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중심 문화·스포츠]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과 예술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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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8월 31일,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예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요청한 지 근 4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헌법 제22조 2항을 보면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사건은 그동안 예술인의 헌법적 권리가 현실에서는 전혀 보호되지 못하고 있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예술인 중 76%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이는 예술인의 절반이 넘는 수가 ‘근로기준법’이나, ‘양성평등기본법’ 등 기존의 근로자 중심 법령으로는 제대로 된 보호를 받기 어려운 처지였음을 시사한다.

다행히 이번에 제정된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예술인 권리침해 행위 및 성희롱·성폭력 행위의 금지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 및 ‘예술인 보호관’ 등 예술인 권리구제를 위한 조사 및 심의·의결기구 설치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정부의 시정 권고·명령 및 재정지원 중단·배제 통보 등 예술인에 대한 실효성 있는 권리보장 수단을 담아냈다. 특히 문학·미술·공연 등에 종사하는 예술인, 영화·연예·만화 같은 대중문화 분야 종사자, 나아가 예술대학 재학생을 포함한 예비예술인에게까지 폭넓게 적용된다. 그동안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문화예술인들에게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주리라는 믿음이 더욱 두터워지는 대목이다.

정부의 예술정책 또한 크게 변화했다. 기존의 예술창작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안전하고 공정한 예술 창작환경을 조성하고, 예술인의 자유와 의지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자생적인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창작준비금 지원’과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 등 예술인 복지정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이는 창작의 고통과 생계의 어려움 같은 이중고를 겪어왔던 예술인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리랜서 예술인에게도 구직급여와 출산 전후 급여를 지급하는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인 진전도 이루었다.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장애예술인 창작환경 조성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코로나19 초기, 이탈리아 어느 마을에서 열린 발코니 음악회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일상의 작은 음악회가 코로나로 지친 세계인들에게 희망의 멜로디를 전했듯이, 예술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할수록 그 힘이 배가된다. 개개인의 삶을 보듬고 어루만지는 예술은 공동체 구성원 전체를 아우를 연대와 위로의 힘을 갖고 있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지금, 정부 정책도 예술의 지원을 넘어서 예술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예술과 예술인이 함께 존중받는 환경 속에 국민 모두가 예술적 활동에 참여하도록 이끌고,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발휘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가야만 한다.

K-팝, K-드라마처럼 K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이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이제 한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의 전통문화, 기초예술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중심지라 할 만한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우리의 미디어아트가 전시되는 요즘이다. 한국의 눈부신 디지털 기술은 예술과 융합해 예술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해나가고 있다. 문화·예술의 발전은 국민의 행복과도 직결되는 만큼 우리의 미래도 더욱 밝아질 거란 기대가 크다. 우리 문화와 예술이 더 큰 세계와 조응할 수 있도록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이 작지만 큰 출발이 되기를 기대한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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