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허공에서 떨어진 코요테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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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로드러너(Road Runner)’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승냥이 생김새를 한 코요테가 로드러너(길달리기새)를 잡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한다. 로드러너는 중력 법칙을 무시하고 절벽의 허공을 달리기도 하는데 코요테가 이를 쫓다가 순간 자신이 허공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순간 바로 아래로 추락한다.

‘코요테의 추락’은 패턴이 있다. 절벽 전에 깨닫는 게 아니라 허공을 한참 달린 후 뒤늦게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나서는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한다. 뒤늦게 깨달으며 완충장치 없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앞으로 닥칠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가 이와 똑 닮았다.

코끼리 등 모양의 베이비부머
고령화사회 부작용 늦게 발현
대비 안하면 코요테처럼 추락
파국 막는 골든타임 10년 남아

인구구조에 관한 여러 지표 중 노인부양비율을 살펴보자. 노인부양비율은 생산에 참여하는 인구(15~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수를 나타낸 것이다. 생산가능인구와 노인인구가 모두 포함돼 있어서 인구구조 변화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좋다. 이 값이 50이라는 것은 생산가능인구가 100명이라면 65세 이상 인구가 50명이라는 뜻이다. 노인부양비율 변화를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라는 일본과 비교해보자.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우리나라 노인부양비율은 22다. 일본은 49나 된다. 하지만, 20년 후면 우리나라는 이 값이 58로 크게 증가하여 OECD 평균의 1.5배가 된다. 일본 역시 66으로 증가하나 속도는 둔화한다. 문제는 불과 10년이 더 지나 2050년이 되면 그 값이 73으로 일본과 같아진다. 우리나라 노인부양비율은 증가 속도가 빠르다 못해 가속까지 붙는 모양새다.

은퇴와 투자

은퇴와 투자

그럼에도 고령화의 부작용이 바로 표면화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인구구조 특징 때문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1차(1955~1963년)와 2차(1968~1974년)로 나눌 정도로 층이 두텁다. 그래서 출생자 숫자를 보면 마치 코끼리 등 모양 같다. 1, 2차 베이비부머가 코끼리의 어깨와 엉덩이이고 그 사이가 등에 해당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장기간에 걸쳐 분포해 있다 보니 고령화의 부작용이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올해 1차 베이비부머 맏형의 나이는 67세이지만 2차 베이비부머 막내는 48세로 여전히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인구의 22% 이상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자녀들인 베이비부머 에코 세대(1979~1992년 출생)가 뒤에 버티고 있다.

하지만, 눈도 자꾸 쌓이면 가지가 부러지듯이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지속하면 균형이 무너진다. 지금부터 20년 세월이 흐르면 베이비부머는 68세~87세 사이로 모두 고령자가 된다. 그 뒤를 이어 베이비부머 에코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다. 2040년쯤이면 국민연금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적자 전환 시점이 된다. 2050년이면 노인부양비율이 일본을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높게 되고, 제도 개선이 없으면 2050년대 중반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된다. 인구구조 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쉴 틈을 주지 않고 경제를 강타한다.

코끼리 등처럼 길게 분포된 베이비부머는 장단점이 모두 극명하다. 장점은 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식당에 한꺼번에 200명이 들이닥치지 않고 30분에 50명씩 2시간에 걸쳐 들어오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식당에 사람이 50명 온 것을 보고 준비를 소홀히 하다가 계속해서 사람들이 닥치게 되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대비할 시간이 주어지지만 늦게 대처하면 파국을 면할 수 없다. 자칫하면 코요테처럼 추락한다.

코로나19로 출생아 숫자가 27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고령화 대책은 뒤로 밀려난 감이 있다. 출생과 고령 대책은 구분돼야 한다. 지금 출생하더라도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려면 25년은 걸린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이미 출생한 인구가 살아갈 고령사회다. 저출산과 별개로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고령자가 가진 인적자산, 주택자산, 금융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2차 인구 배당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연금제도 개선 등 세대 간 문제를 균형 있게 해결하여 세대 간 동반성장을 위한 기반을 닦아 놓아야 한다.

다행히 지금부터 10년간 잘 준비하면 늦지 않다. 속절없이 손 놓고 있으면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고령사회 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이다. 대선 후보자들의 현명한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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