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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도 배고프다? 당신에게 '소리 없는 살인자' 온 증거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벌써 네 번째 명절을 맞이했습니다. 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에 몸도 마음도 지쳐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을지 모릅니다. 특히 만성질환은 한 번 생기면 되돌리기 어려운 질병입니다. 이미 몸에서 보내고 있는 신호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지 추석 연휴 동안 소홀했던 나와 가족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겨보는 건 어떨까요.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분야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증상 있다면 만성질환 의심하세요’ 체크리스트 다섯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첫번째는 당뇨병입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민세희 교수의 도움을 받아 당뇨병으로부터의 건강 지키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40대 중반 직장인 김모씨는 올 초 건강검진 때 공복혈당 장애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공복혈당 수치가 103mg/dl로 전년보다 쑥 올랐다. 김씨의 허리둘레는 95㎝로 복부비만이다. 최근 피로감과 눈의 침침함, 손·발 저림 등을 자주 느낀다고 한다. 김씨는 “혹시나 당뇨병이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0명 3명 당뇨병 사실 몰라 

당뇨병은 흔한 질환이다.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앓을 정도다. 급증한 원인은 다양하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영양 과잉, 운동부족, 비만, 스트레스 등으로 분석된다. 65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27.6%로 올라간다.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 장애 진단도 늘어 유병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10명 중 3명이 본인이 당뇨병을 가졌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이다. 무증상 당뇨병이 오래 방치될수록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당뇨병은 섭취한 음식물이 에너지로 바뀌는 대사과정이 고장 나 발생한다. 보통 건강한 사람은 음식을 먹으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돼 혈당이 급속하게 높아지는 것을 조절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가 부족하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아 문제 된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다. 핏속 당이 과하면, 지방질과 여러 염증 물질 등이 혈관 벽에 붙어 쌓인다. 혈관이 좁아지고 심할 경우 아예 막히게 된다.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하지만 심한 고혈당이 아니라면 대부분 증상이 없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당뇨망막병증이나 당뇨병성 신장병증, 당뇨발,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눈·신장·발·심장 등에 생겨 평생 시달릴 수 있다.

혈당 체크기 자료사진. 사진 픽사베이

혈당 체크기 자료사진. 사진 픽사베이

당뇨병 '자가체크'

우선 자가체크를 해보자. 당뇨병으로 혈당이 높아지면, 흡수되지 못한 포도당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수분을 같이 끌고 가다 보니 ①소변량이 늘어난다. 자연히 우리 몸은 수분이 부족해져 ②심한 갈증이 유발된다. 또 영양분이 몸 안에서 이용되지 않고 빠져나가므로 ③피로감을 잘 느낀다.④잘 챙겨 먹는 편인데도 자꾸 체중이 준다. 이밖에 ⑤눈의 침침함, 손·발 저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은 크게 ▲1형 당뇨병과 ▲2형 당뇨병으로 나뉜다. 그 외 임신성 당뇨병과 다른 원인으로 생기는 당뇨병이 있다.

합병증이 발생한 당뇨병 환자 발 사진 모습. 사진 서울아산병원

합병증이 발생한 당뇨병 환자 발 사진 모습. 사진 서울아산병원

당뇨병 종류와 발병원인 

당뇨병의 대부분은 2형이다. 2형 당뇨병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 원인은 인슐린 작동이 원활하지 못한 ‘인슐린 저항성’과 이를 극복하려 인슐린 생성이 더 많이 되지만 충분치 못한 ‘상대적인 인슐린 결핍’이라고 할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일반적으로 비만, 특히 복부 비만과의 연관성이 큰 것으로 연구됐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다른 동반 질환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형 당뇨병의 경우 1형에 비해 유전적 원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부모가 모두 2형 당뇨병인 경우 자녀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30%가량이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인 경우 그 확률은 15% 정도로 추정된다. 당뇨병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체중 조절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형 당뇨병은 과거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소아형 당뇨병’으로 불리던 병이다. 췌도 세포 중 인슐린을 생성해 내는 베타세포가 선택적으로 파괴돼 인슐린을 잘 만들어 내지 못한다. 1형 당뇨병은 주로 자가면역기전(자신의 췌장 베타세포를 남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것)에 의해 발생한다. 그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1형 당뇨병은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지만, 성인에서도 발생이 가능하다. 몸에서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민세희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민세희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약만으론 관리 안돼 

당뇨병 관리의 목표는 크게 2가지다. 우선 고혈당을 정상화해 증상을 완화하는 것, 또 하난 장기적으로 혈관 합병증을 예방·지연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인 혈당 조절의 목표는 공복 혈당 80~130mg/dL, 식후 2시간 혈당 180mg/dL 이하, 당화혈색소 6.5~7.0% 이하의 조절이다. 하지만 이는 환자의 나이 및 유병 기간, 합병증 동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란 의미다.

합병증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동반 질환의 조절 정도가 깊게 관여한다. 그만큼 동반 질환 관리도 중요하다. 혈당 조절은 약만 잘 챙겨 먹는다고 되는 게 결코 아니다. 혈당 조절에 미치는 외부 인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와 체중 관리, 규칙적인 운동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민세희 교수는 “환자에 따라선 특별한 노력 없이도 약만 잘 먹어도 조절이 잘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며“효과적인 당뇨병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의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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