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더 모닝'] 조성은씨가 보여준 '청년 정치'의 단면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8:17

안녕하세요? 오늘은 청년 정치인 육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국민의당 당직자 시절의 조성은씨(왼쪽). 2018년의 모습이다. 오른쪽은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뉴스1]

국민의당 당직자 시절의 조성은씨(왼쪽). 2018년의 모습이다. 오른쪽은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뉴스1]

 ‘정치는 젊다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치인은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다. 비록 면허증은 없지만 정치는 고도의 정치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일엔 수없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중략) 청년이 해선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청년도 할 수 있지만 청년이라고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도, 무조건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장경환씨(전 정의당 기획홍보팀 부장)의 ‘청년정치의 허상’이라는 글에서.

‘아직 20대밖에 안 된 90년대생에게 정치적 활동을 정치적 활동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적어도 정치의 문을 두드리는 20대와 30대 초반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는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가치 실현의 문제이기도 한데, 90년대생들과 그 인접 세대는 애초에 가치를 별로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확실하게 보장된 지위 상승의 기회이거나 아니면 감각적 즐거움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후자를 누릴 가능성은 적고 전자 또한 세대의 적체 문제와 불확실성으로 얻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능력 있는 90년대생들이 정치에 유입될 유인은 없다.’ -20대 작가 임명묵씨의 책 『K를 생각한다』에서.

‘왜 조성은씨 같은 사람이 정치권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었나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이 청년 정치의 중요성을 외쳤지만 결국 속 빈 강정에 불과했으며 내실이 부족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선거가 임박해오면 구색을 갖추기 위해 개개인의 정치적 능력이나 교양, 인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보여주기식 감투를 씌워주기에 급급했던 정치권의 지난날 과오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생각입니다. 진정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청년들의 눈높이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정치인 육성에는 소홀히 하고 이벤트성 영입과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포장에 급급했던 과거….’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의 발언 중에서.

1988년생 조성은씨에 대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똑똑한 신세대 후배이고 내가 청년이나 젠더 문제를 잘 모르다 보니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지만, 조씨를 청년 문제를 잘 대변할 사람으로 보는 청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조씨는 정치인인지, 사업가인지, 그것도 아니면 중개인인지가 불분명한 기성 ‘정치 낭인’의 모습을 빼닮았습니다. 청년들이 '청산'되기를 바라는 구시대적 정치인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한 술 더 떴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여러 당을 전전하며 청년 몫의 당직을 차지한 것은 ‘청년 대표성’을 도둑질한 것입니다.

조씨에 앞서 다수의 청년이 사회적 성공이나 특별한 인생 스토리 덕에 화려하게 정치판에 ‘스카우트’됐지만 논란 끝에 물러나거나 퇴출당했습니다. 26세의 여당 당직자가 1급 공무원으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렸지만 청년들이 박수를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청년 정치의 허상들입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등 30대에 국가 지도자가 된 정치인들을 거론하며 우리 정치도 젊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들은 모두 20대 때부터 정당 활동과 정책 개발에 참여하며 수련 과정을 밟았습니다. 선거와 의정을 통해 검증 받았습니다. ‘늙은 정당의 비비크림 같은 존재’(맨 위의 글을 쓴 장경환씨의 표현)가 아니었습니다. 조성은씨로 인해 청년 정치의 ‘거품’이 조금이라도 덜어진다면 그것은 뜻밖의 소득입니다.

조씨는 한 벤처기업의 임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그 회사는 조씨에게 외부 자금 중개인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조성은 마세라티 리스해준 벤처사 "10원 한장도 안가져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 조성은(33)씨와 야당인 국민의힘 사이 ‘마세라티’ 공방이 새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이 먼저 “세금은 연체하고 직원 임금은 체불하며 고급 주택에 살고 마세라티를 탄다”며 조씨를 공격한 데 대해 조씨가 15일 "의혹의 본질을 훼손하기 위해 이상한 임금체불 논란을 제기하는데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면서다.

조씨가 타고 다닌 마세라티 차량도 본인 명의 회사 3곳과는 별도로 올해 4월 등기임원으로 취업한 정보통신(IT) 벤처기업 A사 명의로 리스(장기임대)한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성은, 4월 등기임원 취임 벤처 A사가 마세라티 리스해줘

15일 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4월 8일부터 A사의 사내이사로 취임해 재직 중이다. 본인 소유 회사 법인 3곳과는 별개의 회사다. A사는 정부지원금과 투자를 유치해오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조씨를 영입했다고 한다. 또 조씨의 투자유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법인 명의로 이탈리아 스포츠카 마세라티를 리스해 조씨에게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씨는 A사에 취업한 직후부터 사측과 갈등을 빚으며 현재는 퇴사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조씨는 “일을 시작하려고 보니 탈세와 횡령 정황을 알게 됐고 문제를 제기하자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반면 A사의 실소유주는 “탈세와 횡령 이야기는 모두 헛소리”라며 “조씨가 10원짜리 한장 가져오지 않아 내보내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A사 “리스 비용은 조씨가 전부 부담”…조씨 “사측과 갈등 탓”

양측에 따르면 A사는 조씨에게 아무런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고 마세라티 리스 비용도 대지 않아, 조씨는 자비로 차량을 유지했다고 한다.

A사는 2015년 7월 28일 설립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극적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연간 매출액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6000만원 안팎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4배가량인 8억 4700만원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8년까지 적자를 보다가 2019년 1000만원 흑자로 전환한 뒤 2020년 5억 900만원을 기록해 경영수지도 크게 개선됐다.

A사는 기사회생하기 직전인 2019년 12월 한 인터넷 매체가 주최한 시상식에서 ‘중소벤처기업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씨, 투자유치 명목 임원 취임…A사 “10원 한장 안 가져와”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조씨가 A사에서 등기 이사로 취임하기 수년 전부터 일을 도우며 A사 실적을 높이는 데 기여하다 최근 사측과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조씨는 “올해 4월부터 A사에서 일했다”며 반박했다. A사도 같은 입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A사가 중기부상을 받은 것과 관련해 “상 발급 내역이 없다”며 “A사가 어떤 경위로 중기부 이름의 상을 받았는지는 추가로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3살 청년이 1억(대) 중반 한다는 이탈리아제 수제차 마세라티를 타고, 서울역 부근 대형 아파트에 살고. 경영하던 회사는 국세체납에 대출금은 연체되고, 직원들은 월급 못 받고 있고.”라며 “박지원 국정원장 방송 출연 때 보좌진도 아니면서 수행해가서 대기실에 함께 있고. 그 비싸다는 롯데호텔 모모야마라는 일식집에서 밥 먹고. 도대체 네 정체는 뭐냐? 열심히 살아가는 이 땅의 청년들 속 뒤집어놓으려고 나왔냐?”라고 썼다.

이후 논란이 확산하자 조씨는 15일 페이스북에서 “본질(고발 사주 의혹)을 훼손하기 위해 보도되는 내용을 바로 잡겠다”라며 “허위사실 보도”라고 강조했다. “이미 종료된 근로관계에 있는 직원들과는 임금 등 모든 것들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미국 출국을 앞둔 조씨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을 두고선 조씨가 “준비하고 있던 스타트업 사업의 해외진출과 관련한 출국”이라며“(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인) 본인들의 증거 제출과 수사 협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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