관적이고 분명한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고, 재심 대상 판결에 관여한 법관의 소송지휘권 행사는 당시의 사회적·문화적·법률적 환경 하에서 범죄의 성립 여부와 피해자의 정당방위 등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한 A씨 측은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번 재심 기각결정문을 그대로 복사한 것처럼 똑같다"며 "(재판부가) 해당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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