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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보다 가을 야구, 켈리의 헌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LG 외국인 투수 켈리는 “올해가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며 각오를 다졌다. [뉴스1]

LG 외국인 투수 켈리는 “올해가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며 각오를 다졌다. [뉴스1]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2)는 출산휴가 대신 LG 트윈스의 가을 야구를 선택했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 에이스’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류지현 LG 감독은 15일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5-2로 꺾은 뒤 “켈리가 투혼과 책임감을 느끼고 투구했다. 팀을 위한 헌신이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 경기에서 켈리는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시즌 10승(5패)을 달성했다. 올해 한 경기 최다인 111개의 공을 던져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이날 LG는 삼성을 꺾고 나흘 만에 2위를 탈환했다.

켈리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아내 아리엘이 둘째(아들) 출산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켈리는 구단에 출산 휴가를 요청하지 않았다. 그는 “아들의 출생을 직접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팀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에)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키움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이 출산을 앞둔 아내를 돌보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않아 방출된 사례가 있다.

KBO리그 3년 차 켈리는 우승을 향한 LG의 염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LG는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정상에 서보지 못했다. 2002년 준우승 이후 올 시즌 모처럼 우승 기회를 잡았다. 켈리는 올해 초 LG와 재계약하며 “2021년이 우리 팀의 우승 적기”라고 말한 바 있다.

차명석 LG 단장은 지난겨울 “켈리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다. 2021년에는 켈리가 2선발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의 에이스는 여전히 켈리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앤드류 수아레즈가 팔꿈치와 등 통증으로 몇 차례 엔트리에서 빠진 반면, 켈리는 한 차례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켈리는 지난해 5월 16일 잠실 키움전부터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15일 삼성전까지 49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 부문 최다 기록은 양현종(텍사스)이 KIA 시절 작성했던 47경기였다.

늘 그랬듯 올해도 켈리는 후반기에 더 강력하다. 8월 이후 7차례 등판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97(시즌 평균자책점은 3.01)을 기록했다. 15일까지 후반기 투구 이닝 1위(45와 3분의 2이닝),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4위에 해당한다. 2019년(4승 3패, 평균자책점 2.12)과 2020년(11승 1패, 2.12)에도 8월 이후 호투했다. 남들은 체력이 떨어질 때 그는 더 위력적이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도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29로 상당히 좋다.

가족과 이별한 켈리는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그는 “우리가 1위를 하기 위해 최대한 많이 승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LG의 든든한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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