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父子의 40년 꿈…SK 전기차 배터리 신생법인 설립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11:32

업데이트 2021.09.16 13:54

SK그룹이 다음달 1일 전기차배터리 사업을 전담할 회사를 설립한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 E&P 주식회사(가칭)’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SK는 40여년 전부터 꿈꿨던 정유와 가스를 넘어 태양에너지와 배터리까지 포괄하는 종합에너지 회사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전체 주주의 74.57%(6233만1624주)가 주총에 참석했으며, 이 가운데 80.2%(4998만1081주)가 찬성했다. 분할 조건인 주총 참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의 3분의 1이상 찬성을 확보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분사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 등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IPO 내년 이후"…전기차배터리ㆍESS 사업 전담  

이날 분사안이 의결됨에 따라 다음달 1일부로 신설법인이 출범한다. SK배터리 주식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생산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을 맡는다. 새 사명 이름은 특허청에 상표권이 출원된 ‘SK 온(on)’ ‘SK 배터러리(betterery)’ ‘SK 넥스트(next)’ 중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대표는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총괄해온 지동섭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법인의 기업공개(IPO)도 검토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내년 하반기 IPO 가능성에 대해 "최소한 (그때가) 아니고,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사업에서 보여줄 것이 많지만 이를 증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SK이노베이션이 어떻게 성장하고, 배터리 사업이 어떻게 갈지 실적으로 진척 상황으로 보여주면서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는 시점에 IPO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SK E&P는 석유개발 생산ㆍ탐사 사업, 탄소 포집ㆍ저장(CCS) 사업을 수행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명성 대표가 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8월 14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 추모 사진전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버지 최종현 회장의 사진 속 손과 자신의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 SK]

2018년 8월 14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고 최종현 회장 20주기 추모 사진전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버지 최종현 회장의 사진 속 손과 자신의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 SK]

고 최종현 회장 “기술집약적 방향으로 가야”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의 분사로 SK그룹의 에너지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과 생산,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BaaS),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 배터리 관련 사업에 무게 중심을 두게 됐다, SK그룹은 1980년 유공을 인수하면서 석유화학 사업을 그룹의 큰 사업군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면서도 석유화학 산업이 가져올 환경문제를 풀어나갈 방안을 모색해왔다.

1993년 발간된 『선경 40년 사사』에 따르면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은 1982년 12월 9일에 열린 간담회에서 “종합에너지 회사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정유뿐만 아니라 석탄, 가스, 전기, 태양에너지, 원자력, 에너지축적 배터리 시스템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10년 후에는 정유사업이 다른 에너지 사업에 비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하자”며 “기술 축적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부터 꾸준히 기술자를 양성하고 기술집약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크리에이션센터장은 “배터리 사업은 이때부터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구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배터리 2공장 . 이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약 1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올해 중 완공해 내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배터리 2공장 . 이 공장은 연간 생산능력 약 1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올해 중 완공해 내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사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주 잔고 글로벌 3위  

최태원 회장은 아버지 최종현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1998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본격적으로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배터리사업 회사의 분할로 그룹의 미래 에너지 전략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올해 6월 기준 배터리사업은 누적 수주잔고는 아이오닉5급 전기차 약 1300만대에 들어갈 1테라와트시(TWh)로 글로벌 3위에 올랐다. 130조원 규모다.

1TWh를 수주한 배터리 회사는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류션에 이어 3번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1∼7월 국내 신규등록 전기차 4만7508대 중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약 2만8000대로 60% 이상이었다. SK그룹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2023년 85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최근 미국 포드사와 합작법인 설립도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매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매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K이노베이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주목할 만하다. SK이노베이션 밸류크리에이션센터 김우경 팀장은 “전기차 시장에 비례해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매력적인 산업”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올해 1.2GWh 규모에서 2030년 136GWh로 113배 이상 급성장할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2030년 폐배터리 시장 규모가 181억 달러(약 21조원)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이 배당을 실시할 때 주식을 나눠주는 정관 개정안도 이날 임시주총에서 통과됐다. ‘이익을 배당할 때 금전, 주식 및 기타 재산으로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SK배터리사업 신설 법인을 물적분할함에 따라 신주를 받지 못하는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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