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12 후 '反전두환 쿠데타' 반대했다…비밀문건 첫 공개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10:10

업데이트 2021.09.16 10:17

미국 정부가 12ㆍ12 사태 이후 전두환을 몰아내려는 한국 군 내 '역(逆) 쿠데타' 동향을 파악한 뒤 "군 내 분열은 앞선 12ㆍ12 사태보다 더 큰 파문을 불러올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한 내용이 담긴 기밀 문건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정부가 전달받은 5ㆍ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된 미측 문서 사본. '한국 군 내 불안정성에 대한 추가 증거'라는 제목으로 12ㆍ12 사태 세력(MOVES)과 이를 뒤집으려는 역쿠데타 세력(COUNTERMOVES)에 대한 동향 파악 내용이 담겼다. 제공 외교부.

미국의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정부가 전달받은 5ㆍ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된 미측 문서 사본. '한국 군 내 불안정성에 대한 추가 증거'라는 제목으로 12ㆍ12 사태 세력(MOVES)과 이를 뒤집으려는 역쿠데타 세력(COUNTERMOVES)에 대한 동향 파악 내용이 담겼다. 제공 외교부.

美 "한국 군 내 '반 전두환' 음모" 보고

외교부는 16일 미국의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5ㆍ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비밀해제된 미측 문서 사본 882쪽 분량을 최근 추가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신규로 비밀해제된 206쪽과 이미 비밀 해제는 됐지만 디지털화되지 않아 미처 접근하지 못했던 문서 576쪽이다.

비밀해제 문서에 따르면 1980년 2월 1일 주한 미국 대사관이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으로부터 한국 군 내 반(反) 전두환 음모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미 국무부에 보고한 내용이다. 1979년 12ㆍ12 사태 직후인 1980년대 초 군 내에 역쿠데타 음모가 있었다는 점은 이미 알려졌지만, 미국 측 외교 전문에서 관련 보고 내용이 발견된 건 처음이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5ㆍ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된 미측 문서 사본. 미국 측에 역쿠데타 움직임을 제보한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이 명시돼 있다. 제공 외교부.

미국의 카터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5ㆍ18 민주화운동 관련 비밀해제된 미측 문서 사본. 미국 측에 역쿠데타 움직임을 제보한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이 명시돼 있다. 제공 외교부.

美, '12ㆍ12 사태'와 '역쿠데타' 모두 반대 정황

당시 미국은 앞선 12ㆍ12 사태뿐 아니라 이를 뒤집고 전두환을 다시 끌어내리려는 역쿠데타 움직임에도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미국 대사관은 "군 내 집단이 12ㆍ12 사태 때 일어난 사건을 되돌리려 하거나, (전두환 정권 외) 다른 세력이 정부를 완전히 장악할 경우 한국에 처참한(disastrous)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이를 모든 당사자에게 최대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했다.

또 관련 문건에는 "미국 정부는 12ㆍ12 사태를 되돌리려는 시도는 (12ㆍ12 사태와) 똑같이 위험하다는 입장을 이범준 장군에게 전달하고자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더해 미 대사관 측은 "최규하 대통령을 만나 미국이 전두환 세력과 역쿠데타 세력 모두에게 강하게 경고하려고 한다"며 국무부 본부의 승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에 역쿠데타 움직임을 알린 것으로 특정된 '이범준 장군'의 신원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5ㆍ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측도 "제보자가 공개된 건 처음이지만, 정확한 신원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추가로 비밀해제된 문건은 5ㆍ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5ㆍ18 민주화운동 기록관에 인계된 후 기록관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문건은 5ㆍ18 진상 규명과 직접 관련성은 높지 않지만 당시 시대적 배경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 측은 지난해 5ㆍ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관련 문서 43건을 비밀해제한 데 이어, 올해도 지난 5월 14건, 6월 21건의 문건을 추가로 비밀 해제해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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