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센 없는 곳서 살아라" 꺼진 아들 폰에 보낸 아버지 문자

중앙일보

입력 2021.09.17 05:00

안모씨는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속한 백신 인과성 검증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안모씨는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속한 백신 인과성 검증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아빠를 용서해다오” 꺼진 휴대폰에 편지 

“그곳은 마음이 편하고 고민이 없겠지. 얀센 백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라. 가슴 답답하고, 머리 아프고, 손 저림 없이. 소리 지르고 싶은 곳에서 힘껏 (소리) 지르고. 답답함 없는 곳에서 오늘도 잘 보내거라.” (7월 14일)

충북 청주에 사는 안모(55)씨는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아들(30)을 한동안 놓지 못했다. 아들의 꺼진 휴대전화에 보름 넘게 안부 메시지를 보내놓고는 숨죽여 울었다. “생전에 못 해준 아빠를 용서해다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고 싶다. 더 좋은 세상에서 고통받지 말고 살아라….” 얀센 백신 후유증으로 추락사한 30대 청년의 아버지는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안씨는 얀센 백신을 접종한 뒤 정신착란 증세 등 이상 반응을 보이다 추락사한 아들 A씨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피투성이가 된 아들을 부여잡고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악몽 같은 날. 계단 난간으로 떨어지는 아들을 막아보려고, 옷소매를 붙잡았다가 놓친 것이 여태 후회스럽다. 그는 “아직도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멀쩡했던 아이가 왜 그렇게 됐는지 꼭 알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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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모씨가 아들 A씨 휴대전화로 보낸 메시지 편지. [사진 유족]

안모씨가 아들 A씨 휴대전화로 보낸 메시지 편지. [사진 유족]

얀센 백신 접종 후 정신착란 등 이상 반응 

A씨는 지난 6월 14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형의 생일을 맞아 고향인 충북 청주에 내려온 지난 7월 3일 정신착란 증상과 호흡곤란, 발열, 두통. 실신 등 후유증을 보였다. 이틀 새 두 번의 실신을 겪었다.

사흘 뒤인 7월 6일 병원을 찾아 ‘상세 불명의 뇌염·척수염. 얀센 백신 접종 이후 보이는 인지 변화로, 원인 감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상급병원으로 가기 직전 주차장 3층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안씨는 “아들이 목숨을 잃기 전까지 이상 반응을 보인 원인은 백신 접종 외엔 없다고 생각한다”며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심신 미약 상태서 사고를 당했다.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A씨 죽음과 관련해 밝혀진 것은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추락에 의한 과다 출혈과 다발성 골절’이라는 것뿐이다. A씨가 숨지기 전 겪었던 심신미약 증상과 호흡곤란, 실신 등 이상 증세와 백신 부작용과의 인과관계는 사망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조사 중이다.

얀센 백신을 접종한 뒤 정신착란 증상으로 추락사한 A씨의 아버지 안모(오른쪽)씨가 지난 13일 변호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얀센 백신을 접종한 뒤 정신착란 증상으로 추락사한 A씨의 아버지 안모(오른쪽)씨가 지난 13일 변호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인과성 검증 지지부진…“빨리해달라” 청원 

보건당국의 인과성 검증이 지지부진하자 안씨는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아들을 편안히 하늘로 보낼 수 있도록 신속한 역학조사와 인과성 검증을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안씨는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통보 시점이 애초 약속과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검을 의뢰한 관할 경찰서에 전화하면 한 달 넘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답답한 마음에 국과수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기한을 8월 말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9월은 돼야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고 했다. 안씨는 아들의 부검감정서를 받기 위해 지난 6일 경찰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감정서는 지난 15일 겨우 받아볼 수 있었다.

안씨는 부검 감정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추락에 의한 사망으로 볼 수 있다는 소견은 있지만, 백신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백신 인과성 검증은 2~3개월 뒤에야 나올 예정이다.

A씨가 백신 접종 하루 전에 아버지에게 보낸 당부 메시지. [사진 유족]

A씨가 백신 접종 하루 전에 아버지에게 보낸 당부 메시지. [사진 유족]

유족 “질병관리청, 지자체 사후 관리 부족” 

안씨는 “부검감정서를 보건소에 보내고, 충북도가 재차 역학조사 결과서를 작성해 질병관리청에 서류를 올리고 나서야 심의가 진행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런 설명도 아들의 거주지인 경기도 방역관계자에게 몇 번의 문의 끝에 들었다. 백신 부작용에 따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지고 있는데 질병관리청과 지자체, 경찰이 사후 처리에 대한 관리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씨는 아들이 평소 건강했던 점을 강조한다. A씨가 사용한 카드사 2곳의 승인내역을 1~7월까지 뽑았다. 이 명세서에는 안과 치료(4번)와 내과 진료(1번), 피부과 진료(1번) 등 내역이 있었다. 안씨는 “아들은 백신을 맞기 전 중증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이력도 없고, 평소에도 건강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한 달 동안 직장을 쉬어가며 아들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다른 얀센 백신 피해자와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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