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꼭 해야할까?" 20대에서 벌어지는 '여진남보' [2040 세대 성향 리포트]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5:00

업데이트 2021.09.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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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창간기획] 

2040 리포트에서 드러난 특징은 20대와 40대의 세대 격차뿐 아니라 20대 내부의 성별 인식 차이도 크다는 점이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2040 리포트에서 드러난 특징은 20대와 40대의 세대 격차뿐 아니라 20대 내부의 성별 인식 차이도 크다는 점이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1940년 10월 21일 발간된 「매일신보」에는 ‘행복한 결혼은 일생의 락원(樂園)’이란 제목의 이덕봉 당시 배화여고 교장의 기고문이 실렸다. “결혼은 인격으로 완성을 의미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가장 중대한 의의가 있는 것”이란 내용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신여성을 키워내던 교육기관에서 함양했던 결혼관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70여년이 흐른 지금은 결혼관이 어떻게 변했을까.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20·40세대 2018명(20대 1011명, 40대 100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29일 진행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20대 남성의 56.7%는 ‘그렇다’고 답한 반면 20대 여성의 21.0%만 ‘그렇다’고 밝혔다. 20대 여성 대부분(78.4%)은 결혼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40대는 어땠을까. 40대 남성의 58.4%는 ‘그렇다’고 답했다. 20대 남성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대로 결혼의 필요성에 ‘그렇다’고 응답한 40대 여성은 32.2%에 불과했고 67.3%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결혼 문제에 대해선 20대와 40대라는 세대 차이보다 남녀 차이가 더 큰 셈이다. 여성들이 결혼에 따르는 출산·양육 등의 부담을 남성들보다 훨씬 크게 느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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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대보다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가 큰 또 다른 주제는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였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는 20대 남성은 88.5%로 압도적인 반면 20대 여성 52.4%는 폐지 반대에 손을 들어줬다. 40대에서도 남성 60.8%는 폐지에 찬성하는 데 비해 여성 50.2%는 폐지에 반대했다.

다만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불붙은 ‘여성 징병’ 이슈는 성별보다 세대 차이가 두드러졌다. 20대의 경우 남성 52.6%, 여성 45.2%가 ‘여성 징병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40대의 경우 남성 38.0%, 여성 31.9%만이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소위 ‘이대남’ 고립화 현상이 나타는 주제도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북한에 지원하는 문제였다. 40대의 남성(66.2%)과 여성(68.5%), 20대 여성(56.2%)은 백신 지원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하지만 20대 남성의 경우 지원 찬성은 22.9%에 그쳤고 74.9%가 반대했다. 본인 또는 주변 친구들이 비교적 최근에 군 복무를 경험해서 상대적으로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현상을 20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진남보’(여성은 진보적, 남성은 보수적) 현상의 일환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한국에서 경제 개발과 환경 보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느냐’는 문항에 대한 답변이다. 40대는 남성(50.2%)이든 여성(64.8%)이든 ‘환경 보호’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그러나 20대에서는 여성의 58.9%가 ‘환경 보호’를 중시한 데 비해 남성의 66.3%가 ‘경제 개발’을 더 중시했다. 연령상으론 40대가 60대 이상의 ‘산업화 세대’에 더 가깝지만, 경제적 가치관은 20대 남성이 산업화 세대에 더 가까운 셈이다.

증세 문제도 그렇다.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 문제에 40대는 20대에 비해 전반적으로 찬성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20대를 성별로 나눠서 보면 여성은 증세 찬성(49.8%)과 반대(47.6%) 팽팽했지만 남성은 증세 반대(65.0%)가 찬성(33.6%)을 압도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이번 조사에선 정치적 인식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인식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균열이 나타났다”며 “특히 20대 내에서 소위 ‘여진남보’의 성별 간 균열이 교차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20대가 40대보다 효심이 더 깊다?

한편 적어도 부모를 모시는 데 있어서만큼은 20대가 40대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은 부모를 모셔야할 의무가 있나’라는 질문에 20대의 81.7%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7.2%에 그쳤다. 40대에서도 그렇다는 응답이 58.7%로 더 높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응답도 41.1%로 만만치 않았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 봉양에 20대가 훨씬 긍정적인 이유는 상당수가 독립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도 있는 40대와 달리, 아직 20대는 부모에게 경제적인 의존을 하고 유대감이 더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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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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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혼 문제는 20대와 40대의 의견이 눈에 띄게 엇갈렸다. 동성 커플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20대의 65.1%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40대는 54.4%가 반대한다고 답해 동성혼에 더 부정적이었다.

신진욱 교수는 “과거에 비해 성소수자 문제가 훨씬 많이 공론화된 시대에서 살아온 20대가 동성혼 등에 더 개방적인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2040 리포트, 이렇게 조사했다
중앙일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20대와 40대의 인식차가 적잖다”는 주장을 실증하기 위해 이번 기획을 준비했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7~29일 사흘간 전국의 20대 1011명, 40대 1007명을 대상으로 사회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는 전화 면접원 면접조사(가상번호 100%)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20대 13.3%, 40대 14.8%였으며 2021년 7월 행정안전부 인구기준을 적용해 가중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설문에선 남북 통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증세, 여성가족부 폐지 등 모두 15개의 문항을 물었다. 질문 문항과 답변 보기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한국정당학회장),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의 감수를 받았다. 설문 설계 과정에선 강원택 서울대 정외과 교수, 강정한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로부터도 도움을 받았다. (가나다순)
중앙일보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든 디지털 인터렉티브 서비스 「초간단 세대성향 판별기」(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453)도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20대, 그러니까 MZ 세대와 가까운 성향인지, X세대라고 불렸던 40대에 가까운 성향인지 알 수 있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회원 가입 후 15문항에만 답하면 된다. 2020년 총선과 올해 4월 재·보선에서 각각 백만명 넘게 이용하고 공유해 화제가 됐던 「초간단 정치 성향 테스트Ⅰ,Ⅱ」의 후속작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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