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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았다, 며늘아 와라""이젠 시댁 안갈 명분이 없네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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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사이좋은 집이라도 안 만난다는 주의였는데 올해는 아버지 세대들이 백신 맞고 기다리시는데….” (30대 김모씨)

“안 간다고 할 명분이 없어요.” (20대 A씨)

두 번째 코로나 추석 풍경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정체를 빚고 있다. 뉴시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 서울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이 정체를 빚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두 번째로 맞는 추석이 돌아왔다. 고향 등 방문을 앞둔 며느리 등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속내를 들어봤다.

최근 회원 수 300만 명에 이르는 한 맘 카페에는 추석 때 고향에 갈지, 여행을 갈지 등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를 강조하면 연휴 때 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글에는 “코로나19를 강조할 거라면 ‘집콕’ 해야 한다” “코로나19 무섭다면서 여행 간다고 하면 시댁 화낸다” “부모님 댁도 안 가는데 집콕이다” 등과 같이 집에 있겠다는 댓글이 대다수였다. 한 네티즌은 “코로나19 핑계 댈 거면 여행은 생각하지 말아라”라고도 했다.

백신 접종 후 기다리는 시부모

본격적인 추석연휴를 앞두고 17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본격적인 추석연휴를 앞두고 17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두 번째 코로나19 추석’은 지난해 추석과 달라졌다고 말하는 며느리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가 가져온 변화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시댁 등을 안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도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여)씨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너무 오래 못 만났다. 올 추석은 최대한 집 밖으로 안 나가고 명절을 조용하게 보내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명절 땐 아예 못 뵀으나 올해는 어르신(시부모)들이 대부분 백신을 맞아 기다리고 계신 눈치”라고 했다.

주부 A씨(32·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제는 안 간다고 할 명분이 없어요. 솔직히 코로나19여도 마트도 가고 문센(문화센터)도 다 가는데 시댁만 안 간다고 못 하죠. 코로나19가 벌써 2년째인데. 그때 군대 갔던 애들이 제대했다는데요. 그게 되는 며느리들은 그냥 시댁에 가기 싫은 핑계 아닐까요….”

“간만에 느끼는 명절 분위기” 

추석 연휴를 앞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경궁 풍기대에 대형 모형 보름달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추석 연휴를 앞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경궁 풍기대에 대형 모형 보름달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오랜만에 느끼는 명절 분위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결혼 5년 차 직장인 K씨(여)는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조심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신경 안 쓰고 다들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가족끼리 만나는 건데 솔직히 누가 뭐라 하겠나”라고 말했다.

수도권 등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에서도 17일부터 1주일간 백신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8명이 집에서는 함께 모일 수 있다. 서울에 사는 결혼 2년 차 대학원생 이모(여)씨도 “시부모님 등 백신 접종 완료한 집안 어른들끼리 모여 간단한 밥 한 끼 먹기로 했다”며 “아무래도 올해는 (감염 걱정 등에서) 마음이 편하다. 간만에 명절 기분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추석 명절에 8인 모임이 가능하지만 가급적 최소한으로 모이고 방역수칙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추석 때 인구 대부분 이동은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가게 돼 있다. 최대한 이동 자제를 일단 부탁드렸다”며 “가족 간 만남이 있다면 짧게 만나고 최대한 환기해 주길 거듭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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