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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커머스 생태계 거머쥐고…애써 '상생' 강조하는 네이버

중앙일보

입력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1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의 SME 전략 등 사업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지난해 11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의 SME 전략 등 사업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상생=3000억원 기금 조성’, 이건 공식인가. 네이버가 자사 소상공인 상생기금이 5년차에 누적 3000억원을 넘어섰다고 15일 밝혔다. 공교롭게도 카카오가 정치권의 규제 압박에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5년간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이다. 네이버가 지나온 길, 카카오가 지나갈 길이 될까.

무슨 일이야

네이버가 지난 2017년 중·소상공인(SME)을 위해 사내 예산으로 조성한 '분수 펀드'가 올 연말이면 누적 집행금액 3600억원에 이른다. 분수펀드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등을 돕는 네이버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프로젝트 꽃'의 자금줄.
● 네이버는 2008년부터 동영상, 부동산, 검색광고, 쇼핑 등 여러 분야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가능성을 지적받아왔다. 그 해법으로 짜낸 것이 '국내는 상생, 해외는 성장' 투트랙 전략. 2016년 4월 출범한 프로젝트 꽃은 상생 전략의 주축이다.
● 올해 분수펀드 집행금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900억원을 넘어설 전망. 연간 600억원대였던 금액이 지난해(861억원)부터 본격적으로 늘었다. 커머스 생태계에 지원을 강화한 영향이다.

그동안 네이버가 한 건

온라인에 약한 소상공인에 기술 지원을 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상당 부분 피해 갔다. 분수펀드가 어디에 돈을 썼는지 보면 네이버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소상공인 유입과 락인(lock-in) :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초기 판매자들의 결제 수수료와 마케팅을 지원하는 데 약 568억원을 썼다. 네이버에 따르면, 입점후 6개월 이후부터 업체 이탈률이 6분의 1로 감소하며 성장 곡선을 타기 시작한다. 이탈 전까지 초기 지원이 중요하다는 의미. 올해 8월까지 누적 14만명의 1년차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매월 결제액 500만원까지 결제 수수료를 면제받았다. 성장 단계에 따라 판매자가 검색광고 등 온라인 마케팅에 쓸 수 있는 포인트도 243억원어치(누적 11만건) 지급됐다.
●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 네이버는 2013년부터 창업과 창작을 지원하는 오프라인 공간 '파트너 스퀘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8년간 전국 6개 지역 파트너스퀘어에 다녀간 방문자는 누적 30만(횟수 기준). 코로나 이후에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300여 건)으로 전환했다. 창작자와 소상공인들이 이 프로그램을 돌려본 재생 횟수는 연간 230만. 전문가 상담 서비스 '네이버 엑스퍼트'로 소상공인들에게 노무·재무·회계 컨설팅도 지원한다. 2019년부터는 동네시장 122곳을 네이버쇼핑에 입점시켜 디지털 전환을 도왔다. 모두 분수펀드 자금이 들어갔다.

네이버 분수펀드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네이버 분수펀드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술적으론 '가장 싼 수수료', '가장 빠른 정산',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모바일 홈쇼핑(네이버 쇼핑라이브)' 환경을 구축했다.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수수료는 0원, 주문관리(결제) 수수료는 결제액의 2~3.3%다. 20~30%에 달하는 백화점 입점 수수료율이나, 다른 커머스의 판매 수수료(약 10%) 등에 비해 판매자 부담이 적다는 평이다.
● 판매자의 자금 순환을 돕는 '빠른 정산'도 네이버의 강점. 네이버는 오는 12월부터 월 거래건수 20건 이상인 판매자들의 정산 시점을 '배송완료 다음날(약 4.4일)'에서 '집화완료 다음날(약 3.3일)'로 하루 더 줄인다. 경쟁 커머스 업체의 경우, 정산까지 적게는 10일, 길게는 60일쯤 걸리는 편.
● 지난해 7월부터 판매자에게 라이브 커머스 툴을 제공하는 것도 판매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더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11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 2500억원, 누적 시청 3억 5000만회를 기록했다. 박수하 쇼핑라이브 리더는 "SME들이 직접 하는 방송 비중이 지난해 20%에서 올해 50%를 넘었다"며 "올해 4분기에는 사용자와 거래액 모두 급성장하는 J커브를 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빠른정산'의 누적 지급액. 사진 네이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빠른정산'의 누적 지급액. 사진 네이버

그래서 네이버가 얻은 건

네이버 주도의 온라인 커머스 생태계를 쥐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점유율(18%, 지난해 거래액 기준) 1위를 지키고 있다.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은 약 46만명. 국내 사업으로 얻은 데이터와 기술은 일본·동남아 등 글로벌 진출의 발판이 된다. 라인-야후 합작회사인 Z홀딩스는 연내 일본에서 스마트스토어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 소매시장 규모는 한국의 3배 이상이지만 아직 커머스의 온라인 침투율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사진 네이버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사진 네이버

그래도 걱정되는 건

네이버의 국내 커머스 생태계는 온라인·소상공인을 넘어 오프라인 백화점·대형마트·물류까지 '무한확장' 되고 있다. 특히 하반기엔 생필품·신선식품 사업이 강화된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신세계그룹, CJ대한통운과 각각 2500억원, 3000억원 규모로 지분을 교환했다. 이마트가 보유한 신선식품 체인과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CJ대한통운과는 당일배송을 위한 물류 IT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며 20만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짓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상생을 강조하면서 카카오와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커머스 독점 이슈로부터 자유롭진 않다"며 "신생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지 않은지, 플랫폼 내에서 입점업체와 비입점업체 사이에 공정하게 가치 배분이 이뤄지고 있는지, 오프라인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없는지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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