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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왕, 김정은에 축전 보냈다…北 수상한 공개 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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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오른쪽)과 메건 마클 왕자비. [로이터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오른쪽)과 메건 마클 왕자비.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 등은 14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여왕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 정권수립 73주년(9월 9일)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같은 소식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알려졌다.

여왕은 이전에도 북한에 비슷한 축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중에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여왕이 축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이 국경일을 축하하듯 저도 앞날에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왕이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의 국경일을 맞아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여왕의 축전 내용은 영국 언론이나 버킹엄궁 SNS 계정에는 공유되지 않았다. 통상 여왕이 해외 정상에게 보낸 핵심 메시지는 공개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버킹엄궁 역시 전 세계 각국의 국경일에 하는 표준적인 관행이라고 의미 부여를 피했다. 축전은 여왕의 이름으로 영국 외교부가 보낸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서방 국가 중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영국은 2000년 북한과 수교했고 양국은 상대국에 서로 대사관도 두고 있다. 다만 평양 주재 영국 대사관은 북한의 코로나19 봉쇄로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외신들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에 맞춰 영국 여왕이 축전을 보내온 사실을 공개한 배경을 주목했다. 텔레그레프는 시점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11~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미국 데일리비스트는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선전 움직임’으로 분석하면서 북한 정권이 자신들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왕의 메시지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여왕의 축전은 반대로 영국의 대북 선전이라는 진단도 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여왕의 메시지는 김정은 일가보다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친서방 선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인 영국 리즈 대학의 아이단 포스터 카터 선임연구원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우리에게 우호적 제스처를 보내는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알아야 할 핵심은 여기에서 정확히 무엇이 변했느냐 하는 점”이라며 “북한 매체가 여왕의 축하내용을 공개한 것은 확실히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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