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사이좋은 집이라도 안 만난다는 주의였는데 올해는 아버지 세대들이 백신 맞고 기다리시는데….” (30대 김모씨)
“안 간다고 할 명분이 없어요.” (20대 A씨)
두 번째 코로나 추석 풍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두 번째로 맞는 추석이 돌아왔다. 고향 등 방문을 앞둔 며느리 등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속내를 들어봤다.
최근 회원 수 300만 명에 이르는 한 맘 카페에는 추석 때 고향에 갈지, 여행을 갈지 등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코로나19를 강조하면 연휴 때 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글에는 “코로나19를 강조할 거라면 ‘집콕’ 해야 한다” “코로나19 무섭다면서 여행 간다고 하면 시댁 화낸다” “부모님 댁도 안 가는데 집콕이다” 등과 같이 집에 있겠다는 댓글이 대다수였다. 한 네티즌은 “코로나19 핑계 댈 거면 여행은 생각하지 말아라”라고도 했다.
백신 접종 후 기다리는 시부모
‘두 번째 코로나19 추석’은 지난해 추석과 달라졌다고 말하는 며느리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가 가져온 변화다. 이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시댁 등을 안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도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여)씨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너무 오래 못 만났다. 올 추석은 최대한 집 밖으로 안 나가고 명절을 조용하게 보내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명절 땐 아예 못 뵀으나 올해는 어르신(시부모)들이 대부분 백신을 맞아 기다리고 계신 눈치”라고 했다.
주부 A씨(32·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제는 안 간다고 할 명분이 없어요. 솔직히 코로나19여도 마트도 가고 문센(문화센터)도 다 가는데 시댁만 안 간다고 못 하죠. 코로나19가 벌써 2년째인데. 그때 군대 갔던 애들이 제대했다는데요. 그게 되는 며느리들은 그냥 시댁에 가기 싫은 핑계 아닐까요….”
“간만에 느끼는 명절 분위기”
오랜만에 느끼는 명절 분위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결혼 5년 차 직장인 K씨(여)는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길까 봐 조심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신경 안 쓰고 다들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 가족끼리 만나는 건데 솔직히 누가 뭐라 하겠나”라고 말했다.
수도권 등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에서도 17일부터 1주일간 백신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8명이 집에서는 함께 모일 수 있다. 서울에 사는 결혼 2년 차 대학원생 이모(여)씨도 “시부모님 등 백신 접종 완료한 집안 어른들끼리 모여 간단한 밥 한 끼 먹기로 했다”며 “아무래도 올해는 (감염 걱정 등에서) 마음이 편하다. 간만에 명절 기분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추석 명절에 8인 모임이 가능하지만 가급적 최소한으로 모이고 방역수칙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추석 때 인구 대부분 이동은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가게 돼 있다. 최대한 이동 자제를 일단 부탁드렸다”며 “가족 간 만남이 있다면 짧게 만나고 최대한 환기해 주길 거듭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