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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답사 여정 농축한 오세영, 50년 시 편력 영문판 낸 최동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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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호 18면

코로나 팬데믹도 시인의 상상력을 가두지는 못한다. 팬데믹 이전이지만 광활한 실크로드 일대를 오랜 시간 답사한 경험을 농축한 테마 시집이 나오고, 평생의 시 편력을 압축한 시선집이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다. 오세영(79), 최동호(73), 두 중진시인 얘기다.

오세영

오세영

실크로드 시집은 오세영 시인의 경우다. 시인은 어려서부터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1994년 쉰을 막 넘겨 기회가 찾아왔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를 출발해 타클라마칸, 파미르고원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이후 2018년 아제르바이잔·조지아·아르메니아를 둘러보기까지 시인의 발길은 실크로드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밟는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시집이  『황금모피를 찾아서』(문학사상). 14개 지역별로 구분해 전체 90여 편의 시를 나눠 실었다. 실크로드 이미지에 맞는 이종상 화백 그림을 보탰다.

최동호

최동호

최동호 시인의 영문판 시선집 『Monarch Butterfly(제왕나비)』는 텍사스대학과 관련 있는 문두스아티움 출판사에서 나왔다. 1976년 『황사바람』부터 2019년 『제왕나비』까지 50년 시쓰기의 성과를 51편에 집약했다. 김구슬 협성대 명예교수, 영화 ‘기생충’의 영어 자막을 만든 미국인 달시 파켓이 공동 번역하고, 문두스아티움의 편집 자문위원이자 작가·음악가인 제임스 맨티스가 영문 해설을 썼다. 그런데 맨티스의 해설이 간단치 않다. “자아와 물질주의의 구속에서 벗어난 관찰의 세계로 안내하는 시편들”이라고 평했다.

두 시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시와 거리두기를 해왔다는 점에서도 서로 통한다. 그런 점을 한글 시집이든 영문 시선집에서든 확인할 수 있다.

오 시인의 ‘우리 사는 곳-명사산에서’에는 이런 시행들이 보인다.

“수면에 떠 가냘프게 흔들리는/ 예살라이 꽃잎 몇 개./ 빈 하늘 떠도는 한 마리/ 검독수리 그림자./ 그리고 나를 응시하는 또 다른 내/ 눈동자./ 자네는 무엇을 보았나./ 매운 모래바람 정면으로 받으며/ 해를 굴리는 지평선 끝 사내를 보았나?”

최 시인 시선집의 표제작 ‘Monarch Butterfly’는 선시 같다.

“A butterfly grasping the earth/ Spreading its tiger-striped feathers/ Above the waves is flying(파도 위로 호랑무늬 깃을 펼치며/ 대지를 움켜쥔/ 나비가 날고 있다)”. 리듬감까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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