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카카오, 위기 모면용 꼼수 말고 진정한 상생의 길 걸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9.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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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하며 시장이 사실상 독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국민의힘)이 카카오모빌리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초 기준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 가입 기사는 총 22만6천154명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제출)가 조사한 전국 등록 택시 기사는 6월 말 기준 24만3709명이었다. 한 달여 동안 택시 기사 수에 큰 변동이 없다는 전제 아래 카카오T 가입 비율은 92.8%에 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카카오택시. [연합뉴스]

전국 택시 기사 10명 중 9명 이상이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에 가입하며 시장이 사실상 독점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국민의힘)이 카카오모빌리티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초 기준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 가입 기사는 총 22만6천154명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제출)가 조사한 전국 등록 택시 기사는 6월 말 기준 24만3709명이었다. 한 달여 동안 택시 기사 수에 큰 변동이 없다는 전제 아래 카카오T 가입 비율은 92.8%에 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카카오택시. [연합뉴스]

‘철수·인하’ 상생안 발표에도 비판 이어져

시장 참여자 희생 강요, 지속 가능하지 않아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던 카카오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김범수 의장이 지난 14일 상생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어제 카카오 상생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고 구체적인 내용도 빠졌다”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몸통은 덮어둔 채 꼬리 자르기로 일관한 면피용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 소속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카카오의 상생안은 스마트 호출 수수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여론몰이에 불과한 것”이라며 “프로멤버십 이용료 인하 역시 택시업계를 기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14일 상생안 발표에서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를 철수한다고 밝혔다. 또 택시의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도 월 3만9000원으로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는 예상하지 못했을까. 시장은 이런 상생안에 싸늘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실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독점에 대한 비판 여론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거듭된 사회적 경고에도 카카오는 그간 시장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무리한 사업 확장을 계속해 나갔다. 카카오의 상생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수 의장에 대한 제재 절차를 밟고, 곧 열리는 국정감사 때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뒤에야 나왔다. ‘위기 모면용’이란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는 그간 ‘국민 내비’로 불렸던 김기사를 국내 M&A 최대 금액인 626억원에 인수하는 등 오픈이노베이션과 투자 회수에서 연쇄 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창업 생태계 구축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김범수 의장도 재산의 절반인 5조원의 기부를 약속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본업인 플랫폼 사업자로서 시장에 미친 역할은 실망스러웠다. 카카오가 정말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일보 후퇴’가 아니라 ‘상생의 길’이다. 독점적 위치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소비자들이 서비스가 편리하다고 판단해 카카오를 선택했고, 그 덕에 독점적 위치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또 다른 시장 참여자, 특히 중소 사업자들과 카카오를 이용하는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건 바람직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삶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가 진정한 상생의 길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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