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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설립 1주 뒤 ‘자산관리사 포함 땐 가점’ 공모 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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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호 04면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증폭 

막대한 개발 이익으로 논란이 되는 ‘화천대유’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 단계에서 참여한 유일한 자산관리회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이기인(국민의힘) 성남시의회 의원이 확보한 성남도시개발공사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단계에서 자산관리회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성남의뜰이 유일했다.

당시 민간사업자 공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3개의 컨소시엄은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르츠종합금융증권·외환은행) ▶‘성남의뜰 컨소시엄’(하나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하나자산·화천대유) ▶‘산업은행 컨소시엄’(산업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대우증권)이었다. 은행과 증권사로만 구성된 2개의 컨소시엄과 달리 ‘성남의뜰’만 유일하게 자산관리회사를 포함했다.

이 의원은 “자산관리회사의 포함 여부가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모 구조였다”며 “화천대유를 포함한 성남의뜰이 선정된 과정은 누가 봐도 특정 회사를 내정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실제로 2015년 2월 13일에 공표된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에는 평가 항목으로 ‘자산관리회사 설립 운영계획’이 포함됐다. 사업계획(650점)과 운영계획(350점)으로 구분된 배점표에서 자산관리회사 부분은 운영 계획상에서 상대평가 방식으로 총 20점이 배점됐다. 이미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한 뒤 공모에 참여한 성남의뜰이 다른 컨소시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사 기준은 앞서 논란이 된 화천대유의 설립 시기와도 맞물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화천대유는 민간사업자 공모가 나기 일주일 전인 2015년 2월 6일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신생 회사다. 다만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공모지침에 “자산관리회사의 경우에는 공모 공고일 이후에 설립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업신청자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다른 경쟁사는 공모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자산관리회사를 만들거나 영입하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며 “반면 성남의뜰은 사전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준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천대유 관계자는 “당시에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가 나온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법인이 자산관리회사가 필요한 건 당연하기에 미리 준비했던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과 이 지사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놓고 서로 상대를 겨누는 모양새다. 먼저 화천대유 소유주 김모씨(전직 언론인)가 화천대유 설립 7개월 전 이 지사와 인터뷰를 한 것이 야권에서 ‘측근 비리’ 의혹의 대상이 됐지만, 이 지사는 “인터뷰 후론 한 번도 본 적 없다”(14일 기자회견)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무죄(7 대 5) 판결에서 다수의견(무죄)에 섰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 이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된 것 역시 “예사롭지 않다”(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은 16일 “친분이 있던 A씨(언론인 김씨)로부터 제안이 와서 받아들였다. (특혜 의혹 등) 해당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화천대유에 또 다른 유력 인사들이 참여한 것을 두고도 서로 의심하고 있다. 야권은 현직 고문인 권 전 대법관뿐 아니라, 국정농단 사건을 맡았던 박영수 전 특검(2015년~2016년, 고문)과 그의 딸(2015년~최근, 직원)이 근무했던 점, 과거 이 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호한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도 초기에 자문 변호사를 맡았었던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 지사 측에선 “오히려 야권 사람들 아니냐”고 했다. 박 전 특검은 2017년 국민의당 추천으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임명했고, 강 전 지검장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추천했던 인물이라서다. 여기에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7년간 근무한 데다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도 고문으로 재직했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3억5000만원 투자로 4040억원 배당금을 받은 성남의뜰 보통주 주주 중 천화동인 2~7호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도 양측이 치킨게임을 벌이는 배경 중 하나다. 언론인 출신 김씨가 소유한 화천대유(577억원), 화천대유가 소유한 ‘천화동인 1호’(1208억원)에 흘러간 배당금은 확인됐지만, 나머지 2832억원을 배당받은 투자자 6명(천화동인 2~7호 실소유주)이 누구인진 밝혀진 게 없다.

국민의힘은 6명 명단을 확인해 “속칭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김은혜 의원)고 주장한다. 다만 이 지사 측도 “주주들이 누군지 우리도 너무 궁금하다. 법적(자본시장법)으로 주주 명단을 강제 확인할 수 없으니 수사든 뭐든 다른 방법으로라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이 지사만 타격을 입는다. 야당은 빨리 고발을 하든가, 아니면 (수사기관이) 인지수사라도 빨리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지사가 떳떳하다면 국감장에 증인으로 나와 증언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며 “마침 이 지사도 수사를 공개 의뢰한 만큼 검찰과 공수처는 지체 없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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