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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정치공작' 파기환송심, 2년 늘어난 징역 9년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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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좌) [중앙포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좌) [중앙포토]

정치 관여, 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원세훈(70) 전 국정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형을 받았다.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선고 받은 징역 7년보다 징역 형량이 2년 늘어난 것이다.

17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엄상필·심담·이승련)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고 함께 재판받은 박원동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징역 2년 4월 및 자격정지 3년을,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서 파기, 형량·자격정지 2년씩 늘어

지난 3월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원 전 원장 등의 상고심에서 원 전 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무죄 부분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구체적으로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명진 스님에 대한 사찰, 권양숙 여사, (故)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미행·감시를 지시한 혐의 등이다.

당시 대법원은 국정원법에 직권남용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별도로 두고 형법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죄 성립 여부는 직권남용죄 일반에 적용되는 법리뿐 아니라 독자적 처벌 조항의 입법 경위와 취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 전 원장 사건을 파기했다.

환송 후 2심은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따랐다. 환송 전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명진 스님 사찰 관련 직권남용혐의, 대북공작국을 활용한 권 여사와 박 전 시장에 대한 미행·감시 등의 혐의가 유죄로 바뀌었다. 원 전 원장은 환송 전 2심에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받았는데, 환송 후 2심에서는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으로 각 2년씩 무거워졌다.

고법 “정보기관의 직권남용, 반헌법적 범죄”

원 전 원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2009년 국정원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이명박 정권 초기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 등으로 국정운영이 원활하지 않던 상황이었다. 법원은 “원 전 원장은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사건의 원인이 종북좌파들의 국정방해에 있다고 보고 강한 견제와 제어로 정권을 도울 수 있다고 판단해 지속적인 직권남용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안보·사회·복지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반대세력이라면 시민사회단체 등을 불문하고 종북좌파 낙인찍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위상이 실추됐고, 국민에게 신뢰도 잃게 된 점은 원 전 원장에게 불리한 양형 사유로 언급됐다. 반면 범행으로 인해 원 전 원장이 개인적으로 얻은 이익이 확인되지 않은 점은 유리한 점으로, 이미 확정된 형사 판결과 공범들의 형량도 양형에 반영됐다.

원 전 원장과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지만 이번 파기환송심으로 원 전 원장의 긴 재판이 일단락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 전 원장은 2013년부터 정치관여·대선 댓글조작 등의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이후에도 추가 기소를 통해 다수의 재판을 받아왔다. 2019년 환송 전 2심은 원 전 원장이 받고 있던 8개의 1심 재판을 하나로 병합해 재판을 진행해 징역 7년을 선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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