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망명했던 흑인 소녀…미스 아일랜드 새 역사 썼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17:24

2021 미스 아일랜드에 선발된 파멜라 우바.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2021 미스 아일랜드에 선발된 파멜라 우바.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어린 흑인 소녀들이 저를 보고 ‘저 사람도 했잖아.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니 너무 놀랍죠.”
최근 아일랜드에서 화제를 모은 파멜라 우바(26)는 15일(현지시간) BBC에 이렇게 말했다. 망명자 신분으로 임시생활센터에서 어렵게 자란 그는 이제 어엿한 아일랜드의 공식 대표 미인이다. 파멜라는 지난 5일 대회가 창설된 지 74년 만에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스 아일랜드가 됐다. 그는 “꿈이 이뤄졌다”고 했다.

파멜라는 7살 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엄마를 따라 동생 3명과 함께 아일랜드로 건너왔다. 망명 신청자들이 머무르는 임시생활센터(direct provision)에서 10년을 살았다. 파멜라의 엄마는 아이 1명당 9유로(약 1만2500원)씩 지급되는 수당으로 이곳에서 네 자녀를 키웠다.

“친구들이 저를 다른 사람으로 여기는 게 싫어 친구들이 집에 오는 것도 싫었다”는 파멜라는 “정부는 센터 주민들에게 수당을 주는 대신 일을 못 하게 했다”면서 “그곳은 아이들이 자라기엔 너무 이상한 환경이었고 엄마도 (직업을 갖지 못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임시 생활센터서 10년 생활

2021 미스 아일랜드에 선발된 파멜라 우바.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2021 미스 아일랜드에 선발된 파멜라 우바.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가정 형편이 어렵다 보니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렸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래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는 골웨이 대학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모델 경험도 없던 파멜라가 미인대회에 나선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지난해 미스 골웨이 대회 행사장에서 한 심사위원이 파멜라를 보고 대회 참가자라고 착각하면서다. 파멜라는 “처음엔 ‘와우, 저 사람들은 진짜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했지만 ‘내가 못 할 이유는 없잖아?’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미스 골웨이가 되고 난 이후에도 그는 병원 일을 계속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임상화학 석사 학위를 따고 자선단체 모금이나 소셜미디어(SNS) 활동까지 활발하게 이어갔다. 미스 아일랜드가 된 지금도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인기와 함께 파멜라를 겨냥한 악성 댓글이나 메시지도 늘었다. 파멜라는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 말은 보통 다 무시한다”며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은 내가 겪었던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과 지역사회를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21 미스 아일랜드에 선발된 파멜라 우바.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2021 미스 아일랜드에 선발된 파멜라 우바.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파멜라는 오는 12월 푸에르토리코에서 개최되는 미스 월드 대회에 아일랜드 대표로 참가한다. 나라를 대표해 세계 대회에 출전하는 일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는 “미스 아일랜드라는 타이틀도 너무 감사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여전히 파멜라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미스 월드에 가서도 나는 여전히 ‘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 어린 소녀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게 해주는 것이다. “당신은 충분히 좋은 사람입니다. 자신을 작은 상자에 가두지 마세요. 편견을 깨고 당신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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