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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화약고 막았지만 시청률 잃은 ‘걸스플래닛 999’…그래도 Mnet은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걸스플래닛 999' [사진 CJ ENM]

'걸스플래닛 999' [사진 CJ ENM]

0.46%→0.76%→0.71%→0.71%→0.86%→0.79%
하반기 Mnet의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걸스플래닛 999'의 시청률 추이다. 총 12회인 이 프로그램은 지난주(6회)를 기점으로 중반을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0%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당초 한·중·일 3개국 합작 걸그룹 오디션이라는 화제성 때문에 기대를 모았지만, 중반까지의 성적표를 펼쳐보면 실망스러운 결과다. 앞선 '프로듀스' 시리즈가 3~4%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확연하다.

◇한·중·일 화약고는 넘겨
방송 전 Mnet 측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한·중·일 3개국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 한국과 중국의 '한한령' 갈등,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 등이 얽혀 있다 보니 언제 어디서 예기치 않은 논란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수루이치, 천신웨이 등 일부 중국·대만 출신 연습생들의 '항미원조(抗美擐朝)' 지지 발언 전력이 알려지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강해졌다. '항미원조(抗美擐朝)'는 중국이 북한을 도와 한반도를 구했다는 6·25 전쟁관이다.

온라인에서 돌고 있는 '항미원조' 지지발언 중국 출신 연습생 [디시인사이드 캡쳐]

온라인에서 돌고 있는 '항미원조' 지지발언 중국 출신 연습생 [디시인사이드 캡쳐]

Mnet은 이를 봉인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방송 전 Mnet 측은 “국기 노출이나 국가 언급은 하지 않도록 하고 민감한 단어, 상징, 기호 등도 꼼꼼하게 검토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연습생은 국적 대신 C·J·K로만 표기했다. 또 방송 중에는 국적 관련 발언을 모두 제외했다.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듀스48'만 해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나 배경 차이 같은 것들이 종종 언급됐지만 '걸스플래닛 999'에서는 한·중·일 관련 언급이 전연 등장하지 않는다.

13억 인구의 중국에서 몰표를 던질 경우 중국 연습생이 유리할 것이라는 우려도 절묘하게 가라앉혔다.
한·중·일 3개국 출신자를 각각 1명씩 넣어 하나의 셀(팀)로 묶어 공동 운명체로 만든 것이다. 동반 합격하거나 탈락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지난 6주간 국적에 따른 논란은 거의 불거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노력이 결실을 거둔 셈이다.

 9월 10일 공개된 제1차 투표 결과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카와구치 유리나 [사진 CJ ENM]

9월 10일 공개된 제1차 투표 결과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카와구치 유리나 [사진 CJ ENM]

◇지나친 국적 배려가 독?
하지만 국적 논란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저조한 시청률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셀 투표로 인해 K그룹의 비중을 3분의 1만 가져가다 보니 실력 있는 한국 아이돌이 상당수 탈락한 상태"라며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 등이 국내 시청률의 저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 예능 PD는 "한·중·일의 민감한 소재는 덜어내더라도 양념이 될만한 포인트는 첨가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 재미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9월 10일 공개된 제1차 투표 결과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카와구치 유리나 [사진 CJ ENM]

9월 10일 공개된 제1차 투표 결과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카와구치 유리나 [사진 CJ ENM]

"'프로듀스 시즌 5'라는 말을 듣지 않겠다"는 공언과 달리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구성도 실망감을 일으켰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같은 '악마의 편집'은 사라졌지만 '프로듀스' 시리즈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며 "순위 조작 논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엔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Mnet은 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net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 평론가는 "Mnet도 이렇게까지 안 될 줄은 몰랐겠지만 애초에 국내시장을 보고 만든 것은 아닐 것"이라며 "'유니버스'라는 글로벌 투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의 팬덤을 노린 것이다. 팬덤이 확보되면 방송 프로그램은 실패해도 비즈니스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를 통해 데뷔한 엔하이픈 [사진 빌리프랩]

지난해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를 통해 데뷔한 엔하이픈 [사진 빌리프랩]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도 "지난해 Mnet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 랜드'도 국내 시청률에서는 실패했지만 이를 통해 만든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은 대박이 난 상태"라며 "TV로 대표되는 올드미디어보다는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의 접근도가 점차 증가하기 때문에 시청률이 분산된 영향도 있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걸스플래닛999' 관련 영상의 9월 7일 기준 누적 조회 수는 유튜브에서 2억 3315만 뷰, 틱톡에서는 14억 뷰를 기록했다. 또 Mnet이 자체적으로 만든 공식 플랫폼 '유니버스'를 통한 제1차 글로벌 투표수는 3936만0509표에 이른다.

다만 '걸스플래닛 999'가 배출할 걸그룹이 넘어야 할 산은 엔하이픈보다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수석위원은 "현재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항미원조' 관련 중국인 멤버에 대한 국내 반감은 여전하다. 또 최근 중국의 대대적인 팬덤 규제 조치에 따른 중국 음악 시장 침체 등도 Mnet 측이 예상치 못한 난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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