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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레이저티닙에 도전”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잇달아 ‘잭팟’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의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에서 병원 관계자가 사용한 화이자 바이알을 들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울의 코로나19 백신접종센터에서 병원 관계자가 사용한 화이자 바이알을 들고 있다. [사진 뉴스1]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지난해 10조원을 뛰어넘는 기술수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추석 연휴 전까지만 놓고 보면 사상 최대 수준의 기술수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이날까지 총 18건의 기술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추석 직전인 14일 JW바이오사이언스가 스웨덴 암 초기진단 장비 개발·판매 기업인 이뮤노비아와 바이오마커(biomarker·생체표지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JW바이오사이언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이뮤노비아가 자사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사진 이뮤노비아 캡쳐]

JW바이오사이언스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이뮤노비아가 자사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다. [사진 이뮤노비아 캡쳐]

녹십자랩셀·제넥신, 조 단위 계약 

계약 규모를 비공개한 기술이전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국내 기업이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 중 조(兆) 단위 계약은 2건이다. 지난 1월 GC녹십자랩셀(GC셀)의 미국 관계사(아티바테라퓨틱스)가 미국 머크(국내명 MSD)와 최대 18억6600만 달러(약 2조900억원) 규모의 NK세포치료제 관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제약업계 사상 국내 제약사가 2조원 이상의 기술수출을 기록한 것은 한미약품·알테오젠에 이번이 세 번째다. ▶[단독] 녹십자랩셀 항암제, 미국 머크에 기술수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바이오기업 제넥신도 역대급 계약을 따냈다. 제넥신은 자체 개발한 면역 항암제 기술(GX-I7)을 지난 2월 인도네시아 기업인 KG바이오에 수출했다. 총 1조2000억원을 받고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호주·뉴질랜드·인도 등에서 GX-17 사용권을 넘기는 내용이다. 계약 지역에서 발생한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도 포함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올해 대형 기술이전 계약의 특징은 국내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기업이 쌍끌이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우수한 기술을 수혈하려는 다국적 제약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술 출 방법을 몰랐던 국내 신생 바이오 기업도 노하우를 익히면서 기술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형 제약·바이오 기술이전 사례·규모. 그래픽 김영희 기자

올해 대형 제약·바이오 기술이전 사례·규모. 그래픽 김영희 기자

유한양행 사례 나오자 투자·공동연구 줄이어 

대규모 기술이전 소식이 이어진 또 다른 배경은 국내 제약사에서 확산하고 있는 개방형 혁신 트렌드가 꼽힌다. 개방형 혁신은 혁신에 유리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형 제약기업이 인수해 글로벌 기업에 수출하는 형태다.

유한양행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벤처기업인 제노스코로부터 비(非)소세포 폐암 표적항암제(성분명 레이저티닙) 개발 권리를 넘겨받았다. 이 성분을 활용한 제품(렉라자)을 2018년 미국 얀센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유한양행은 올해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자회사 이뮨온시아가 중국 3D메디슨과 5400억원 규모의 항암 신약 후보 물질(IMC-002)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과 미국의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합작해 설립한 면역 항암제 바이오 벤처다.

이처럼 개방형 혁신 성공 사례가 이어지자 국내 제약사는 지분 투자나 공동 연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유한양행은 올해 항체신약 개발 기술을 보유한 에이프릴바이오에 100억원을 추가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spin-off·분사)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기업 웰트는 한독으로부터 30억원의 지분 투자를 유치했고, 대웅제약은 지난 8월 한올바이오파마와 함께 미국 보스턴 소재 신약개발회사 알로플렉스에 100만 달러(약 11억7000만원)를 공동 투자했다.

연도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규모. 그래픽 박경민 기자

연도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수출 규모. 그래픽 박경민 기자

대웅제약 펙수프라잔, 2개사에 기술이전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와 기술 협력을 체결한 미국 머크(국내 사명 MSD) 본사. [사진 머크]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와 기술 협력을 체결한 미국 머크(국내 사명 MSD) 본사. [사진 머크]

이뮨온시아 이외에도 대웅제약·레고캠바이오 등이 올해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한 기업이다. 대웅제약의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펙수프라잔)이 미국(뉴로가스트릭스·4800억원)과 중국(상해하이니·3800억원) 제약사의 선택을 받았고,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가 레고켐바이오의 항체-약물접합체기술을 찜했다(4237억원).

기술이전이 일회성 판매에 그치기보단 향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대목도 주목받는다. 특정 신약 후보 물질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비율 대비 플랫폼 기술 수출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서다.

“임상3상 급증…선진국 모델로 변신 중”

실제로 올해 최대 규모 계약인 GC녹십자랩셀은 물론, 알테오젠·레고캠바이오 등 올해 기술 이전 사례의 상당수가 플랫폼 기술 수출 방식이다. 알테오젠이 인도 인타스파마슈티컬스와 체결한 기술(인간히알루로니다제)은 정맥 주사용 의약품을 피하 주사용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항암제(21.5%)·대사 질환(11.7%)·신경계통 질환(9.9%)·감염성 질환(7.6%)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 중”이라며 “특히 가장 많은 비용·시간이 드는 임상3상이 2018년 대비 274% 늘어날 정도로 적극적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한 덕분에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선진국형 모델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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