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주치의가 '생물학적 아빠'였다…30년만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22:00

업데이트 2021.09.16 22:11

미국 뉴욕주에서 자신의 정자를 이용해 여성들을 임신시킨 의혹을 받는 산부인과 의사 모리스 워트먼. 사진 페이스북

미국 뉴욕주에서 자신의 정자를 이용해 여성들을 임신시킨 의혹을 받는 산부인과 의사 모리스 워트먼. 사진 페이스북

미국 뉴욕주에서 한 30대 여성이 자신의 산부인과 주치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불임 치료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이 의사가 알고 보니 자신의 ‘생물학적 아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여성의 어머니는 30여년 전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했는데, 당시 주치의였던 해당 의사가 자신의 어머니를 속여 기증된 정자 대신 본인의 정자를 사용해 임신시켰다고 폭로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제니시오에 사는 모건 헬퀴스트(35)는 산부인과 의사 모리스 워트먼과 클리닉을 상대로 사기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로체스터 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헬퀴스트에 따르면 그의 부모는 불임 고민 끝에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다. 지역 산부인과 의사였던 워트먼을 찾은 이들은 1983년 말부터 1985년 1월까지 그에게 매달 50달러씩을 지불하며 기증된 정자를 통해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헬퀴스트는 당시 그의 부모가 워트먼으로부터 기증된 정자가 건강상의 특별한 문제가 없는 지역 의대생의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임신에 성공한 그의 어머니는 1985년 헬퀴스트를 출산했다.

헬퀴스트는 8살 무렵 자신이 기증된 정자를 통해 태어난 아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줄곧 생물학적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을 품어왔다. 이후 족보 사이트 등을 통해 추적한 끝에 그는 올해 4월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워트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놀라운 것은 워트먼은 헬퀴스트의 오래된 산부인과 주치의였다는 사실이다. 가족의 추천으로 10여년 전 워트먼을 찾게 된 그는 부인과 문제로 그에게 계속 진료를 받아왔다. 한 번은 워트먼이 자신에게 웃으며 “넌 참 착한 아이다”라는 이야기를 해 이상함을 느꼈다고도 전했다.

헬퀴스트는 뿐만 아니라 최소 9명의 이복형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지난 5월 그의 이복형제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베리(36), 또 다른 이복자매와 DNA 검사를 받은 결과, 세 사람이 형제자매 관계이고, 워트먼이 그의 친부라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베리는 WP를 통해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들의 결과로 자신이 태어났다는 것을 아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먼로 카운티 검찰청에 따르면 시간이 너무 흘렀기 때문에 워트먼이 형사 고발될 가능성은 낮다. 칼리 마리아네티 검찰 대변인은 “어떠한 형사소송도 공소시효에 의해 금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트먼 측은 논평 요구에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불임 치료 의사가 자신의 정자를 사용해 환자를 임신시켜 온 일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인디애나주에서는 자신의 정자로 수십명의 여성들을 임신시킨 도널드 클라인이라는 의사가 거짓 진술 혐의로 1년 집행유예를 받았다. 1975~1989년 자신의 정자로 환자들을 임신시킨 콜로라도주의 한 의사는 최소 여섯 가정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미국 케이블 방송인HBO는 지난해 환자들에게 자신의 정자를 수차례 제공한 네바다주 의사에 관한 다큐멘터리 ‘베이비 갓’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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