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말하자 "그게 다야?"…금메달리스트 울린 FBI[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14:00

업데이트 2021.09.16 14:37

미국 여자 기계체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가 지난 15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주치의의 성적 학대가 지속된 데는 관계기관의 방임과 은폐가 있었다고 진술하며 눈물을 흘렸다. . [인터넷 캡처]

미국 여자 기계체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몬 바일스가 지난 15일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주치의의 성적 학대가 지속된 데는 관계기관의 방임과 은폐가 있었다고 진술하며 눈물을 흘렸다. . [인터넷 캡처]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인 시몬 바일스를 포함한 여자 선수들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래리 나사르의 성적 학대가 지속된 데는 수사기관의 의도적 방임과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들은 앞서 여자 체조선수 300여명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30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나사르의 사건의 피해자임을 직접 밝힌 바 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성폭행 피해

이날 상원 법사위에는 바일스를 포함해 맥카일라 마로니, 알리 레이즈먼, 매기 니콜스 등 4명의 선수가 출석했다. 바일스는 청문회에서 “나는 지금껏 체조선수로서 25개의 세계선수권 메달, 7개의 올림픽 메달을 따낸 강한 사람”이라며 “하지만 래리 나사르의 성적 학대를 겪도록 혼자 남겨지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고 얘기하다 눈물을 쏟았다. 이어 “FBI는 내가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신고하기 훨씬 전부터, 나사르의 지속적인 성폭행 혐의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괴물 같은 존재가 어린 아이들을 해치는 이런 범죄가 (수사기관에 의해) 방치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미국 여자 체조선수에 대한 상습적인 성폭행 사건의 수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체조선수들. 왼쪽부터 알리 레이즈먼, 시몬 베일스, 멕케일라 마로니, 매기 니콜스. 연합뉴스

미국 여자 체조선수에 대한 상습적인 성폭행 사건의 수사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체조선수들. 왼쪽부터 알리 레이즈먼, 시몬 베일스, 멕케일라 마로니, 매기 니콜스. 연합뉴스

마로니 "FBI와 통화한 순간이 최악의 기억"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로니는 “나사르의 혐의에 대해 조사한다던 FBI 요원과 통화했던 순간은 내 인생 최악의 기억 중 하나”라고 떠올렸다. 마로니에 따르면, 해당 요원은 마로니가 나사르에게 성폭행을 당한 순간을 세세하게 묘사하도록 계속 질문했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며 답변하다 마로니가 눈물을 쏟자 FBI 요원은 한참만에 “그게 다야?”라고 되물었다. 마로니는 “나를 보호해야 할 사람에게 무시당했단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맥카일라 마로니는 미 상원 청문회에서 FBI 요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악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캡처]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맥카일라 마로니는 미 상원 청문회에서 FBI 요원과 전화 인터뷰를 했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며 ″최악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캡처]

이어 마로니는 “FBI는 나사르의 지속적인 성폭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체포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을 끄는 바람에 70명이 넘는 어린 선수들이 추가로 피해를 입었다”며 “우리가 그토록 고통스럽게 진술한 내용을 FBI가 서랍 속에 방치해 의미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레이즈먼 역시 “FBI 요원은 내가 당한 성적 학대를 하찮게 여겼고, 상부에 이 사건이 수사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도록 축소 보고해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수년간 300여명의 여자 체조선수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300년형에 처해진 전 체조 국가대표 주치의 래리 나사르. 연합뉴스

수년간 300여명의 여자 체조선수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300년형에 처해진 전 체조 국가대표 주치의 래리 나사르. 연합뉴스

FBI 국장 "참담하다. 재발 없도록 엄중 조치"

실제로 법무부 감찰에 따르면, FBI의 제이 애보트 요원은 나사르 사건을 수사할 당시 미국 올림픽 조직위에 일자리에 대해 논의하는 등 FBI 이해충돌 방지 원칙을 위반했다. 또 2015년 나사르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놓고 피해 선수와 전화 인터뷰를 하는 데 5주를 기다리게 하는 등 시간을 끌었다. 피해자 인터뷰 이후에는 8개월 이상 추가 조사하지 않고 뭉갰다. 마이클 호로위츠 법무부 감찰관은 “애보트가 이 문제를 덮기 위해 FBI와 언론에 거짓말을 했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애보트는 지난 2018년 1월 FBI를 그만뒀다.

이날 상원 법사위원장인 닉 더번은 운동 선수가 어떻게 이같은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는지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번 사건이 법 집행 자체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양심에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FBI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가슴 아프고 참담하다”면서도 “이는 ‘국민 보호’라는 FBI의 본분을 망각한 한 개인의 실수일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레이 국장은 “FBI는 이번 사건을 확실히 기억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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