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구글 갑질 때리기…나라마다 타격점은 달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16 00:04

업데이트 2021.09.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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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의 ‘운영체제(OS)갑질’에 대해 과징금 2074억원을 부과한 이후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가 15일 “구글은 한국 소비자에 11조9000억원의 편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정위는 전날 구글이 자사 OS만을 쓰도록 강요한 행위를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OS갑질’외 다른 조사도 진행 중이다.

앞서 유럽연합(EU)과 미국도 구글에 제재를 가하거나 소송을 제기했지만, 접근 방향은 한국 공정위와 달랐다. 2018년 경쟁 당국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구글에 대해 과징금 5조6500억원을 부과했다. EC는 OS보다 구글의 모바일 검색 시장 독점을 주 타깃으로 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이용해 스마트폰에 플레이스토어와 구글 검색 등을 필수로 심어놓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구조다.

구글 힘 못 쓰는 검색엔진 국내 시장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구글 힘 못 쓰는 검색엔진 국내 시장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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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경쟁 당국 역할을 하는 법무부(DOJ)가 지난해 10월 구글에 반 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삼성·LG 등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구글 검색이 탑재된 휴대전화를 출시하도록 했다고 봤다. 미국은 더 나아가 구글이 인공지능(AI) 스피커 등에서도 구글 검색을 이용하게 만들어 다른 스마트기기에서도 검색엔진 독점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미국·EU는 앱 마켓과 검색 시장 독점을 문제 삼았지만, 공정위는 구글이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해 OS 자체의 점유율을 높여왔다고 지적했다. 14일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안드로이드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플레이스토어가 필수이므로 기기 제조사는 구글의 OS만을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제조사가 OS를 변형해 쓸 경우 플레이스토어 사용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검색은 문제 삼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율 차이가 판단을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은 2014년 이미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섰다. 미국도 법무부가 소송을 낼 당시 구글 점유율이 90%에 육박했다. 반면 국내에선 2016년 공정위 조사 착수 당시 구글의 국내 검색엔진 점유율은 33.9%였다. 네이버(56.4%)와 다음(5.2%) 등 국내 검색엔진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구글의 국내 검색 점유율도 36.5% 수준이다. 미국·유럽과 달리 네이버로 대표되는 토종 검색 시장이 유지되면서 공정위 제재가 OS 독점에 집중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기본적으로 시장 상황에 맞춰 이뤄진다”고 말했다. 구글이 국내에서도 검색엔진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향후 유럽과 같은 제재를 추가로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15일 첫 ‘구글 포 코리아’행사를 열고 한국을 위한 구글의 노력을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스콧 버몬트 구글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플랫폼 및 에코시스템 수석 부사장,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등 쉽게 볼 수 없는 구글 본사 임원들이 다수 참여해 한국사회에 기여하는 구글의 노력을 설명했다.

구글은 컨설팅사 알파베타의 보고서(‘한국의 디지털 잠재력 실현:디지털 전환의 경제적 기회와 구글의 기여’)를 통해 구체적으로 구글이 어떻게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지를 설명했다. 보고서는 구글이 한국에서 작년 한 해 10조 5000억원(유튜브 7조원, 구글플레이 3조 5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5만 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구글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편익도 연간 11조9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검색정보 접근 향상으로 4조 2000억원, 자기 계발로 5조1000억원, 생산 편의성 향상으로 2조 5000억원을 기여했다는 주장이다.

구글이 이렇게 한국에 대한 기여를 강조한 건, 디지털 경제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콧 버몬트 사장은 “한국은 세계 혁신에서 리더십을 가진 국가로, 혁신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CEO도 “유튜브의 업로드 후 24시간 내 조회수 상위 10위 중 9개가 K팝”이라며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아티스트와 글로벌 팬을 연결하고 창작 생태계를 진흥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국내의 반구글 정서와 정부의 규제강화 기조를 피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단 해석도 있다. 구글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방지법이 추진되자 1억달러(1000억원)규모의 ‘크리에이트(K-reate)’프로그램을 한국에만 선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공정위가 안드로이드 OS심사외에 구글과 관련해 3개의 조사를 추가 진행중이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공정위는 현재 앱마켓경쟁제한과 관련 해서 올해 1월 심사보고서를 내고 심의절차를 밟고 있다. 맞춤형 광고 시장 불공정 거래와 인앱결제 강제 건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구글이 14일 공정위의 안드로이드 OS 강요에 불복해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국내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세세히 살펴보겠단 규제 당국과 갈등은 구글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구글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작년 초 부과한 5000억원의 법인세 추징에 대해서도 불복절차를 밟고 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 파트너사의 성장과 세계진출을 돕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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