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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판된 '대체주택' 시장...그런데도 정부는 규제완화 카드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비아파트 면적 기준,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서울 시내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비아파트 면적 기준,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서울 시내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모습. 뉴스1

최근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도시형생활주택 등 이른바 대체주택 청약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대체주택 시장에 눈을 돌린 실수요자에 투자 수요까지 가세해 수백 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주택 공급 부족 대안으로 대체주택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해 투기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876실 모집에 57만5950건의 청약 건수가 접수돼 최고 6049대1, 평균 657대1의 경쟁률 기록했다. 이달 초 경기 광명시에서 분양한 주거용 오피스텔인 '광명 퍼스트 스위첸'은 275실 모집에 총 1만92건이 접수돼 평균 36.7대1, 최고 150.8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6일 청약한 경기 성남시 판교 대장지구의 도시형생활주택인 '판교 SK뷰 테라스'도 평균 316대 1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아파트 청약과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등을 따지지 않고 100%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다. 재당첨제한, 세대주와 무관하게 청약할 수도 있다. 거주의무 기간, 전매제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보니 실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도 몰리고 있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이런 비(非)아파트의 청약 일정을 공유하고 전매방법 등에 묻는 글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특히 당첨 직후 전매가 가능한 일부 청약의 경우 일단 당첨만 되면 손쉽게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묻지마 투기'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주변 지인이 청약신청금 200만~300만원을 내고 당첨되면 곧바로 프리미엄 수천만원을 붙여 전매할 수 있다며 생활형숙박시설과 오피스텔 청약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경우 청약 당첨자가 발표된 이후 견본주택에는 당첨자와 매수 대기자가 대거 몰리기도 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당첨자와 매수자를 현장에서 연결해주는 이른바 '떴다방'이 등장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전매가 가능하다 보니 실제 평형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2억원가량의 웃돈이 붙은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 공급이 급한 정부는 지난 15일 '주택공급 관련 민간업계 건의사항 조치계획'을 발표하면서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대체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체주택을 3~4인 가구도 살 수 있는 아파트처럼 짓도록 규제를 완화해 당장의 공급난을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파트 공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봉책인 대체주택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의 투기 수요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대체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가 아파트 가격 안정에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투기 수요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데 너무 공급 측면에서만 접근하다 보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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