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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단호하게 대처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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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21년 북한 무력도발 시위 일지. 연합뉴스

2021년 북한 무력도발 시위 일지. 연합뉴스

영변 핵 재가동, 순항미사일 발사 이은 연쇄 도발  

탄도미사일 유엔 결의 위반, 북한 즉각 중단해야

북한이 어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미사일 발사는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NSC 상임위는 어제 저녁에 발표한 입장에서 "북의 잇따른 도발에 깊은 우려”라고 했다. 그제 순항미사일 발사 발표 때는 정부의 조치가 없었다. 순항미사일이 유엔 결의안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을 감싸는 듯한 국민과 동떨어진 정부의 판단에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위반이다. 유엔은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발사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 결의를 무시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7월부터 영변 핵시설 재가동과 며칠 전 순항미사일 발사에 이은 것이어서 더욱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 ‘이상 조짐’이다. 핵시설 재가동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북한 영변 우라늄 농축공장의 재가동 징후를 공개했다. 북한의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추가 확보는 더 많은 핵무기 생산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다.

이런 판국에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말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왕이 부장은 어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군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두둔했다. 한국과 협력하기 위해 방한한 그가 도발한 북한 편을 드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최소한 북한에 자제를 요청하는 게 한국에 대한 예의 아닌가.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왕이 부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북한이 연일 핵과 미사일로 위협 수위를 높이는데도 북한에 대한 경고는커녕 평화 타령만 했다. 안보가 담보돼야 평화도 있다는 건 상식이다.

북한이 핵시설 재가동과 미사일 발사로 위협 수위를 높이는데 정부의 대북 경고가 없는 것은 우려스럽다. 더구나 정보 당국은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한 징후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비판받고 있다. 핵시설 재가동 또한 IAEA의 발표를 통해서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 때에 맞춰 국산 SLBM(잠수함용 탄도미사일) 등 미사일 3종을 시험발사해 맞서기는 했다. 그러나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북한 위협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다. 북한의 도발을 국민에게 알리고 위기의식을 갖는 건 정부의 기본 임무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 더는 국민을 속이지 말고 단호하게 대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