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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억 순익 화천대유, 최대주주에 473억원 대여…단순 절세?

중앙일보

입력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게이트 진상조사 TF’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게이트 진상조사 TF’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판교 대장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했던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가 최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모씨에게 473억원을 장기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화천대유 감사보고서를 보면 화천대유 지분 100%는 김씨가 소유한 것으로 나온다.

화천대유, 지난해 순이익 1734억원 

16일 화천대유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 김씨는 화천대유 법인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렸다. 화천대유는 이것 말고도 최대주주 김씨에게 받을 돈 15억8000여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대여금은 기업이 다른 법인이나 개인에게 빌려준 돈으로, 회수 기한이 1년 이후에 도래한다. 1년 안에 갚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화천대유 측은 이에 대해 "소유와 경영이 엄격하게 분리돼 있어 김씨가 대주주라도 회삿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없어서 배당권과 주식을 담보로 장기 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남는 의문점이 있다. 화천대유의 최대주주인 김씨는 회사에 배당을 요구할 수 있으며 주주총회에서 배당을 결의할 수도 있다. 배당할 여건도 마련됐다. 사업 초기 적자를 보던 화천대유는 2019년엔 679억원, 지난해는 1734억원이라는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런데도 최대주주 김씨는 장기대여 형태로 거액을 빌렸다.

배당 대신 장기 대여를 택한 것은 절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민주주의21 대표인 김경율 회계사는 "최대주주가 직접 회사에서 배당금을 받으면 40% 가까운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장기대여를 통한 경우엔 이자만 낼뿐 세금은 안 낸다"며 "이자도 본인 회사에 들어가는 구조라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 재무제표를 보면 화천대유는 지난해 김씨에게서 14억8747만원가량 이자 수익을 거뒀다. 이는 김씨에게 빌려준 473억원에 대한 이자로 추정된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참여 ‘화천대유’ 당기손익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성남시 대장동 개발 참여 ‘화천대유’ 당기손익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회계 처리는 법적으론 문제없다. 기업 재무제표 분석 전문가인 박동흠 회계사는 "이자를 제대로 내고 돈을 제때 갚기만 하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회사 측 "배당권과 주식 담보로 대여" 

중요한 것은 대여 목적과 그 돈이 비정상적인 곳으로 흘러갔느냐다. 회계 장부만으론 회사 사정을 모두 알기 어렵다. 김 회계사는 "장부상 합법적인 비용 처리가 불가능한 지출을 대여금으로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와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나머지 6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김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으며 기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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