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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자산관리사 필수인데···3개 컨소시엄 중 화천대유 유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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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밤에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의 사무실 입구. 이가람 기자

14일 밤에 찾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의 사무실 입구. 이가람 기자

막대한 개발 이익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화천대유’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공모 단계에서 참여한 유일한 자산관리회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3개의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인 당시 공모에서 자산관리회사를 포함한 컨소시엄은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뿐이었다. 당시 자산관리회사에 관한 평가 항목이 있었던 만큼 화천대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3개 컨소시엄 경쟁 속 유일했던 ‘화천대유’

성남의뜰 컨소시엄 구성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성남의뜰 컨소시엄 구성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7일 이기인(국민의힘) 성남시의회 의원이 확보한 성남도시개발공사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단계에서 자산관리회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성남의뜰이 유일했다. 당시 민간사업자 공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3개의 컨소시엄은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르츠종합금융증권·외환은행) ▶‘성남의뜰 컨소시엄’(하나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하나자산·화천대유) ▶‘산업은행 컨소시엄’(산업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대우증권)이었다.

은행과 증권사로만 구성된 2개의 컨소시엄과 달리 ‘성남의뜰’만 유일하게 자산관리회사를 포함했다. 이 의원은 “자산관리회사의 포함 여부가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모 구조였다”며 “화천대유를 포함한 성남의뜰이 선정된 과정은 누가 봐도 특정 회사를 내정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고 점수 획득하고 대장동 사업자 선정돼

16일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팀 의원들이 대장동 현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6일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팀 의원들이 대장동 현장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실제로 2015년 2월 13일에 공표된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에는 평가 항목으로 ‘자산관리회사 설립 운영계획’이 포함됐다. 사업계획(650점)과 운영계획(350점)으로 구분된 배점표에서 자산관리회사 부분은 운영계획상에서 상대평가 방식으로 총 20점이 배점됐다. 이미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한 뒤 공모에 참여한 성남의뜰이 다른 컨소시엄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성남시의회 행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유는 최고 점수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유리한 평가 기준 미리 알았나?

평가 기준 이외에 화천대유의 설립 시기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화천대유는 민간사업자 공모가 나기 일주일 전인 2015년 2월 6일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신생 회사다. 다만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공모지침에 “자산관리회사의 경우에는 공모공고일 이후에 설립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업신청자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다른 경쟁사는 공모일까지 시간이 촉박해 자산관리회사를 만들거나 영입하기 쉽지 않았을 수 있다”며 “반면 성남의뜰은 사전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준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성남의뜰·산업은행 등 3개 컨소시엄은 2015년 3월 26일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다음날인 27일에 화천대유를 포함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1조1500억원 규모의 개발사업을 책임질 민간사업자의 심사 과정은 하루 만에 끝났다. 심사한 이들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이었다. 당시 절대평가에 참여한 평가위원 4명은 개발사업본부장·투자사업팀장·개발사업처장 등 모두 성남도시개발공사 임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천대유 측 "대장동 개발 예상 가능해 미리 준비했을 뿐" 

이날 중앙일보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의 입장을 듣고자 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화천대유 관계자는 “당시에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가 나온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법인이 자산관리회사가 필요한 건 당연하기에 미리 준비를 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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