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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러브호텔...일본선 이런 '솔로 활동' 뜬다 [도쿄B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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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놀기의 달인'이라고 자부하는 당신, 어디까지 해 보셨습니까? '혼고기(혼자 고기굽기)'나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술(혼자 음주)'이야 요즘 시대엔 어렵지 않은 도전이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요. 혼자 열기구 타기, 나홀로 바비큐, 혼자 '러브호텔' 가보기 등등.

일본 드라마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에서 좋아하는 동물 사진을 맘껏 찍기 위해 혼자 동물원을 찾은 주인공. [사진 방송화면 캡처]

일본 드라마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에서 좋아하는 동물 사진을 맘껏 찍기 위해 혼자 동물원을 찾은 주인공. [사진 방송화면 캡처]

올해 봄 일본 TV도쿄에서 방영된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사오토메는 이 모든 종목을 '클리어'합니다. '솔로활동'이란 번역이 다소 어색하지만 일본어로는 '소로카츠(ソロ活·솔로+활동)'라고 하죠. 취업활동을 '슈카츠(就活)', 결혼을 위한 활동을 '콘카츠(婚活)'라고 부르는 일본에서 혼자의 시간을 충실히 누리는 활동을 뜻하는 '소로카츠'가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신조어로 떠올랐습니다.

'소로카츠' 드라마의 원조로는 '혼자 밥먹기'를 권하는 '고독한 미식가'를 빼놓을 수 없겠죠.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은 '고독한 미식가'의 여성편이라 할 만합니다. 매회 새로운 이벤트에 홀로 도전하는 주인공은 "혼자 하면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하면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흔히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고 하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거죠. "맛있는 건 혼자 먹어도 맛있다. 아니 맛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으니 혼자 먹는 게 더 맛있다"고요.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하는 볼링은 스포츠의 진짜 성취감을 알게 해주고, 혼자 탄 롤러코스터는 인생 처음 마음껏 절규하는 기회를 선물하죠. 혼자 간 러브호텔에선 푹신한 침대와 널찍한 욕조의 장점을 맘껏 누려봅니다.

일본 드라마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에서 혼자 러브호텔을 찾아 '꽃잎목욕'을 즐기는 주인공. [사진 드라마화면 캡처]

일본 드라마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에서 혼자 러브호텔을 찾아 '꽃잎목욕'을 즐기는 주인공. [사진 드라마화면 캡처]

'같이'보다 '혼자'가 편한 사람들

혼자 잘 놀기를 위한 드라마까지 나온 건 시대의 요구 같기도 합니다.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지만 일본에선 이미 90년대부터 '연애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자주 이슈로 거론됐습니다. 이성 교제에 흥미가 없는 이들을 뜻하는 '초식남' '건어물녀' 등의 표현이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고요. 이런 경향은 결국 낮은 혼인율과 출산율(일본의 2019년 합계출산율 1.36명)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일본 도쿄대 연구에 따르면 일본에서 '연애하는 사람들'은 지난 30년간 꾸준히 줄었다고 합니다. 18~39세 인구 중 '결혼 상태도 아니고 이성 교제도 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1992년과 2015년을 비교하면 남성은 40.3%에서 50.8%로, 여성은 27.4%에서 40.7%로 늘어났죠.

지난 8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8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을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5년마다 하는 조사의 최신 버전인 2016년 조사에선 18~34세 미혼자 가운데 교제 중인 이성이 없는 남성이 전체의 69.8%, 여성은 59.1%에 달했습니다. 1987년 조사 이래 최고치였죠.

장기 불황 속에서 '내 한 몸 챙기기도 힘든' 상황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실제로 도쿄대 조사에서 소득이 적거나 정규직 고용이 아닌 사람들일수록 이성 교제를 원치 않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얕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을 깊이 공유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관계'인 연애를 꺼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사회문제 '고독'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는 이런 경향을 더욱 심화시켰을 겁니다. '거리 두기'와 '대면 만남 금지'가 생활 수칙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누군가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가 새로운 인류의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솔로활동'의 원조격 드라마인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 [사진 도라마코리아]

'솔로활동'의 원조격 드라마인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 [사진 도라마코리아]

일본에서는 단지 고독을 호소하는 상담 전화 건수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극단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일본의 지난해 자살자 수는 2만 919명으로 1년 전보다 3.7% 증가했는데요.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차츰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겁니다.

특히 여성의 자살 증가율이 남성에 비해 크게 높았죠. 원인을 단지 고독이나 외로움으로 돌리긴 어렵지만, 코로나19로 심화한 경제적 곤궁 상황에 정서적 고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솔로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2018년 '고독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한 영국의 사례를 따라 고독·고립 문제 담당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곤란을 해소해주는 것 외에 나라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각자가 혼자의 시간을 만끽하는 솔로활동의 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타인과의 관계가 버겁고, 사회적으로도 혼자 있기를 권장하는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무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솔로활동 여자의 추천' 주인공은 마지막 회에서 '홀로 온천·사우나'를 마친 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이렇게 권합니다. "솔로활동은 나를 알아가는 행위이기도 하고, 나를 위로하는 행위이기도 하며, 서툴렀던 것들에 다가갈 기회이기도 하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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