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낮춘 5성급 호텔 식당, 2주 전 전화해도 '룸' 꽉 찼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5:00

서울 광화문 포시즌즈 호텔의 일식당인 아키라백. 아키라백은 2인~10인석 규모의 별실 6개를 갖추고 있다. 이 식당의 별실을 이용하려면 적어도 2주 이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점심은 물론이고, 저녁에도 그렇다. 가족 단위 손님의 예약이 몰리면서, 이미 추석 연휴 기간 중 예약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다. 포시즌즈 호텔 서울 측은 15일 “아키라백의 경우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35% 이상 늘었다”며 “호텔 내 중식당인 유 유안 매출도 전년보다 15%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롯데호텔 내 한식당인 무궁화. [사진 각 업체]

롯데호텔 내 한식당인 무궁화. [사진 각 업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특급 호텔을 중심으로 호텔 내 식당은 인기몰이가 한창이다.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일반 음식점보다 안전하고 쾌적하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다. 아키라백 같은 일부 호텔 식당은 최소 2주 이전에 예약해놓지 않으면 이용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매출도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도 라연과 팔선 같은 호텔 내 식당(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7~8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식ㆍ음업장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5%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호텔 측은 “4단계 적용으로 점심 4인, 저녁 2인 모임만 가능하지만, 호텔이 안전한 곳으로 여겨지면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수요는 커지는 것 같다”며 “특히, 저녁 손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 서울 측은 “호텔의 간판격인 도림, 모모야마, 무궁화 같은 식당은 최소 2주 전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이 어려울 정도”라며 “코로나19 공포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2~4월을 제외하면 2019년보다 매월 20~30% 정도 매출이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일식당 스시조의 경우 룸은 최소 2주전에, 카운터 석은 현재 11월까지 모두 마감되어 있는 상태다.

호텔, SNS 맛집으로 부상 중 

호텔에서 케이크나 빙수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식ㆍ음료를 즐기는 이도 늘고 있다. 덕분에 호텔이 인스타그램 같은 ‘SNS 맛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가 서울 종로에서 운영 중인 ‘마이클 바이해비치’는 지난 6월부터 두 달 간 매출이 코로나19의 확산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50%가 늘었다. 고급 크루즈선에서 모티브를 딴 인테리어가 젊은 소비자에게 특히 위력을 발휘한 덕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호텔들은 콧대를 낮추며 소비자 곁으로 한 껏 다가섰다. 기존엔 없던 ‘테이크 아웃’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한 일이 대표적이다. 한 예로 포시즌즈 호텔 서울은 온라인으로 호텔 식당 음식을 파는 이숖(e-shop)을 지난 6월에 열었다. 한식 도시락의 경우 매일 생산된 물량 대부분이 소진될 정도 인기다. 롯데호텔은 지난 4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데 이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도 입점한다.

포시즌즈 호텔 서울의 중식당인 유 유안. [사진 각 업체]

포시즌즈 호텔 서울의 중식당인 유 유안. [사진 각 업체]

주력인 객실 부문은 여전히 부진 

하지만, 아직까지 호텔 경기 자체가 풀리진 않고 있다. 매출 비중이 큰 객실 부문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0개가 넘는 3ㆍ4성급 호텔이 문을 닫기도 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는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10.3% 줄어든 382억원의 매출에, 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등의 객실 투숙율도 30%대에 머문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다보니 결국 호텔은 줄어든 객실 매출만큼 다양한 패키지 상품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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