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개인의 자유 억누르는 방역은 최선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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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주희종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형사사법학과 교수

주희종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형사사법학과 교수

지난달 초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방정부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명령하자 텍사스주를 비롯한 8개주 지사들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공공의 안전과 복리를 위한 국가 정책이라도 개인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라고 판단되면 거부할 수 있다는 시민권 존중 사상이 그 근저에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보기 힘들다. 실내에서도 병원이나 주요 시설의 출입을 제외하고는 권고 사항이다. 저녁 뉴스를 보다가 영국 축구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손흥민 선수가 통쾌하게 득점하는 장면을 봤다. 놀라운 것은 경기장에 운집한 수만 명의 관중이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전혀 없었다. 백신을 두 번 맞은 사람들이 아무 제약 없이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영국은 마스크 벗고 축구 즐겨
백신 신속 접종에 총력 다해야

필자는 최근 3주간 한국을 방문했다. 야외나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모임 참석과 식당 출입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부의 각종 행정명령이 시행되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휴대전화로 인증도 해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통제 정도가 사회주의 국가에 필적해도 시민들은 묵묵히 따르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흔이 되신 장인·장모를 모시고 낮에 주변 식당에 갔다. 개점한 곳이 적었고 사람도 별로 없었다. 5인이라 두 식탁에서 별도로 식사하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가족관계증명서도 제시했다. 텅 빈 식당이었지만 결국 출입을 거부당했다. 방문 기간에 요양원에 계신 아흔셋 어머님을 건물 유리창 밖에서 잠시라도 뵙고자 신청했다. 백신 접종 완료증명서와 음성으로 나온 최신 코로나 검사 결과를 요양원에 제출했지만 결국 허사로 끝났다.

강한 의문이 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철저하게 국민 사생활을 간섭하고 통제하는데도 코로나 4차 대유행은 잡히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하는 통계도 의심스럽다. 반면 미국에 입국할 때는 사흘 이내의 코로나 음성 결과만 제출하면 된다. 과학적 조치이니 수긍한다.

코로나 사태 대처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좋은 백신을 빨리 구해 신속히 접종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의 경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지난 3월 초에 출시돼 7월 중에는 원하는 국민의 대다수가 접종을 완료했다. 영국도 자체 백신과 미국산 백신을 도입해 신속히 접종했다.

한국처럼 자체 백신을 생산하지 못하는 이스라엘은 정부의 신속한 정책 판단에 따라 백신 물량을 조기에 확보해 가장 빠르게 접종했다. 그 결과 변이 바이러스가 있어도 대다수 시민은 큰 불편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정부의 올바른 사태 인식, 신속한 정책 판단, 빠른 백신 확보와 접종이 코로나 사태에 임하는 가장 중요한 대응임이 자명해졌다. 그런데 문 정부는 K방역에 도취해 최우선으로 해야 할 백신 확보와 접종은 제때 하지 못했다. 그러고도 애꿎은 자영업자만 들볶고 있다.

방역 관련 대책도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확한 근거나 원칙도, 일관성도 없다. 거리두기도 수시로 바뀌어 혼란과 조소를 야기하는 비과학적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는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코로나 사태를 반대 세력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의심도 제기된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국가 정책에 최대한 협조해왔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지침에 마냥 인내하며 따르라는 법도 없을 것 같다. 더 큰 사회적 반발과 저항이 일어나기 전에 문 정부는 정책 판단에 과오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양질의 백신을 신속히 확보해 접종률을 높이는 일에 총력을 다하길 촉구한다. 불필요한 규제와 통제를 최소화하고 시민의 개인적 자유와 인권도 배려하는 정책과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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