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전 골프장 강간·살인 DNA 일치했지만…시효 지나 '무죄'

중앙일보

입력 2021.09.17 12:18

업데이트 2021.09.17 16:09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모습. 뉴스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모습. 뉴스1

22년 전에 골프장에서 한 여성이 성폭행당하고 숨졌다. 그러나 22년 만에 법정에 선 50대 가해자는 처벌을 면하게 됐다.
법원은 살해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살해죄가 아닌 강간치사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처벌할 수 없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창형)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1)의 강간살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와 공범이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라면서도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를 가졌다거나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간치상으로 처벌하는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 면소(免訴) 판결을 내렸다. 면소란 공소시효 완성 등의 이유로 실체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 절차를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상해치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결과적으로 A씨를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A씨는 지난 1999년 7월 서울 강남구 소재 한 골프 연습장에서 공범과 함께 피해자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피해자가 숨지고, 목격자들의 진술이 불분명해 수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그러던 중 피해자의 신체에서 채취했던 DNA와 다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던 A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재판에서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고, 폭행·살해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었고, 장기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중 뒤늦게 과학 수사로 피고인을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됐다"며 "피해자의 넋을 위로하고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사형을 구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신체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다고 해서 피해자가 숨지기 직전 성관계한 사람이 공범이 아닌 A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유죄 심증을 형성할 수 없다면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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