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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W “언론법 우려” 대통령·국회에 서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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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를 비롯한 국내외 인권 단체 네 곳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보냈다.

HRW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청와대, 국회, 여야 협의체 앞으로 보낸 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서한에는 영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아티클19’와 한국의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단법인 오픈넷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HRW는 서한에서 1990년 한국이 비준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ICCPR) 19조를 근거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과도한 재량권을 허용하는 모호한 법률은 임의적인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국제법적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HRW는 특히 허위·조작 보도에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이 가능하게 한 개정안 제30조의 2와 ‘허위·조작 보도’를 정의한 제2조 17의 3호를 강하게 비판했다. 개정안에 명시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정의와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라는 문구는 모호하며 “국제법하에서 보호되는 의견이나 풍자, 패러디를 처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언론사에서 자기검열을 통해 소송 유발 가능성이 있는 보도를 회피하게 한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에는 현재 보편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이 없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성희롱을 묵인하는 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면하지만, 이를 보도한 신문사는 해당 기업이 보도가 거짓이라고 주장할 경우 손해배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HRW는 개정안의 제2조 17의 3호, 제30조 2, 제2조 17의 2호, 제17조의 2를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HRW 측은 오는 27일 국회가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인 만큼 시급히 서한을 보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언론중재법 처리 주요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언론중재법 처리 주요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HRW의 윤리나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제인권법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자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크며, 현재 많은 국제인권단체들이 대부분 비판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HRW의 서한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모두 중요하므로 이번 기회에 국민적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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