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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엔씨는 위기" 택진이형, 상여금 대신 보낸 이메일 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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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2019년 리니지2M 미디어 쇼케이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2019년 리니지2M 미디어 쇼케이스.

엔씨소프트(NC) 김택진 대표가 17일 사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엔씨 위기설'에 대한 책임을 표하고 쇄신을 약속했다. 엔씨는 명절마다 직원들에게 주던 상여금을 올해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김 대표는 외부 비판을 담담히 인정했다. 이메일에서 "NC를 둘러싼 외부 반응이 냉담하다. 게임은 물론 NC에 대한 비판과 NC가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CEO로서 NC가 직면한 현재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자성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받은 충격의 영향이 크다. 올해 2월 초 104만 원에 이르던 이 회사 주가는 17일 58만 7000원대로 툭 떨어졌다. 올해초 게임 사용자들 사이에서 '확률형 아이템' 게임의 과금 방식이 사용자들의 현금 결제를 지나치게 유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회사 주가는 70만~80만원대로 하락했다. 결정타는 지난달 말 터졌다. 올해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블레이드앤소울 2'가 출시됐지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며 주가는 60만원 선 밑까지 떨어졌다. 2월 초 22조 8000억원까지 올랐던 시가총액은 17일 현재 12조 8870억원으로 10조원 가량 증발했다.

수년 간 국내 모바일 게임 왕좌를 지킨 '리니지M 효과'도 최근엔 예전만 못하다. 지난 7월 출시한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하라 라이징'에 앱마켓 매출 1위(구글플레이)를 내준 것. 이렇다보니 최근 엔씨의 부진은 단순히 신작 흥행 실패 때문이 아니라, 엔씨의 비즈니스모델(BM)과 미래 전략의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확률형 아이템 등 리니지 성공 방정식에 피로감이 높아졌고, 회사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소울 2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소울 2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이메일에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히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도전과 변화를 위해서라면, 당장은 낯설고 불편해도 바꿀 건 바꾸겠다"며 "문제를 정확히 짚고 대안을 강구해 고객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씨 직원들에게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안해달라고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대표에게 보내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며 "앞으로 사내·외에서 여러 방식으로 대표가 현 상황에 대한 의견과 해법을 직접 청취하는 자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건물. [사진 유튜브 캡처]

엔씨소프트 건물. [사진 유튜브 캡처]

김 대표가 추석 직전 메시지를 내놓은 배경엔 최근 IT 플랫폼 기업에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도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급성장한 IT 플랫폼 기업들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과하게 수익화 욕심을 부린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게임업계로 규제 칼날이 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현재 국회에는 엔씨소프트의 주요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 게임을 규제하자는 법안 3개가 발의되어 있다. 지난달 25일엔 정부도 소비자 불만을 반영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시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김 대표는 다음달 초 열릴 국정감사 증인 후보군에 들어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일부 의원들이 김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질의하자고 신청한 상태다. 게임업계에선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권영식 넷마블 대표도 국감 증인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2018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확률형 게임은 아이템을 가장 공정하게 사용자에게 나눠주기 위한 기술적 장치"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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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편지 전문

[CEO 김택진입니다]

안녕하세요. 김택진입니다.

평소처럼 안부를 묻기가 조심스럽습니다.

NC를 둘러싼 외부 반응이 냉담합니다.
게임은 물론 NC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NC가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사우 여러분들의 걱정과 제안을 계속해서 보고, 듣고 있습니다.

CEO로서 NC가 직면한 현재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NC를 비판하는 모든 분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들리지 않는 소리까지 공감하는 자세로 듣고 또 듣겠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겠습니다.

우리의 변화를 촉진해 진화한 모습을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채찍삼아 더 성장한 NC를 만드는 것 역시 저의 책무라 생각합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당연히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겠습니다.

냉정히 재점검하겠습니다.

NC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NC의 문제를 정확히 짚고 대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도전과 변화를 위해서라면, 당장은 낯설고 불편해도 바꿀 건 바꾸겠습니다.

고객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지난 24년 동안 NC는 위기를 위기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며 더 크게 도약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사우분들께 부탁드립니다.
현재의 NC를 성찰해 주시고, 변화할 NC를 향해 제언해 주십시오.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반성과 변화를 촉구하는 NC인들의 직언에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NC인들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추석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김택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