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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재명도 동의한 ‘대장동 의혹 수사’ 신속히 착수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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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54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54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의혹 꼬리 물고, 권순일 전 대법관 참여도 논란

총리·여당도 의문 제기, 공수처·검찰 나서야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수사 요구에 대해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그제 경기도의회에서 이렇게 말한 이유는 명확한 진상 규명 없이 이 사안을 잠재우긴 힘들어졌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업으로 배당금만 577억원을 받은 시행사 화천대유를 둘러싼 의혹은 확산일로다. 화천대유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참여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계획서 접수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실 등 새로운 의문이 줄을 잇는다. 이 지사가 7대5로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해 7월 대법원 선고에서 무죄 의견을 낸 권순일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재직 중인 사실도 밝혀졌다.

화천대유 지분 100%를 보유한 전직 언론인 김모씨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 사업을 앞두고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지사를 인터뷰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김씨는 법조팀 기자였다. 법조 취재기자가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장을 인터뷰하는 일은 흔치 않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도지사와 대통령의 꿈을 내비치기도 했다.

화천대유에 ‘국정농단 사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과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근무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작은 회사에서 유력 인사와 가족들을 채용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 모든 질문에 답할 김씨는 나서지 않고 있다. 화천대유 관계자는 큰돈을 번 비결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부·여당에서조차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그제 국회에서 “저희들이 봐도 상식적으로는 조금 그러네요”라고 답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야당이 수사를 촉구하고 여권 또한 진실 규명을 주문한다. 무엇보다 이 지사 본인이 수사를 자청한 만큼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요구한다.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도 가능하다. 야당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의 경우 공수처가 이미 수사에 착수했는데도 서울중앙지검이 칼을 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어제 중복 수사가 아니냐는 질문에 “신속한 진상 규명이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대검, 공수처, 중앙지검) 세 주체가 다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며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신속히 진상 규명을 하는 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중복이나 혼선 여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지사의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면 된다. 만약 박 장관이 이 지사 수사에 머뭇거리거나 다른 태도를 보인다면 법무부와 검찰이 이번 대선에서 여당 편을 들었다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