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납치 한시간뒤 풀어줬다…여중생 납치 5인조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5:00

서울 마포경찰서 [연합뉴스]

서울 마포경찰서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10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성인 남성들이 한 여중생을 강제로 차량에 태우려 실랑이를 벌였다. 강하게 저항하는 여중생을 태운 차량은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A양은 차 안에서 부모에게 구조요청 연락을 보냈다. 연락을 받은 어머니는 오후 11시 10분쯤 인근 지구대에 납치 신고를 했다. 홍대입구역에서 출발한 괴한들은 A양을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내려준 뒤 잠적했다.

괴한들은 왜 여중생을 납치했다가 풀어줬을까. 경찰 조사 결과, 뜻밖에도 이들이 노린 건 여중생의 ‘돈’이었다. A양이 빼앗긴 돈은 무려 2700만원. 어린 학생이 거금을 갖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보이스피싱의 인출책이었던 것이다.

여중생을 차량에 태우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일당은 5명이었고,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4일 이들을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은 금융사기 피해자들의 돈 3000만원을 인출한 뒤 달아났다고 한다. 이 돈을 다시 빼앗기 위해 5명의 괴한이 동원된 것이었다. A양이 인출책으로 활동하던 보이스피싱 조직이 5명에게 범행을 의뢰했으며 A양은 빼돌린 돈 중 약 300만원을 사용하고 남은 2700여 만원을  ‘빼앗긴(?)’ 것으로 조사됐다.

마포경찰서는 사건 현장 주변의 CCTV와 A양의 진술을 바탕으로 납치범들을 추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건으로 수사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미성년 범죄자 느는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이미지그래픽

보이스피싱 이미지그래픽

중학생 A양을 포함해 경찰에 적발된 일당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의 초창기와 달리 최근엔 범죄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초기엔 한국인이 인출책, 중간책을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위험성 때문에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보이스피싱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체류자가 가담하게 되는 주된 경로는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공고나 인맥 등이라고 한다.

미성년자인 중학생이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이용되는 일도 늘고 있다. 피해 금액을 수거하는 인출책의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미성년자의 경우, 경찰에 검거돼도 처벌 수위가 낮고 눈앞의 수익에 현혹되기 쉽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히 추산하기 어렵지만, 보이스피싱 검거 인원 중 상당수가 10대 미성년자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속아 범죄로 빠져든 청소년도 많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