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격해지고 있다. 16일 경선 1차 TV 토론회가 끝난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에게 위협을 가하며 달려든 데 이어, 17일엔 경북 구미를 찾은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봉변을 당했다. 일부 지지자들의 행동이라지만, 정치권에선 경선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날 오전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윤 전 총장은 우리공화당 당원 등 강경보수단체 회원 100여명과 맞닥뜨렸다. 이들은 생가 입구를 막으며 윤 전 총장의 방문을 반대했고 경찰과 대치 중에 몸싸움도 벌였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생가 전체를 둘러보지 못하고 추모관에서 참배만 한 뒤 경찰에 둘러싸여 현장을 빠져나갔다.
윤 전 총장을 막아선 이들은 “죄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사람이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이곳을 찾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는 등의 말을 외쳤고, 윤 전 총장이 생가를 떠날 때까지 항의를 계속했다. 윤 전 총장은 경북 포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검찰에 재직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처리에 관여했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제가 그 부분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사의 거인” “역사에 우뚝 솟은 위인”이라고 추켜세웠다.
추석 앞둔 野 주자 “지지층 결집”
이날 윤 전 총장은 구미의 박정희 생가를 비롯해 포항과 경주 등 경북 주요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포항 당협위원회를 방문해선 “제가 확실하게 정권을 교체한 뒤 이 정부같이 내로남불에 부패하지 않게 하겠다”며 “대통령 측근도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감옥에 보내는 걸 국민이 보셔야, 그게 국가”라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전 가족을 도륙했다”고 표현한 홍준표 의원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윤 전 총장과 지지율 격차를 좁히고 있는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문 정권의 앞잡이”로 지칭하며 맞받았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김인식 KAI 부사장,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정치호 전 검사, 이재수 기무사령관 등 네분이 윤석열 중앙지검장 측의 압박수사로 자살했고, 그 이듬해 조진래 전 경남 정무부지사가 창원지검의 수사압박으로 자살했다”며 “검찰 사상 전무했던 포악한 수사였고, 문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한 희대의 정치수사였다. 이래도 공정과 상식을 외칠 수 있나”고 썼다.
홍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남명학사’도 찾았다. 남명학사는 서울로 진학한 경남 지역의 서민 자녀들에게 저렴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경남도가 지은 기숙사다. 홍 의원이 경남지사 재임 시절이던 2016년 12월 착공했다. 홍 의원은 “경남 인재들이 남명정신으로 나라의 기둥이 되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 측은 “경남도민들과 청년층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회 앞에 마련된 ‘자영업자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유 전 의원은 “정부가 추경할 때마다 수십조원 예산을 쓰면서 그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분들한텐 대선을 앞두고 돈을 들인다. 반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죽어 나가는데 제대로 지원 안 한다”며 “굉장히 잔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어려움을 토로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