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클리닉

혈액형 다른 남편에게 간이식 성공, 아내 사랑 빛났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18 00:21

업데이트 2021.09.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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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호 26면

라이프 클리닉 

43세의 회사원 A씨는 정기검진에서 비교적 크기가 작은 간암 덩어리를 두 개 발견했다. 그는 B형 간염을 수직 감염(엄마로부터 출생 시 감염)된 상태로, 술 담배도 안 하는 건실한 생활을 해오던 터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전업주부 아내가 있는 상태로, A씨의 건강상태는 가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건강 검진결과를 들고 매우 불안한 상태로 아내와 같이 병원에 왔다. A씨의 조영 증강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를 보니 한 개의 간암 덩어리가 오른쪽 간의 깊숙한 부위에 2㎝, 다른 하나는 왼쪽 간의 심장 가까운 부위에 1㎝ 크기로 있었고 비장 종대를 동반한 간경화가 확인됐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느 정도 간암 치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던 A씨는 수술적 치료보다는 내심 고주파 열치료나 간동맥 화학 색전술 치료를 희망하고 있었다.

간암 국소적인 치료 성과는 단기적

고주파 열치료는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피부를 통해 전극이 부착된 몇 개의 바늘을 종양 내에 삽입한 후 고주파를 발생시켜 100도 정도의 고열로 약 30분 정도 종양을 직접 태우는 간암 치료법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심장 가까운 부위에 간암이 있는 만큼 심장에 손상을 줄 수 있어 곤란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그가 희망했던 치료법은 간동맥 화학 색전술만 남았다. 사타구니에 위치한 대퇴동맥을 통해 2~3㎜ 굵기의 관을 삽입해 간동맥으로 접근한 후 혈관 조영제를 주사해 간암의 위치와 크기, 혈액공급 양상을 확인하고 종양으로 가는 확실한 동맥을 찾아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넣는 방식이다. A씨에게는 일단 간동맥 화학 색전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고주파 열치료나 간동맥 화학 색전술 등 간암의 국소적인 치료의 단기 성과는 상당히 우수하지만 장기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치료 후 5년 재발률이 70%에 달한다. 간암이 간염으로 이미 오염된 간 조직에서 발생하므로 간암의 재발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간암뿐 아니라 간염으로 발병한 간경화를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은 간이식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A씨 부부에게 이해시키고 우선 간장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뇌사자의 장기 기증 절대 수가 현저히 적어 간암이라는 질병만으로 뇌사자로부터 간장이식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뇌사자로부터 기증된 거의 모든 간은 응급을 요하는 간경화 말기나 급성 간부전 환자에게 배분된다. 이따금 뇌사자의 간 크기가 커서 분할이 가능하거나 뇌사자가 기증한 간을 할당받기를 거부하는 경우엔 응급도가 덜한 대기자에게 뇌사자 간이식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은 수 시간 이내에 이뤄지므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와 환자와의 즉각적인 소통과 결정이 필수다. 1년에 수 건 이내지만 다행히도 서울성모병원에서 이런 과정으로 시행된 간이식 결과가 매우 좋다.

A씨는 4주 간격으로 두 차례의 간동맥 화학 색전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3개월마다 추적 검사를 받던 중 1년째의 추적 검사에서 오른쪽 간의 색전술 시행 부위의 간암 크기가 커지고 간암의 활성도가 증가하는 재발 소견이 발견됐다. A씨는 고심 끝에 추가 색전술 대신 간이식을 선택했다. 뇌사자 간이식을 기다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을 고려해 A씨의 배우자는 생체 부분 간이식의 공여자로 적극적으로 나섰다. A씨는 혈액형이 O형이었고 배우자의 혈액형은 B형으로 혈액형이 부적합했으나 기증자 검사상 다른 문제는 없었다. 현재 혈액형 부적합 공여자로부터의 고형장기이식 성적은 매우 좋은 편이다.

복강경 통한 절제술로 흉터 최소화

생체 간이식에서 혈액형 부적합 장기가 이식되면 거부반응의 횟수와 강도가 상당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걱정에서 거의 벗어난 상황이다. 강력한 면역 억제제를 이식 수혜자에게 투여하고 혈장교환술이나혈장여과술을 수차례 반복해 해당 항체를 최소화함으로써 거부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오히려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추가로 사용해 각종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는 위험이 현실적인 고려사항이다. 아무튼 A씨는 약 2주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배우자의 간을 제공받아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생체 간이식은 공여자의 입장에선 수혜자에게 새 생명에 가까운 장기의 일부를 제공하는 정신적인 보람이나 기쁨을 제외하면 육체적으로 득이 될 게 전혀 없다. 성인이 생체 간이식을 할 때는 통상 우간(과거 간우엽이라 칭함)을 제공하게 되는데 개인에 따라 65% 정도까지의 간을 공여자로부터 절제해 수혜자의 간을 완전히 제거한 후 그 자리에 이식한다. 공여자에게 남겨지는 간은 급속도로 자라 수주 이내에 원래 크기의 90% 가까이 커진다. 간 기능도 회복돼 공여자는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공여자 회복의 속도나 수술 후 겪는 통증의 감소 정도는 공여자의 자발성 정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고 느껴지지만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간이식을 받는 수혜자보다 공여자가 이식 수술 후 상당 시간 지났는데도 더 아파하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생체 간이식을 하는 경우 이식의 주인공은 공여자다. A씨의 배우자에게는 흉터가 잘 보이지 않게 가려주려는 목적으로 복강경을 통한 우간 절제술을 통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간이식 수술 다음 날 오전 회진에서 자신의 고통보다 A씨의 안위를 걱정하는 공여자의 얼굴은 빛이 난다. 천사의 모습을 본 우리 간이식팀은 전날의 어렵고 힘든 간이식 수술의 피로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유영경
1998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간경화·간암·간이식과 담도암·췌장암 등 간담췌질환 분야의 권위자다.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술로 유명한 일본 교토대학에서 2년간 연수했다. 이후 유럽에서 기증자 간이식을 가장 많이 한 센터 중 하나인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병원 간연구소 소장인 나이젤 히튼 교수로부터 뇌사자 간이식 수술 연수도 마쳤다. 단일통로(싱글포트)복강경 시술법으로 간 절제 300여 건을 시행, 국내 최다 및 세계 기록을 보유했고, 이 중 70여 건을 간암 절제에 적용해, 환자 만족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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