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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프간

좌절과 희망 뒤섞인 현장…아프간 카불 국제공항의 한 달

중앙일보

입력 2021.09.17 20:00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 비행기가 도착한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 비행기가 도착한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8월15일(현지시간) 아슈라프 가니 당시 아프간 정부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게 “평화롭게 정권을 넘기겠다”며 항복을 선언했다. 20년간 이어져 온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과의 전쟁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그간 수조달러를 쏟아부으며 아프간 정부를 지원해온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철군과 함께 사실상 패퇴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아프간 내 혼란은 가중되기 시작했다. 아프간 내 외국인과 조력자, 탈레반의 보복·박해를 우려한 아프간 현지인 모두 국외로 탈출을 시도했다. 국경 검문소는 탈레반이 장악한 상태였기에 이들은 모두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들었다.

도심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은 카불 공항은 금세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프간에서 민주주의 선거로 당선된 최초의 대통령 이름을 딴 ‘하미드 카르자이’ 카불 공항에서는 탈출 여부에 따라 좌절과 희망의 반응이 뒤섞였다.

탈레반의 카불 장악부터 한 달여가 흐른 17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외신 등에서는 카불 공항에서 벌어진 여러 안타까운 사례들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지난 8월1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한 아기가 철조망 너머 미군에 전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1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한 아기가 철조망 너머 미군에 전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족과 생이별하는 아기, 비행기에 매달린 소년

철제 문밖에서 공항을 통제하고 있는 미군을 향해 아기를 건네는 아프간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은 SNS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이 중 철조망 너머 미군에 건네진 아기가 다행히 가족과 재회했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일부 아기들은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철조망 위에 걸려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아프간인과 영국인 사이 태어난 생후 7개월 아기가 여권 발급이 늦어지는 탓에 홀로 아프간에 남겨진 생이별 사례도 영국 BBC를 통해 보도됐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 등에 매달리는 사례도 나왔다. 아프간 청소년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19살의 자키 안와리는 미 공군 수송기에 매달렸다가 떨어져 끝내 숨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 공군기지에 착륙한 수송기 중 한 대의 바퀴가 접히는 안쪽 랜딩 기어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가수 아리아나 사예드와 그의 약혼자가 탈출을 위해 수송기에 탄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아프가니스탄의 가수 아리아나 사예드와 그의 약혼자가 탈출을 위해 수송기에 탄 모습. 인스타그램 캡처

니캅 쓰고 검문소 거쳐…유명 가수 등의 탈출기

아수라장 가운데 아프간을 성공적으로 벗어난 이들이 전한 생생한 탈출기도 다수 소개됐다. 아프간의 유명 가수 아리아나 사예드는 눈만 겨우 볼 수 있는 니캅을 쓰고, 5곳의 탈레반 검문소를 거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과정을 SNS와 인터뷰 등을 통해 전했다. 정치인이자 언론인 슈크리아 바라크자이도 BBC 인터뷰를 통해서 영국 국회의원의 도움으로 아프간을 탈출한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한국 주아프간대사도 탈출 과정에서 당시 공항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최태호 주아프간대사는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총소리가 들리고, 우방국 헬기가 공항을 맴돌면서 영화에서 보는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옛날 배를 타듯 수송기 바닥에 다 모여 앉았다”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로 여행을 갔다가 영국 수송기를 타고 탈출한 대학생 마일스 로틀리지가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로 여행을 갔다가 영국 수송기를 타고 탈출한 대학생 마일스 로틀리지가 당시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생사의 고비에서 ‘셀카’ 찍은 英 대학생 등 빈축

구글로 ‘가장 위험한 도시’를 검색한 뒤 카불로 여행 온 영국 대학생의 탈출기는 많은 이들의 빈축을 샀다. 마일스 로틀리지는 영국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을 탈출하는 과정 중 절박한 처지의 아프간인들 사이에서 ‘셀카’를 찍어 SNS에 올렸다. 이에 “당신의 여행으로 비행기에 타지 못한 사람은 목숨이 위험하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아프간에서 동물 자선단체를 운영한 폴 펜 파딩은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전세기를 마련, 그가 보호하던 개와 고양이 등 동물 수십마리를 데리고 카불 공항을 탈출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현지 직원들은 전세기에 타지 못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혼란 속 폭탄 테러까지…아수라장 된 카불 공항

미군의 철수 시한(8월31일)을 앞둔 8월26일 피난민들로 가득 차 혼란이 계속되던 카불 공항에서는 폭탄 테러까지 발생했다. 아프간 호라산 지역에 거점을 둔 IS(이슬람국가)의 분파인 IS-K의 소행으로 밝혀진 이 테러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 톨로 뉴스와 SNS에서는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시신, 붉은 피로 물든 공항 인근의 모습이 공개됐다.

아프간인 바렛은 뉴욕타임스(NYT)에 “폭발 직전 공항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서로를 밀치고 있었다”며 “사람들은 사방에 널린 시체를 넘어 안전한 곳을 찾아 뛰어야 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카타르 항공에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카타르 항공에 탑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공항 가동 일부 재개…국외 탈출 희망은 계속

AP통신 등에 따르면 운영이 중단됐던 카불 공항은 이달 초 국내선 등 일부 가동을 재개했다. 이후 민간 항공기를 통한 외국인 100여명의 대피도 미군 철수 뒤 처음으로 이뤄졌고, 파키스탄 항공 여객기가 카불 공항에 착륙하는 등 국제선 재개 조짐도 보인다.

아프간에서 국외로 탈출하고자 하는 희망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글로브앤드메일에 따르면 지난달 말 카불 공항 테러에서 살아남은 3살 아동 알리(가명)는 최근 탈출에 성공해 캐나다에 사는 아빠와 만날 수 있었다. 육로를 통한 탈출 사례도 나오는데, 일본 정부에 협력해 왔던 아프간인들이나 아프간 내 일부 미국인들은 육로로 이동해 인접국으로 탈출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홀로 탈출한 3세 소년 알리가 캐나다에서 아빠와 재회했다. '글로브앤드메일'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홀로 탈출한 3세 소년 알리가 캐나다에서 아빠와 재회했다. '글로브앤드메일'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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